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이동권소송연대가 지난 2017년 6월 2심 판결을 앞두고 “시외이동권을 보장하라”며 500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했다.ⓒ에이블뉴스DB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28일 “장애인의 시외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장애인들의 공익소송에 경기도가 소송비용을 청구하고 나섰다”면서 “반인권적인 경기도, 즉각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헌법 제10조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준수하라는 요구다.

연구소에 따르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탑승 가능한 시외버스가 운행되지 않아 장애인들의 시외이동권이 제약받고 있는 점에 대해 대한민국과 서울특별시, 경기도, 금호고속 및 명성운수를 상대로 장애인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한 지체장애인 김모씨는 지난 24일 경기도로부터 소송비용액 총 1129만 4517원을 원고들이 분담해 납부하라는 소송비용확정신청서를 송달받았다.

이 소송은 2014년 3월 4일 3인의 지체장애인과 1인의 고령자, 1인의 영유아동반자가 함께 제기한 공익소송이다.

원고들은 경기도에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 제7조2 및 경기도 조례에 따라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에 저상버스나 휠체어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 도입계획을 포함하고 계획에 따라 해당 버스를 도입할 의무가 있으나 경기도지사의 계획 어디에도 광역 간 이동, 시외이동을 위한 버스에 저상버스 등 도입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없어 이러한 행정계획은 교통약자법을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반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6민사부는 “경기도지사가 시내버스 및 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는 것에 관해 어떠한 일체의 계획 내지 방안도 마련하고 있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으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 제30민사부와 최근 판결을 선고한 3심 대법원 제1부는 정부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연구소는 “이 소송은 이동권이 제약되어온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애절한 호소였으며, 교통약자의 동등한 시외이동권 보장과 이를 통한 평등 실현 등 철저히 사회적 약자의 권익증진과 사회 전체의 공동선을 증진하기 위한 취지의 공익소송이었다”면서 “원고의 전부승소로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버스회사들의 책임이 인정되어 법원은 버스회사들에 원고들을 위한 휠체어 승강장비가 설치된 버스를 도입하라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들은 소송을 통해 교통약자의 시외이동권 보장이라는 사회적 의제를 제기했고, 소송수행과정에서 시외이동권보장을 위한 장애인단체와 정부 당국의 협의가 시작됐을 뿐만 아니라 협의의 결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 시외이동권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고 휠체어 승강 장비가 설치된 버스 도입을 위한 연구 용역이 수행되는 한편, 일부 구간에 해당 버스가 시범적으로 도입되는 등 소기의 성과 또한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공익소송의 제기에 기꺼이 발 벗고 나선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에게 감사를 표해도 부족할 판에 소송비용을, 그것도 지방정부가 청구하고 나선 것은 사회적 약자의 호소에 재갈을 물린 행위이며, 부조리한 사회현실을 개선하고자 공익소송을 도운 시민사회단체와 공익변호사들에도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것이 연구소의 판단이다.

2018년 일명 '신안군 염전노예사건'의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사건 발생에 주된 책임이 있는 신안군이 피해장애인들을 상대로 소송비용을 청구하고 나섰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철회한 바도 있으며, 이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공익소송에 패소자부담주의를 완화 시키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의 입법이 국회에서 추진 중이라는 것.

연구소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차별시정과 권리구제를 위한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는 차별구제청구소송에서 패소자에게 비용을 전부 부담시키는 것은 법 제정의 취지 역시 몰각시키는 것”이라면서 장애인 시외이동권 공익소송에 소송비용을 청구하겠다고 나선 경기도에 소송비용확정신청 즉각 철회와 진정성 있는 사과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와 함께 국회에 “공익소송 패소자부담주의를 경감하는 내용의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조속히 발의해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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