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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서포트를 주고 받는다는 것

김선윤 당신을 지지합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9-12-17 11:40:42
한국에서 복지를 공부했을 때 사람들은 저에게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본에서 공부할 때는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립생활운동하면서 배운 것은 그 사람이 어떤 배경과 경험 속에서 살아왔는지에 주목하라고 했습니다.

10월말 남산의 연구공간에서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을 무렵 당신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저 자립생활센터를 차릴까 해요!!” 차분하지만 확고한 목소리 너머로 설레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저는 “어머 정말요? 좋아, 무조건 좋아요. 너무 멋진 일이네요. 축하해요”라고만 했을 뿐, 왜냐고 물어 보지 않았고 당신도 굳이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 당신은 비장애인사회에서 상처받은 기억이 많은 중증장애여성이었고, 저는 일본에서 배운 모든 것을 한국에 전해주겠노라고 비장한(?) 각오로 귀국한 풋내기 활동보조서비스 코디네이터였지요. 같은 고향 같은 학교의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우린 많이 친해질 수 있었지만 역시 우리의 공통점은 동료상담에 있었습니다.

당신은 분명 한국의 ‘나까하라’ 상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저의 이야기에, 기꺼이 그러고 싶다고 대답해주는 당신 덕분에 저는 늘 설레었고 즐거웠습니다. 또한 당신은 자립생활운동 안에서 비장애인인 제가 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였습니다. 사비를 털어 일본에 동료상담연수까지 다녀왔을 때 우린 물론이고 일본의 리더들도 당신의 열정에 감동을 했지요. 그리고 이제 동료상담가로만 성장하리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국도 일본이 아닌 지구의 저 반대편에서 제 몸과 마음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당신에게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임신을 했고 결혼도 했고 당연히 예쁜 아기도 출산했습니다. 경추 5·6번 장애여성인 당신이 하나만 해도 놀랄 일인데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해냈을 때. 캬! 세상이 아주 많이 놀랐었지요. 그리고 80이 넘어서도 딸 걱정만 하셨던 당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까지.

이렇게 자립생활운동과 만나고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사이, 당신이 동료상담 뿐만 아니라 장애여성과 조직, 장애여성의 성과 육아, 가족 관계 등 많은 테마들을 고민하고 있었음에 놀랐습니다.

‘이 많은 테마들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그럴 능력이 당신에게 있을까’라는 염려는 당연히 않기로 했습니다. 크고 작은 실패나 아픔은 있을 테지만 그럴 때마다 당신의 동료나 선배 운동가들이 함께 힘을 실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당신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까요!

또한 장애여성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사회의 문제로 보고 사회화하려고 하는 당신의 성장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제가 당신을 서포트하고 당신은 받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지요. 아이고…, 그런 것이 아니라고 이제야 겨우 이야기 할 수 있겠네요. 우린 서로 서포트를 주고받는 사이라고요! 당신의 서포트가 제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쳐왔는가에 대해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오늘 이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서포트를 주고받는 전문가가 되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오랜만에 세상을 향해 나가 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용기가 생겼습니다. 당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당신이 살아온 경험과 배경을 공유하며, 예전처럼 그렇게 서로의 힘을 주고받다 보면 저 역시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이 성장해 있지 않을까요?

센터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오늘 비행기 표를 예약했습니다.
진심으로 당신을 지지합니다.!!!!
- 일본 교토에서 정희경 -

*김선윤님 이력 소개: http://www.arsvi.com/w/ks18-k.htm

*나까하라 상은 일본의 휴먼케어협회의 사무국장이자 동료상담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정립동료상담학교의 리더로서 한국에 자립생활운동을 확산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필자는 이때 동료상담의 통역을 전담했다.

*이 글은 일본릿츠메이칸대학대학원 첨단종합학술연구과 박사과정(장애학)을 밟고 있는 정희경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정희경님은 “10년 동안 자립생활운동을 접하면서 느낍니다. 자립생활운동은 참 멋진 일이라고요. 자립생활운동 하시는 여러분 힘!!!”이라는 메시지도 전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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