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김정혜 객원연구원이 1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유죄판결을 위한 활용서 발표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국의 장애인성폭력상담소는 재판 단계에서 재판부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피해자 사건 의견서’를 작성한다. 그렇다면 유의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김정혜 객원연구원은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등이 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유죄판결을 위한 활용서’ 발표회 자리에서 의견서를 작성하는데 있어 유의할 점을 설명했다.

김 객원연구원은 발제문을 통해 “의견서는 장애인성폭력 사건 재판단계에서 피해자 상담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피해자가 직접 진술하지 못하거나 진술이 부족한 부분, 피해자의 증언에서 장애와 관련해 고려해야할 사항, 기타 공판에서 간과되지 쉬운 사항들과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전달할 수 없는 피해자의 의견 및 정황을 법원에 전달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우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없는 재판, 유죄의 증명, 적정한 형량의 선고 등에 기여할 수 있으며 의견에는 추측과 감정적 호소보다는 판단 이유가 뒷받침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의 장애특성=피해자의 장애에 대한 정보는 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판단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피해자의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과 그 이용을 쉽게 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법원에서 잘 다뤄지지 않고 있다면 의견서를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장애의 정도가 실제보다 미약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증거가 제출됐을 경우 오인을 방지할 수 있는 설명을 덧붙이는 것도 좋다.

■피해자의 보호망과 사회적 관계 경험=지능지수나 장애등급 등이 같은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성장배경, 가족관계나 소속 집단 등 친밀한 관계, 주변의 지지와 보호, 이전의 폭력 피해 등 피해자의 과거 경험과 현재의 인간관계에 따라 사회성 정도에는 커다란 차이가 나타난다.

따라서 상담을 통해 발견한 친밀성의 부재, 보호망의 부족, 관계에 대한 욕구, 이와 관련한 피해자의 성에 대한 인식과 태도 등을 드러내 줄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해야 한다.

■피해자의 성에 대한 이해=피해자의 장애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상으로는 장애가 미약한 것처럼 보이거나 피해자가 성관계에 자발적으로 응한 것처럼 보이는 때에도 피해자는 성관계의 사회적 의미나 성관계가 수반하는 부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성폭력과 성관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피해자의 친밀성의 부재와 관계에 대한 욕구를 가해자가 알고 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성광계로 유도했다면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정당하게 행사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피해자의 성에 대한 이해도, 성폭력과 성관계의 변별력 등을 보여주는 정보를 제공해 피해자의 진정한 동의와 선택에 의한 성관계가 아니었음을 보여줄 수 있다.

■피해자의 대응 특성=법원이 갖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의 정형에 어긋날 경우,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신빙성을 부정하는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피해자가 실은 타인의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거나 성폭력 피해 후에 가해자에게 연락한 피해자가 실은 가해자의 사과를 진실로 믿고 있었다는 등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일반적 통념에 부합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이유를 발견했다면 이를 포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피해자의 장애에 대한 가해자의 인식을 알려줄 수 있는 정보=성폭력처벌법 상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로 기소된 때에는 범행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장애를 알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범행 이전에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과 피해자의 대화 내용, 비장애인에 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피고인의 부적절한 말이나 행동 등 피고인이 피해자의 장애를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음을 보여주는 정보를 포함한다.

■법원이 알지 못하는 가해자의 태도=범행 후 피고인의 태도는 양형에 반영된다. 때문에 피해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피고인의 태도를 법원에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피고인이나 피고인의 가족 등 주변인에게 찾아오거나 계속 연락을 시도해 피해자와 피해자의 주변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거나 위협을 가하는 경우, 피해자와 접촉해 일부러 피해자의 기억에 혼란을 야기함으로써 증인 신문에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려고 하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피고인의 처벌에 대한 피해자의 의사=피고인이 상당한 금액을 공탁했거나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경우 피고인과 피해자가 합의를 한 경우에는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형량이 감경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이러한 사정을 잘 알지 못하고 처벌불원 의사표시나 합의를 하기도 한다.

피해자가 피고인과 합의를 했거나 피해자의 가족이 피해자 대신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합의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처벌을 원한다면 피해자의 의사를 의견서를 통해 법원에 전달한다.

■증인신문 시 고려할 사항=숫자, 날짜, 계절, 선후관계, 인과관계에 대한 피해자의 이해도, 추상적 개념 및 문장에 대한 이해도 등 증인신문 시 고려해야 하는 피해자의 진술 특성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 같은 정보는 진술조력인이 지정되지 않은 사건에서 더욱 유용하다. 증인신문 시 진술조력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진술조력인의 지정을 요청하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한다.

특히 피고인에 대한 두려움, 피고인의 가족 등의 위협 때문에 피고인 측과 대면해 진술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거나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충분한 증언을 하기 어려운 상황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증인신문의 비공개, 피고인 퇴정, 화상증언, 차폐시설의 사용 등 증인신문 시 피해자 보호 조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단, 증인신문 시의 피해자 보호 조치는 의견서와 별개로 피해자의 명의로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 좋고, 의견서에는 보호 조치가 필요한 이유를 포함해야 한다.

■증인 출석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의견=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될 수 있다.

피고 측이 재판의 지연 또는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경우 피해자가 이미 여러 차례 진술해 재차 증언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경우와 같이 증인 출석이 부적절한 때에는 그 이유를 제출하면 된다.

증인 신청이 예상되면 가급적 재판 절차의 초기에 의견을 내도록 하고, 즉각적 대응이 필요한 때에는 법원에 대한 의견서 제출보다는 먼저 구두로 검사에게 요청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단법인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성폭력 상담소 등이 1일 개회한 발표회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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