‘눈으로 듣고 귀로 보고 마음으로 하나 되는 영화축제’ 제15회 장애인영화제가 오는 2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4일간의 여정의 막을 올린다.

이번 제15회 장애인영화제는 개막작으로 선정된 제네비에브 클레이-스미스의 ‘비 마이 브라더’, ‘아름다운’, ‘인터뷰어’을 비롯해 총 2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들을 찾아가는 가운데, 놓치기엔 아까운 영화 10편을 먼저 소개한다. 모든 영화들은 무료 관람이므로 장애인 관객 뿐 아니라 비장애인 관객들도 부담 없이 영화제에 와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왼쪽부터 ‘원더랜드’, ‘키친 1015’, ‘눈을 감으면’.ⓒ장애인영화제사무국

■시각장애 소녀, 더 큰 세계 경험하다=먼저 차수연 감독의 ‘원더랜드’.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소녀는 보이지는 않지만, 청각, 촉각 등을 이용해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다.

소녀는 좁은 방 안에 머물고 있지만, 촉각과 청각을 통해 훨씬 더 큰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한정된 공간을 영사된 이미지를 통해 확장시켜나가듯, 제약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서의 장애를 표현하고 있다. 지난해 제작된 작품으로, 상영시간은 8분이다.

시각장애인 셰프 종태와 희윤, 두 연인이 운영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바탕이 된 작품, 영화 ‘키친 1015’다. 이 곳 레스토랑 ‘키친 1015’는 여느 레스토랑과는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이 곳에선 음식을 만들 때도, 먹을 때도 눈으로 보는 것 대신, 다른 감각들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것. ‘키친 1015’가 손님들에게 잠시 어둠속에서 음식을 음미해보길 권하듯,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주방에서 다양한 소리, 냄새, 촉각, 맛을 상상하도록 이끈다.

‘키친 1015’는 강경환 감독의 작품으로, 상영시간은 17분이다.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순심과, 시각장애인 소녀 진희가 마음을 나눈다. 송민주 감독의 영화 ‘눈을 감으면’이다. 순심과 진희, 영화는 타인에게 쉽게 자리를 내어줄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담아낸다.

순심이 체념이나 자기 연민이 아닌, 담담한 태도로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과 함께해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 ‘눈을 감으면’은 지난해 제작된 작품으로, 상영시간은 68분이다.

왼쪽부터 ‘서른 넷, 길 위에서’, ‘네 바퀴와 함께하는 외출’, ‘미드나잇 썬’.ⓒ장애인영화제사무국

■서른 넷, 동갑내기 장애여성의 삶=장애인자립생활센터 글쓰게 모임에서 만난 서른 네 살 동갑내기 두 여성의 이야기. 김병철, 이선희 감독의 ‘서른 넷, 길 위에서’도 눈여겨 볼 만한 영화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서른 네 살 동갑내기 두 여성, 진희와 애린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30대 여성의 삶이란 어떤 것일지 바라보게 한다.

두 사람은 같은 장애를 갖고 있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인다. 병치된 두 사람의 일상을 통해, 차이를 넘어 연대의 관계를 빚어내는 시선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영화. ‘서른 넷, 길 위에서’는 올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됐으며, 상영시간은 90분이다.

장애인 이동권을 주제로 한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네 바퀴와 함께하는 외출’은 신동호 감독의 작품이다. 시내로 외출하고, 친구의 병문안을 가는 평범한 일과도, 휠체어를 이용하게 된다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이 녹록치 않은 여정에 카메라가 나란히 동행하며 묵묵히 그들을 응원한다. ‘네바퀴와 함께하는 외출’은 올해 제작된 작품으로, 상영시간은 46분이다.

여섯 번째 작품은 청각장애인 남매의 어떤 하룻밤에 관한 내용이다. 강지숙 감독의 ‘미드나잇 썬’. 남매는 호기심과 설렘으로 세상에 발 내딛기도 하지만, 차별과 편견의 시선에 상처입기도 한다.

영화는 청소년기에 있거나 이제 막 그 시간을 통과한 인물의 심리를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못 들었으면 좋겠어”라는 희수의 말이 안타깝게 울리지만, 마주잡은 두 손과 긴 밤이 지나고 찾아온 아침이 작은 위안을 건넨다.

‘미드나잇 썬’은 올해 제작된 작품으로, 상영시간은 23분이다.

■장애편견, 유쾌한 복수로 응징=김진유 감독의 영화 ‘높이뛰기’는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췄다.

또래의 여느 아이들처럼 소소한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후. 청각장애인 엄마와 외출했다가 편견 어린 어른들의 말에 상처 입은 후를 위해 친구들이 함께 유쾌한 복수에 나선다.

‘높이뛰기’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의 어떤 편견을 꼬집는다. 자연스러운 연출과 연기가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도 장점. 올해 제작된 작품으로 상영시간은 20분이다.

여러 영화제에 초대돼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는 뜨거운 화제작 ‘반짝이는 박수소리’.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감독 자신이 부모와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다.

감독의 시선은 담담하지만 온기를 담고 있으며, 풍부하며 견고한 ‘손짓’의 세계로 관객을 안내한다. ‘손말’과 ‘입말’의 세계를 오가며 살아가는 감독의 진솔한 이야기가 가족의 사랑과 함께 전달된다. ‘반짝이는 박수소리’는 올해 이길보라 감독이 제작한 영화로, 상영시간은 80분이다.

유명 로펌의 면접장에서 콜라를 권하고 해리포터를 좋아하냐고 물어온다면? 영화 ‘인터뷰어’는 좌충우돌 엉뚱한 면접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장애에 대한 편견을 허물어낸다.

특유의 긍정적인 기운과 유머러스함이 매력적인 작품. 특히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 다운증후군 배우 제라드 오드와이어의 연기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인터뷰어’는 제네비에브 클레이-스미스, 로빈 라이어 감독의 2012년 작품으로, 상영시간은 12분이다.

신학자인 존 마틴 헐은 십여 년 간 지속적인 악화 이후, 1983년 완전히 시력을 잃는다. 이후 3년 동안 그는 자신의 일기를 녹음했다.

영화 ‘실명에 관한 노트’는 그가 남긴 일기를 바탕으로 제적됐으며, 그의 내밀하고 감동적인 언어를 섬세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옮겨낸다.

존 헐은 말한다. 실명으로 인해 다른 관점과 인식의 새로운 차원을 만나게 됐다고. “이런 경험이 아름다움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앎은 아름다움이다.”

‘실명에 관한 노트’는 영국 피트 미들스턴, 제임스 스피니 감독의 올해 작품으로, 상영시간은 14분이다.

제15회 장애인영화제 상영시간표.ⓒ장애인영화제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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