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서울시 탈시설화 사업 10주년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를 열었다.ⓒ에이블뉴스

서울시가 탈시설정책에 따른 장애인거주시설 변환모델을 내놨지만, “장애인 없다”며 주객전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운영사업자나 종사자 등 주변인들의 목소리만이 담긴 물리적 시설 변환에만 편중됐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서울시 탈시설화 사업 10주년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서울시복지재단과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주관했으며, 서울시복지재단 정책연구실 김현승 연구위원이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 변환 방안 모색’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둘러싼 정책 여건에 대한 분석 및 진단을 통해 향후 운영 방향성을 제시하고, 장애인 거주시설 변환 모형 개발 및 시범사업 운영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복지재단 정책연구실 김현승 연구위원.ⓒ에이블뉴스

현재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은 2013년 44개소에서 2018년 45개소로 1개소 늘어났다. 구체적 30인 이하 시설은 6개소에서 12개소로 2배 증가, 71인 시설은 16개소에서 8개소로 절반 감소했다.

시설장애인은 60%가 발달장애인으로, 2013년 3168명에서 2018년 2523명으로 645명 줄은 반면, 종사자는 1830명에서 1845명으로 약간 증가한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은 ”주 52시간 근무제도로 종사자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시설 변환의 이해관계자들.ⓒ에이블뉴스

연구를 통해 이해관계자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각 쟁점은 ▲시설장애인: 시설 내에서 24시간 포괄적 돌봄→공백 ▲가족: 가족의 돌봄 부담 증가 ▲종사자: 고용 불안정→일자리 상실 ▲시설: 관리 감독의 어려움→서비스의 질 저하 ▲법인: 기본재산처분 등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규제 등이 꼽혔다.

연구는 시설 변환 모형을 5가지 유형으로 구상했다. 공통으로 장애인거주시설은 거주서비스지원센터로 전환되며, 이용자들은 각 지원주택으로 거주 이전하는 내용이다.

먼저 ▲A모형: 지역사회 주거 서비스 사업(일부종사자 거주서비스 지원센터 전환배치, 상당수 종사자 고용 불가) ▲B모형: 주거서비스+신규 장애인 분야 사업 병행(일부종사자 거주서비스 지원센터 전환배치 또는 신규 장애인 분야 사업 직무 전환배치, 일부종사자 고용 불가) 등이다.

장애인거주시설 변환 유형 5가지.ⓒ에이블뉴스

또 ▲C모형:기존사업 종료+신규 장애인 분야 외 사업(일부종사자 거주서비스 지원센터 전환배치 또는 신규 장애인 분야 사업 직무 전환배치, 새로운 사업자에 일부종사자 고용 불가, 새로운 사업자에 인계) ▲D모형:기존사업 종료+신규 장애인 분야 외 사업(소수 종사자 장애인 분야 외 사업 직무 전환배치, 상당수 종사자 고용 불가) ▲N모형:기존사업 종료+법인 해산(시설 폐쇄 및 법인 해산, 전체 종사자 고용 불가) 등으로 나뉜다.

이중 추진 가능성이 큰 모형은 ▲B모형: 주거서비스+신규 장애인 분야 사업 병행(일부종사자 거주서비스 지원센터 전환배치 또는 신규 장애인 분야 사업 직무 전환배치, 일부종사자 고용 불가) 이었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이용자의 안전성, 종사자의 고용 안정성, 기존 시설의 활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B모형이 가능성이 크다고 꼽혔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법인의 추진 의지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가 4일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거주시설 노동자에게 고용 승계 보장, 탈시설장애인을 위한 지역장애인이용시설 대폭 확충 등이다.ⓒ에이블뉴스

김 연구위원이 꼽은 6가지 정책과제는 ▲탈시설 후 서비스 연계 ▲종사자 고용대책 ▲지역사회 거주서비스 전달체계 ▲법인의 기본재산처분 및 활용 ▲시설 변환 후 예산 지원 및 재원 조달 ▲시설 변환 추진 절차 등이다.

먼저 시설 내에서 24시간 포괄적 돌봄 서비스를 받던 장애인이 탈시설 후 서비스 공백 해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돌봄 및 의료지원 필요 수준이 낮을 경우 지원주택에서의 활동지원 이용, 24시간 돌봄이 필요할 경우 지원 인력이 상주하는 소규모 돌봄 주택과 집중 돌봄 주택에 거주하는 등 필요 수준에 따라 선택권을 확대하자는 내용.

또 거주시설 종사자 약 1845명 중 최대 40%가 일자리를 잃는 것으로 예상되는 바, 고용대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종사자 809명 중 58.7%가 탈시설 정책으로 ‘일자리 상실’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종사자에 대한 고용 책임은 법인에 있다. 정부의 경우 사실 법적으로 책임지는 내용은 없지만, 종사자들의 긴장감이 계속되는 부분에 대해 방안을 내놓는다면 탈시설 후 초기정착, 서비스 연계, 사례 관리 등을 위한 인력으로 재배치하는 안이 있다. 다만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의 경우 장애인복지관, 재활병원 등으로 연계되는 부분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기존 종사자인 간호사를 집중돌봄주택에 배치하는 간호코디네이터를, 생활재활교사를 돌봄주택과 집중돌봄주택 주거매니저 또는 코치로, 사회재활교사를 주거매니저로 직무를 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은 일자리를 잃을 확률이 높아 장애인복지관, 바우처사업, 재활병원 등으로 연계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더불어 대규모 장애인거주시설 1개소가 다수의 소규모 지역사회 주택들로 변환함으로써 ‘거주서비스지원센터’ 설치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소관 주택의 행정, 대체인력 지원, 서비스 질 관리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센터는 1개소당 30~50인의 규모로, 배타형, 지역거점형, 확장형 등 다양한 유형으로 설치될 필요가 있다는 것.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 전경.ⓒ에이블뉴스

법인의 기본재산 처분에 대해서는 ▲기본재산을 매도․증여․교환․임대․담보제공 또는 용도변경하고자 할 경우 시도지사의 허가 필요 ▲주무관청 정관 변경 허가 요청 ▲기본재산 처분의 시기 및 범위, 처분 후 수령한 보장금의 용처 등에 대한 완화된 기준 마련 ▲민간에서 자체적 매각이 어려울 경우 국가나 지자체 직접 매입이나 자산 대체 등을 제시했다.

