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장애인단체는 29일 오전 10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시간 끌기 시범사업 강행, 영화진흥위원회 규탄’ 릴레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장애계가 차별 없는 장애인 영화 관람을 위한 법원의 승소 판결에도 적극적인 조치 없이 ‘시간 끌기식’의 시범사업을 강행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를 규탄하며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등 7개 장애인단체는 29일 오전 10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제1차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는 9월 1일 CJ CGV 왕십리점에서, 9월 5일 메가박스 상암에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이어간다.

지난 2016년 2월, 시각·청각장애인 당사자 4명은 극장 사업자(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을 상대로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매월 적게는 1회, 많게는 3회씩 별도의 상영관에서 특정 영화를 지정해 운영하는 ‘영화관람데이’가 아닌,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취지였다.

이에 1심 법원은 원고들이 관람하고자 하는 영화 중 제작업자 또는 배급업자 등으로부터 자막과 화면해설 파일을 제공받은 영화에 관해 화면해설 및 자막, FM보청기기를 제공하고 원고들이 영화관에 접근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통해 자막 또는 화면해설을 제공하는 영화의 상영시간 등 편의 내용을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극장 사업자가 즉각 항소했지만 지난해 11월 25일 2심 재판부 또한 ‘장애인 차별’을 인정하며, 300석 이상의 좌석 수를 가진 상영관과 복합상영관 내 모든 상영관의 좌석 수가 300석이 넘는 경우 1개 이상 상영관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한 총 상영 횟수의 3%에 해당하는 횟수만큼 화면해설과 자막을 제공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피고인 극장 사업자들은 2심의 결과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상황이다.

‘장애인 권리는 뒷전, 시간 끌기 시범사업 강행하는 영화진흥위원회 규탄’ 피켓. ⓒ에이블뉴스

장추련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2016년부터 시작된 시청각장애인의 영화관람권 보장을 위한 재판의 모든 과정을 관련 공공기관으로서 함께 참여하고 지켜봐왔다.

하지만 영진위는 장애인의 영화관람권 보장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닌, ‘장애인 동시관람 상영시스템에 대한 시범상영 및 수용성 조사’ 진행함으로서 장애인의 권리를 다시 한 번 막아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6년간의 소송과정에서 기술적으로도, 비용적으로도 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이 충분히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장애인의 영화관람권 보장을 위한 연구와 조사는 이미 여러 차례 진행됐음에도 영진위는 해당 시범사업을 강행했다는 것.

이번 시범사업은 장애인의 영화 동시관람과 관련해 상영시스템과 수용도에 대한 시범운영을 하는 것으로, 이날 오전 10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을 시작으로 6일간 총 18회 진행된다.

29일 오전 10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곽남희 권익옹호 활동가(왼쪽)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오른쪽). ⓒ에이블뉴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곽남희 권익옹호 활동가는 “시각장애인인 나는 12살이던 해 당시 인천 해강학교에서 단체로 영화 관람을 한 것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처음 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영화는 잘 즐겨보지 않는다. 대사 중심이 아닌 액션, 상황중심으로 이뤄지는 영화는 화면해설 등 편의가 제공되지 않으면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영진위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즉각 편의를 제공해 시각장애인도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구했다.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정말 어이가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지났다. 이 법이 제정될 때 나는 모든 장애인들이 영화관에서 차별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시각‧청각장애인들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즐길 수가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6년 전부터 소송을 시작했고, 1인 시위를 진행했으며 영진위와 만나 계속 이야기 했다. 결국 1심과 2심 재판에서 승소했다. 그런데 영진위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시범사업은 수차례 진행됐다. 법이 없어서 법을 만들었다. 기술이 안 된다고 해서 기술도 만들었다. 제정이 없다고 해서 제정도 마련했다”며, “영진위는 장애인의 편에 서서 장애인이 영화관에서 차별 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그 책임을 다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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