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혜화동 로터리에서 열린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 쟁취 100인선언 기자회견에서 문병동씨가 오세훈 시장에게 쓴 공개서한을 낭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장애인 100명이 16일 오후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 모여 “더 이상 우리를 시설에 가두지 말라”며 장애인의 탈 시설과 자립생활 권리를 선언했다.

100명의 장애인은 이날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석암재단생활인비상대책위원회, 사회복지시설비리척결과탈시설권리쟁취공동투쟁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서울 시장은 우리의 면담요구를 수용하고 탈시설과 자립생활 대책을 수립하라”고 외쳤다.

또한 “오세훈 시장은 중증장애인에게 자립주택을 제공하고 활동보조 대상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 서울시 38개 시설을 대상으로 실시한 탈시설욕구조사 결과를 즉각 발표하고 시설장애인에 대한 탈시설 계획을 즉각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함께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 쟁취 100인 선언문을 낭독했고, 기자회견 후 자립생활의 요구를 담은 100개의 공개서한을 오세훈 시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시장 공관쪽으로 이동했으나 경찰이 길을 막아 서한을 전달하지 못했다.

탈시설과 자립생활 권리 선언에 동참한 100명 중 한 사람인 문명동(30·뇌병변장애 1급)씨는 자신이 직접 쓴 공개서한을 낭독하며 “부모님이 저를 많이 힘겨워해 조만간 장애인 시설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살고 싶다. 자유도 없는 그런 곳에서 살 수 없다”며 시설에 가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문명동 씨는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제도가 필요하다. 활동보조인, 주거서비스, 노동권 보장, 연금제도 같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자립생활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100의 장애인이 탈시설과 자립생활 요구를 담아 오세훈 시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에이블뉴스

또 다른 선언자인 김남기(53·지체장애 3급·1988년 시설 입소)씨는 “어떻게 해서라도 시설에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잠깐 볼일이 있어서 외출을 하겠다고 하면서 나와서 들어가지 않았다”고 탈시설 경험을 전하며 “서울역에서 노숙자 생활도 했고 너무나 배가 고파 쓰레기통을 뒤진 적도 있다. 그래도 시설보다는 나았다. 나의 계획대로 살아갈 수 있으니 행복하다”고 전했다.

최용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장애인들은 시설에 가고 싶어서 간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간 것”이라며 “많은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하고 싶어하지만 아직 기반 시설이 구축돼 있지 않다. 오세훈 시장이 면담 약속을 지키고 탈시설과 자립생활 정책을 마련하도록 오늘 함께 1박 2일 동안 투쟁할 것”이라고 외쳤다.

또한 “오세훈 시장이 다시 서울시장에 재임하려면 우리와 한 최소한의 약속이라도 지켜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홍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말이 있다는데 시설 장애인의 현실은 ‘배고픈 돼지’이다. 자유도 없고 기본적 욕구도 충족되지 않는다"라며 분개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지난 4일 석암재단시설에서 나와 노숙농성하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왜 대책없이 나왔냐’고 하지만 장애인들이 기다린다고 해서 대책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하기 전에 국가가 탈시설과 자립생활 정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라고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스티로폼과 합판 등으로 만든 주택 모형에 100명의 장애인이 직접 쓴 자립생활 요구를 담은 피켓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16일 혜화동 로터리에서 열린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 쟁취 100인선언 기자회견에 참가한 장애인들이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 쟁취 100인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100명의 장애인들의 탈시설과 자립생활 요구를 담은 피켓과 풍선으로 꾸민 자립생활 주택 모형. ⓒ에이블뉴스

16일 서울 및 수도권의 장애인들과 장애인단체가 혜화동 로터리에서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 쟁취 100인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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