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와 함께 달리고 있는 이윤동씨의 모습. ⓒ박경태

“나에게 마라톤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자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17일 경주국제마라톤 대회에는 출발선 위에 유달리 상기된 얼굴을 한 참가자가 보였다. 다른 참가자들과도 무엇인지 조금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참가자의 왼손목과 자원봉사자의 손에 끈이 연결돼 있는 것.

주인공은 지난 2003년부터 마라톤 풀코스(42.195km)에 도전, 100번째 완주에 도전하는 이윤동씨(54세, 시각장애1급).

그는 이번 대회에서 마라톤계에서 신화적으로 받아드리는 ‘마라톤 풀코스’ 100번째 완주라는 값진 성과를 일구어냈다.

마라톤은 희망을 쓰는 일기

그는 지난 2003년 마라톤 입문 6개월 만에 ‘제10회 경주동아마라톤대회’에 참가, 풀코스를 완주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선천적 시각장애로 유난히 힘든 유연시절을 보냈고, 가난과 주위의 시선은 또 다른 장애로 사회와 소통하는 장벽으로 다가올 때마다 외로움과 우울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는 세상과의 소통은 결국 “내가 장애를 극복하거나 아니면 장애가 나를 정복하던가?”의 문제로 인식, 세상과의 작은 관계를 시작했다.

수많은 도전과 실패는 그를 더욱 강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앞으로 나가며 희망을 위해 달려 나갔다.

언제인가부터는 단순히 마라톤 완주의 기록이 아닌 타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 멈출 수 없는 일상으로 자리잡게 됐다.

“‘나의 뛰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얻었다’라는 말이 가장 듣기 좋은 말이며,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는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마라톤 기록을 위한 마라톤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장애는 극복할 수 있기에 장애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울산시각장애인연합회장을 역임한 그는 시각장애인으로는 국내 최초로 국가 공인 대한민국 한자급수자격 검정시험 사범급(한자 5000자를 자유롭게 쓰고 읽고 하는 과정)에 합격,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특히 그의 시력은 혼자서 보행하기도 힘든 정도의 시력으로 확대한 시험지를 돋보기를 사용해 한자 한자 쓰고 읽어야하는 상황이어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장애는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장애가 더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작은 기술과 능력을 실천하고 이를 통해 행복을 느낄 때 장애는 결코 장애인의 곁에 있지 않을 것이다.”

나눔은 마음이다

그는 지난 2007년 대한민국장애인극복상을 받았다. 부상으로 받은 상금을 울산시각장애인연합회에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에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작은 후원을 끊임없이 실천하고 있는 후원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자신이 가진 한자능력을 어려운 형편에 한자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주민들을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기탁하고 있으며, 앞으로 100km 울트라 자선 마라톤을 열어 후원되는 모든 후원금을 장애노인들을 위해 기탁할 예정이다.

그가 나누고 싶은 희망의 열매는 무엇일까? “내가 행하는 것은 작은 실천이다. 나의 능력과 재능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 결국 나눔은 마음이다.”

그는 100번째 마라톤을 완주하고 밝힌 소감에서도 “우리사회가 장애인들에게 좀 더 많은 배려와 관심을 가졌으며 좋겠다”라며 활짝 웃었다.

100번째 마라톤 대회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펼치고 있는 장면. ⓒ박경태

*박경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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