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이 피부 미용사들의 전신 마사지 허용에 반대하는 노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컷뉴스 사회부 조은정 기자

다음달 처음으로 시행되는 피부 미용사 국가자격검정시험을 앞두고 시각장애인들과 피부미용사 대표 단체의 맞불 농성이 진행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신호탄을 울린 것은 시각 장애인들. 마포대교를 점거해 고공 농성을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대한안마사협회(회장 송근수) 소속 시각장애인 38명은 2일 저녁 7시쯤 여의도 방면 마포 대교 중간 지점에 위치한 인도와 교각을 점거해 고공농성을 벌여 다음날 새벽까지 경찰과 대치했다. 또 이 단체 소속 시각장애인 150여명도 마포대교 남단둔치에서 2일 밤 9시부터 다음날 자정까지 집회를 열고 보건복지부의 법률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다음달 5일에 처음 시행되는 피부미용사 국가자격검정시험에 신체범위를 머리카락과 얼굴, 손 등으로 제한할 것 등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하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김영옥(44 남)씨는 "보건복지부에서 피부미용자격시험에 부위의 제한을 두자는 우리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다시 말을 바꿔서 전신 경락 마사지를 허용하려고 한다"면서 "피부미용사들에게까지 전신 마사지를 허용하면 우리같은 시각장애인들은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부천시 중동에서 안마를 하고 있는 이지영(35 여)씨는 "국가 자격시험에서 전신 경락마사지를 모두 허용하게 되면 우리같은 장애인들은 경쟁이 안될 것"이라면서 "생존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생업을 접고 집회에 참석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는 시각장애인 400여명이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가족부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대한안마사협회 회장 송모씨가 음독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3일 보건복지부 당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편 서울 종로구 청운동 신교 로터리에서는 피부미용사협회(회장 조수경) 임원들 20여명이 지난 1일부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미용사 자격시험에서 마사지 신체 부위를 폭넓게 허용할 것을 요구하는 등 앞서 시각장애인들의 요구와는 정반대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 회장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안마와 피부미용의 업무는 엄연히 다르다"면서 "피부미용에 특정 부위를 제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되고 업무를 침해하는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안마사와 피부미용사들의 갈등은 해묵은 논쟁이다. 하지만 이렇게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것은 당장 다음달 초부터 시행되는 피부미용사 국가검정자격시험에서 마사지 부위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따라 업무 범위가 상당부분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바탕에는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 보장과 직업의 자율성, 안마와 피부미용이 어느정도 고유성과 유사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 등이 얽혀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해 '한국수기마사지협회'에서 집회를 열고 있고, '의사협회'와 '한의사 협회'에서는 마사지가 치료의 범위까지 침범한다며 마사지 자격시험에 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각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아직 보건복지부에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 단체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CBS사회부 조은정 기자 aori@cbs.co.kr/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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