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2일 Music And The Deaf에서 Danny Lane과 바디히어링 팀은 직접 만나 세미나를 가졌다. ⓒ강예인

‘청각장애인이 음악을 즐긴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대개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잘 안 들리는데 어떻게 음악을 즐기지?

이 물음에 ‘2014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바디히어링’팀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청각장애인도 음악을 즐길 권리가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악교육센터나 관련 기관이 거의 없을뿐더러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청각장애인은 음악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초 단계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악 매뉴얼을 만들고, 그들이 음악을 즐길 기회를 주고자 여러 가지 준비를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도움을 얻기 위해 영국에 다녀왔고, 그곳에서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Music And The Deaf’였다.

영국에는 청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음악교육센터가 있다. 바로 ‘Music And The Deaf’(이하 MATD 표기)가 그러한 곳이다. 지난 8월 22일 우리 팀은 기차를 타고 두 시간을 달려 MATD에 도착했다. Danny Lane은 먼 길 오느라 수고했다며 밝은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Danny Lane은 피아니스트이자 MATD에서 음악 교육을 담당하며, 보청기를 꼈고 구화와 수화 둘 다 사용한다.

바디히어링 팀의 말을 수화로 전해주는 것을 보고 있는 Danny Lane(우측). ⓒ강예인

그가 일하고 있는 MATD는 국가에서 지원을 받고 있으며, 청각장애인도 음악가가 될 수 있도록 음악에 관심을 끌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래서 그곳은 청각장애인 음악가 초대, 오케스트라와의 만남, Deaf 뮤지컬과 같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음악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그림이나 춤처럼 다른 장르와 크로스 오버를 하므로 그곳의 청각장애 학생들은 음악에 대한 관심도와 열정이 높은 편이다.

이 외에도 호주나 도미니카 공화국 등 다른 나라로 출장 워크숍 및 세미나를 열어 많은 청각장애인에게 음악 매뉴얼을 알리고 있다.

이러한 MATD를 통해서 어떤 참가자들은 플루티스트나 첼리스트와 같은 연주자가 되었고 작곡가가 되기 위해 학위를 마친 참가자도 있었다.

이처럼 MATD의 많은 청각 장애인들이 음악의 길을 걷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청인 못지않게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Danny Lane은 우리에게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워크숍 샘플 몇 가지를 알려주었고 우리는 직접 참가자가 되어 워크숍 구성 중 하나인 게임에 참여했다.

그는 절대 말하지 않는 것이라는 게임규칙과 함께 검지를 입에 가져다 ‘쉿’ 하는 제스처를 보였다.

그의 표정과 몸짓에 일제히 조용해지면서 모두가 그에게 집중했다. 그는 갑자기 박수를 치더니 옆의 팀원에게 똑같이 치라는 제스처를 보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 두 번 치라고 한 후 다시 옆의 팀원에게 한 번 치라고 했다.

Danny Lane이 바디히어링 팀에게 게임 방법을 제스처만을 사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강예인

알고 보면 게임 방법은 간단했다. 한 번 박수 치면 오른 방향으로 돌고, 두 번을 치면 반대 방향으로 도는 쉽고 간단한 게임이었다. 나중에는 빠른 박자, 느린 박자로 진행하니 자연스레 리듬을 타면서 하나의 음악이 만들어졌다.

귀가 들리지 않아도 국적이 달라도 표정과 몸짓만을 이용해서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이렇게 박자가 돌아가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청각장애인이 박자가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알 수가 있고, 악기를 배울 때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게임을 하는 동안 열심히 탁자를 쳐가며 집중했던 우리는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Danny Lane은 우리에게 Good job! 을 외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잔뜩 긴장했던 우리들의 얼굴에 미소가 폈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세미나를 진행할 수 있었다.

Danny Lane은 이 같은 게임처럼 음악을 즐기는 방법이 기재된 가이드라인을 보여주었다. 영국의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자료들을 모아서 결과들을 하나로 정리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학년별 또는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었고, 총 4단계로 나누어지며 각 단계에 맞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매뉴얼이 나와 있다.

이와 같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 관련 프로그램을 조사하거나, 많은 테스트를 거쳤고 실제 학교에 직접 가서 선생님들과 학생들한테 피드백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웹 사이트에 신청하면 누구든지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MATD에서 만든 청각 장애인을 위한 음악 가이드라인. ⓒ강예인

Danny Lane은 독일에 있는 Mahler Chamber 오케스트라를 소개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악단은 아니지만 투어를 하면서 농학교나 청각장애인 관련 기관이나 센터에 방문한다. MATD 학생들도 Mahler Chamber 오케스트라와 만났을 때 다양한 악기들을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고 한다.

또한 청각장애인들로 구성된 Deaf 오케스트라가 있으며, 그들은 청각장애인에게 악기를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가르쳐주어 널리 퍼뜨린다고 한다.

그리고 BBC 프롬즈에서 Deaf 오케스트라가 공연한 영상을 보여주었는데 그 영상은 파라오의 숨겨진 묘를 찾는 탐험기를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면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이를 보면서 우리 팀이 작업했던 토끼와 거북이를 패러디한 공연이 떠올랐다.

그 공연은 장애청년드림팀 캠프에서 장기자랑으로 준비했던 것이며, 그 공연의 특징은 대사가 거의 없고 악기와 표정 몸짓만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악기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직접 연주하면서 감정을 드러내기 때문에 청각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그 공연 영상을 Danny Lane에게 직접 보여주었다. 그는 관심을 보이면서 유아기 아동에게 동화구연한다면 집중도를 높이고 이해를 돕는 좋은 워크숍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조언했다.

Music And The Deaf와 바디히어링 팀의 세미나를 마치고 난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예인

Danny Lane은 전 세계적으로 이런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청각장애인에게 음악적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하여 정보를 함께 공유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포럼을 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자신감이 넘치고 음악의 힘을 믿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프로젝트를 계속 밀고 가라고 격려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방문하여 워크숍을 하고 싶다고 했으며, 앞으로도 바디히어링 팀과 계속 연락하자는 말을 끝으로 MATD와의 세미나를 마무리하였다.

‘바디히어링’ 팀은 한국장애인 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에서 주관하는 ‘2014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에 속한 팀이다.

*이글은 ‘2014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바디히어링'팀의 이진경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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