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잡노마드’사회가 되었다. 잡노마드란 직업(job)을 찾아서 이곳저곳을 유랑하는 유목민(nomad)이라는 뜻이다. 이런 판국에 한 직장에서 18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 무려 81%가 넘는 곳이 존재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믿기 어려운 일이 실제 일어나는 현장이 있다. 바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에듀넷 재택 모니터 요원 업무다. 에듀넷 재택 모니터 요원은 현재 100% 장애인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에듀넷·티-클리어 캡쳐. ⓒ이복남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1999년에 설립되었으며 유치원부터 초·중·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학술연구 분야 정보화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에듀넷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라는 기관 설립보다도 앞선 19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교육정보종합서비스로 개통하였다. 에듀넷은 개통 후 현재까지 21년간 초·중등 교사, 학생의 수업‧학습 및 협업‧소통 활동을 지원하는 국가교육정보통합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에듀넷·티-클리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에듀넷·티-클리어는 급변하는 교육정보 트렌드에 맞춰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학교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서비스 등을 지원하기 위하여 매년 신규 서비스를 오픈하고 구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 속에서도 에듀넷이 중단하지 않고 21년간 꾸준히 진행해 온 유일한 사업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에듀넷 장애인 재택 모니터 요원 사업이다.

모니터 요원 운영 실태. ⓒ에듀넷·티-클리어

물론 에듀넷 재택 모니터 요원 사업도 21년간 조금씩의 변화는 있었다고 한다. 에듀넷이 개통된 1996년에는 장애인 요원과 비장애인 요원이 혼재된 형태로 재택 모니터 요원이 운영되었다. 그러다 장애인 직업생활 보장 확대를 위해 2004년부터 지금까지는 전원 장애인으로만 운영하고 있다. 현재 총 16명이 근무 중이며 이 중 13명(약 81%)이 18년 이상 근무한 장기 근속자이다.

에듀넷 장애인 재택 모니터 요원의 주요 업무는 서비스 운영 지원, 모니터링, 고객 대응 등으로 에듀넷의 품질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서비스 운영 지원 업무는, 에듀넷·티-클리어 사용자가 접수한 콘텐츠 오류 내역을 확인하고 수정 요청을 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 관점에서 분석한 서비스 개선 사항을 제안하는 역할이다.

모니터링 업무는, 에듀넷·티-클리어 서비스 모니터링과 콘텐츠 모니터링, 성능 모니터링으로 나뉘며 에듀넷·티-클리어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원활하게 제공되도록 실시간으로 관리, 감독하는 역할이다. 또한 고객 대응 업무는, 에듀넷·티-클리어 고객센터 내 문의하기, 제안하기, 의견수렴 게시판 등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 관리 및 Q&A 답변을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서 최전방에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재택 모니터 요원의 노력이 더욱 더 빛을 발한 순간이 있었는데, 2016년 행정자치부가 선정한 서비스 우수기관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에듀넷이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린 것이다.

지역별 참여 현황. ⓒ에듀넷·티-클리어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성실히 업무를 수행해준 재택 모니터 요원들에게 에듀넷·티-클리어는 언제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으나, 재택 업무 특성 및 그들의 여건 상 전국 곳곳에 흩어져있는 재택 모니터 요원이 한 자리에 모여 실제 얼굴을 마주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에듀넷 개통 20주년을 맞이하여 2016년 10월 28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행복교육과 함께하는 에듀넷 개통 20주년”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재택 모니터 요원을 초대해 감사패를 증정하고 앞으로의 재택 모니터 운영 방향을 논의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체장애 2급 정현희(50) 씨는 초창기 때부터 20년을 일해 왔다고 했다.

“20년 전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이 일을 하게 되었는데, 하루 4시간이라 시간적 부담은 적은 데 반해 일이 주는 보람은 매우 커서 내가 에듀넷·티-클리어의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작년 20주년에는 본사에서 재택근무 모니터 요원들을 모두 초대 했는데 와상 장애인 몇 명은 참석을 못해서 아쉬웠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는 그동안 수고했다고 격려하는 감사패도 받았습니다.”

벌써 또 1년이 돌아와서 21주년이 되었다. 일은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루 4시간을 자신이 편한 시간을 택해서 하는데 정현희 씨는 밤에 일 한다고 했다.

주로 하는 일은 선생들이 올린 자료를 검수·교정하고 게시판 상담에 답변 하는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모니터 요원이 너무 많다는 얘기도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본사에서 아직은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지켜 주려고 16명을 고수 하는 것 같아서 고맙다고 했다.

에듀넷·티-클리어 개통 20주년 기념행사. ⓒ에듀넷·티-클리어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석수 원장은 “앞으로도 장애인의 생활 안정을 위해 에듀넷·티-클리어가 지속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업무 환경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을 다할 것”이라며, “교육 관련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년 이상의 긴 세월동안 에듀넷과 장애인 재택 모니터 요원이 동고동락 할 수 있는 이유는 비단 생계보장 및 생활 안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상호 간 쌓아온 신뢰가 두텁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오랜 시간 근무한 재택 모니터 요원은 에듀넷 서비스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여 서비스 운영 품질 제고에 큰 기여를 하였고, 에듀넷은 장애인이 재택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근무 환경을 최대한 배려하였기에 오늘날까지 함께 해 온 것 같다.

에듀넷 외에도 장애인을 고용해서 사업을 운영하는 또 다른 사례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20년 이상 꾸준히 유지하고 운영하는 사례는 에듀넷이 국내에서 유일한 것 같다. 이러한 에듀넷 재택 모니터 요원 운영사례를 바탕으로 장애인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바람직한 근로문화조성과 고용확대를 위한 노력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 장애인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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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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