법인의 기본재산을 다른 목적사업으로 활용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법인설립허가가 취소되지 않도록 특례 규정 ▲정관에서 정한 목적사업 외 사업을 시도할 경우 정관변경에 대한 시도지사의 인가 범위를 폭넓게 인정 등을 제안했다.

시설 변환 후 보조금 지원 기준과 관련해선, 대규모 시설을 다수의 소규모 주택으로 전환 시 새로운 예산 지원 기준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원 방식에서도 기존 포괄적 예산 방식에서 1인당 거주인원을 기준으로 예산 지원 기준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들었다.

시설 변환 후 예산 지원과 관련해선, 국고보조금을 계속 지원하거나, 공동생활가정 등 유사 소규모 시설과 동일하게 지방예산으로 편성하는 방안 두 가지를 함께 제안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에이블뉴스

이 같은 연구 내용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는 ”정책의 주인공인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주변인들의 이야기만 있다“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김 활동가는 ”탈시설 정책은 장애인이 주거의 점유권, 룸메이트 선택권, 서비스 선택권으로 풀어야 한다. 그런데 이 연구는 마치 시설운영자의 요구를 수행하기 위해서 변환의 이름으로 기존의 재정지원 유지, 권한 유지, 사업권 유지, 명예유지 방법을 제시한 주객이 전도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시설 변환 5가지 유형에 대해서는 ”기존 시설들이 변환되는 것이 탈시설 정책인가? 되물을 수밖에 없다. 20년 전부터 시설협회가 주장해온 시설 소규모화 정책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눈에 보이는 물리적 규모만 소규모로 바뀌는 것 외에 어떠한 변환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저 운영자 및 종사자가 원하는 것을 정리한 내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또한 기존의 시설 보조금을 그대로 보존해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국가가 장애인을 제외하고 운영사업자에게 재정운영권을 줬던 기존의 제도 한계를 그대로 담고 있다“면서 ”시설 노동자의 진짜 사장은 정부다. 사회서비스원에서 고용을 일괄 승계하고 유관기관에 업무를 재배치하거나 재교육 후 배치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에 김 활동가는 시설 변환의 핵심적인 과정으로 ▲서울시 시설거주인 3000명에 대한 개인별 서비스 전환 계획 수립 ▲개인별서비스 전환 계획 수립 및 거주시설 변환을 위한 컨설팅팀 운영 ▲지역사회 기반 주거서비스 기준 마련 ▲변환에 적극적인 법인 및 운영사업자 지원을 위한 서울시의 행정지원 보장 ▲노동자 고용보장을 위한 계획 수립 등을 제시했다.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 조준호 대표이사, 충현복지관 강태인 관장, 교남소망의집 황규인 원장.ⓒ에이블뉴스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 조준호 대표이사는 ”시설장이 현재 교도소장 컨셉에서 호텔업장 컨셉으로 바뀌어야 한다. 서비스가 좋을수록 칭찬받고, 나쁘면 도태돼야 한다“면서 ”현재 장애인이 술먹고 교통사고 나면 시설장이 책임져야 하는데, 그런 형태가 아니라,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책임지는 변화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현복지관 강태인 관장은 ”이해관계자를 장애인, 가족, 종사자, 운영법인으로만 한정한 것으로 보여 지역사회 서비스 기관도 함께 참여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탈시설 장애인에 대해 주거+활동지원을 혼합한 집중 돌봄 주택은 눈에 띄지만, 간호코디네이터로 다 될까 싶다. 필요할 경우 촉탁의, 또는 장애인 주치의 제도 도입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보완점을 제시했다.

교남소망의집 황규인 원장은 "여러 이해관계자의 심정과 고충을 다방면으로 고려한 점, 커뮤니티케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대안"이라면서 "기존 시설의 유지 수단이라고 비판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2523명의 시설 입주인이 모두 다 한꺼번에 지역사회 주택을 구입하고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지루한 논쟁은 할 필요도 없다. 다섯가지 모형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보호시설과 그룹홈이 시설변환 논의에 함께 들어와야 하며, 시설변환을 추진함에 있어 구체적인 지역사회 서비스 계획이 반드시 함께 수립돼야 한다고 보완점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설을 운영하면서 간곡한 바람이 있는데, 시설입소를 할 수 밖에 없는 가족의 형편이 있다. 고여 있는 문제의 핵심은 외면한 채 그저 시대에 뒤쳐졌다고만 바라볼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그동안 서울시가 탈시설 정책을 선별적으로 시행하며 시설입소를 제한하는 동안 다수의 발달장애인들은 연고도 없는 지방 소재의 시설로 입소를 했고, 정신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소했다. 몇 사람을 선별해 탈시설 하겠다는 것이 아닌, 장애인들의 삶이 시설에 있든, 지역에 있든 점진적으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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