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아사카 유호와 함께하는 한국적 동료상담의 모색 세미나가 열린다. 이날 주제발제를 하는 아사카 유호. ⓒ정희경

미국의 동료상담과 일본의 동료상담은 어떻게 다를까?

"미국에 가서 보니, 동료상담이라든지 자립생활 프로그램이라는 것들이 굉장히 가치가 있는 일이었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그러고 보니 내가 일본에서 해온 것들이 전혀 틀리지 않았으며, 굉장히 멋진 일이었던 것을 알게 된 거지. 그 뒤 나는 나의 인생을 다시 한 번 재평가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거야. 장애인이 살아가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 거지. 우리 장애인들은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부족하며, 많은 실패를 했고, 활동보조인이 없어서 곤란해도 봤어.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장애인들이 너무 많아. 조금만 더 강하게 밀어붙여도 되는데 다들 참거든.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 더 자신을 어필하면 좋을 텐데, 모두 조심스러워 하잖아. ‘어차피 나는 안 되니까’라고 스스로 숨어 버리잖아. 숨어버리는 사람들이 많아." (『생의 기법』, 버클리에 다녀오다 중에서)

3월 29일, 일본의 아사카 유호가 한국에 온다. 골형성부전증의 중증장애여성이며 20대에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장애운동을 했고, 미국에서 자립생활운동을 만났으며, 미국의 동료상담을 일본식 동료상담으로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미국에 자립생활연수를 다녀와서 스스로 동료상담과 자립생활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하게 된다.

동료상담의 힘은 '변화'이다

"그리고 천천히 슬로우 비디오처럼 나는 당사자들이 변해가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했다. 어느 한순간에 변했던 사람. 천천히 변해가는 사람, 마음을 쉽게 여는 사람, 마음을 닫고 있는 사람. 그리고 천천히 기다려주는 카운슬러의 모습도 보였다. 그 안에는 인생이 있었고, 인간의 존엄이 있었으며,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내 나라의 장애인 복지의 현실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동료상담이었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었다." (2003년 정립동료상담학교 자료집, 동료상담을 통역하고 나서)

동료상담강좌에 참가하면서, C는 한순간에 변했다. B는 천천히 변했다. Y는 마음을 쉽게 열었다. L는 끝내 마음을 열지 않았다. 이 네 사람은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현역 장애인운동가들이다. 동료상담에 참가한 이후 그들의 변화는 놀라웠다. 스스로가 변화하더니, 가족과 지역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결국 사회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렇게 동료상담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 감정해방 말고 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동료상담은 비장애인을 배제하는가

“비장애인으로서 동료상담 속에 들어간 것은 영광이었고 생애 최고의 훈장이었다. 강좌 한 강좌 끝날 때마다 나는 나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장소에 몰래들어 갔다 온 것과 같은 신비함에 빠져들었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인간에 대해서, 장애에 대해서, 그리고 나에 대해서.” (2003년 정립동료상담학교 자료집, 동료상담을 통역하고 나서)

2박 3일 동료상담 강좌를 20회나 통역해보니 리더가 하는 코너 코너의 미니 강의 내용을 다 외울 정도였다. 어떤 때는 졸면서 통역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절대 동료상담에 대해서 아는 척하지 않기로 했다.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것이 아니니까. 내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동료상담이 비장애인을 배제한다고 말한다. 정말 동료상담은 비장애인을 배제하는 것일까? 일반상담가의 개입이 위험천만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적 동료상담이란 무엇인가

동료상담이 한국에 들어온 지 10년이 되었다. 10년 동안 여기저기서 그곳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모양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것이 한국적이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들이야말로, 극히 한국적인 모양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하나같이 한국적 동료상담을 모색해야 한다고 소리 높이고 있는가. 유호와 함께하는 세미나에서는 아마도 그것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동료상담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지금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다함께 공감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내는 작업을 했으면 바라본다.

*3월 29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아사카 유호가 온다-'아사카 유호와 함께하는 한국적 동료상담의 모색' 세미나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장애여성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하고, 은평늘봄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이 글은 릿츠메이칸대학첨단종합학술연구과 박사과정 정희경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누구나 기고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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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일본의 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보조를 시작했고, 99년부터 한국과 일본사이에서 동료상담,연수,세미나 등의 통역을 통해 자립생활이념과 만났다. 02년 부터는 활동보조서비스코디네이터로 일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장애인운동과도 만났다. 그렇게 10년을 죽을 만큼 열심히 자립생활과 연애하고 사랑을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일본에 있다. 다시 한번 일본의 정보를 한국에 알리고 싶어 이 공간을 택했다. 일본의 장애인들 이야기(장애학)와 생존학(장애,노인,난치병,에이즈,죽음,윤리)이야기를 이곳에서 풀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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