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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척수장애인 가정, 정부지원 관심밖

희생 강요는 당연 ‘고통’ 가족지원 정책 없다

해외 다양한 지원책…심리지원·가족센터 절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9-27 17:31:16
군 제대 후 복학 준비 중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A씨의 가정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갑작스러운 장애는 당사자만의 고통이 아니었다. 단란했던 가정은 장애를 입은 A씨를 돌봐야 한다는 원망감, 그리고 죄책감, 미안함 등 부정적 기운만 맴돌았다.

그의 어머니는 A씨에게 모든 것을 올인 했고, 아버지는 그저 지켜만 볼 뿐 이었다. 대학교 4학년인 A씨의 동생은 미래에 대한 진로불안과 형에게 모든 것을 집중하는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복잡한 심경으로 괴롭다.

이는 비단 A씨 가정만의 사연은 아니다. 중도장애인들이 겪는 고통은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짊어질 수밖에 없다. 척수장애인 가정의 어려움을 위해 가족정책의 필요성이 한목소리로 제기됐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27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7 척수장애인대회 국제세미나’에서 가족지원정책의 실천방향을 모색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27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7 척수장애인대회 국제세미나’에서 가족지원정책의 실천방향을 모색했다.ⓒ에이블뉴스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27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7 척수장애인대회 국제세미나’에서 가족지원정책의 실천방향을 모색했다.

UN장애인권리협약 제28조에는 ‘장애인 자신과 그 가족이 적정한 삶의 수준을 누릴 권리와 생활환경조건을 지속적으로 증진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가족 지원 정책은 부실하다. 중앙정부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 대상 장애아동수당, 장애자녀교육비, 활동지원제도 뿐이다.

지자체 조례를 통해 총 67개소의 전국 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설치됐지만 발달장애인 위주로 진행, 유형별 다양한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 하는 것이 현실.

지난 8월 7일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됐다. 제30조2 내용.ⓒ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8월 7일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됐다. 제30조2 내용.ⓒ에이블뉴스
척수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돼 장애인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돼있지만 일부 특정장애유형의 가족을 위한 장치로 전락될까 매우 유감”이라며 “척수장애 부모에 대한 지원은 매우 열악하다. 같은 장애인 가족이지만 장애유형이 다르고 후천적이라는 이유로 배제가 되는 기이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선진국인 뉴질랜드, 영국에서는 척수장애인 가족을 위한 지원 정책이 이뤄지고 있을까?

영국 국립 척수손상센터 환자교육 루시 로빈슨 코디네이터는 척수센터인 스토크 맨드빌 속 가족 지원을 소개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영국 국립 척수손상센터 환자교육 루시 로빈슨 코디네이터는 척수센터인 스토크 맨드빌 속 가족 지원을 소개했다.ⓒ에이블뉴스
뉴질랜드 척수재단 가족&동료 네트워크 데브라 에드몬즈 수석 코디네이터는 척수장애인과 가족들을 위한 정보, 교육, 연구, 지원을 제공하는 ‘뉴질랜드 스파이널 트러스트’ 단체를 소개했다.

이곳에서는 뉴질랜드 2개의 척수센터와 연계해 척수장애인 가족에게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가장 큰 목적은 척수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자신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면 바로 이용할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 일대일 지원, 실질적 도움, 조언, 격려를 제공하고 희망과 낙관적 기대를 제시한다. 또 지식을 통한 역량 강화 역할도 한다. 단, 사생활을 존중한다.

이를 통해 척수장애인 가족은 카드를 통해 감사를 전하고 있다."남편을 도와주는 일은 쉽지 않지만 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줘 굉장히 힘이 난다", "제 삶을 변화시켰다"

영국 국립 척수손상센터 환자교육 루시 로빈슨 코디네이터는 척수센터인 스토크 맨드빌 속 가족 지원을 소개했다.

환자 교육 안에는 환자 스스로 자신을 돌볼 능력이 있다는 점에 대해 가족에게 신뢰를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나는 손상 이후의 삶의 내용에 대해 환자와 가족들이 이를 구체화하고 직장으로 복귀나 여행을 포함한 앞으로의 가능한 내용을 알려주고 성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환자가 처음 시설 적응이 되지 못할 경우 가족실을 제공하고 재활시설에서 퇴원하지만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립생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가족들의 어려움 해소를 위한 가족상담사는 전화로 대화를 진행하고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도운다.

이외에도 척수장애인 가족의 날이라는 일간 행사를 통해 기본 건강관리 교육과 미래 설계를 돕는다. 또 척수손상 자선 단체인 백업과 협력해서 척수장애인과 가족을 자원봉사 멘토와 연결해주는 멘토링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 척수장애인 가족들의 어려움을 위한 현실적 정책은?

서울시장애인복지재단 이수진 장애인가족지원팀장.ⓒ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서울시장애인복지재단 이수진 장애인가족지원팀장.ⓒ에이블뉴스
서울시장애인복지재단 이수진 장애인가족지원팀장은 “15가지 장애유형별 장애인 가족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 욕구에 대한 접근과 설계가 부족하다. 지금이라도 설계를 명확히 하고 고민이 필요하다”며 “장애유형별 욕구조사를 통해 체감도 있는 정책과 실천 과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척수협회 이찬우 총장은 “가족은 간병인이거나 보조인이 안 된다. 가족의 희생만을 강요할 수 없다”며 “재활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돼있는 가족들을 위해 심리 상담과 인식개선, 정확한 지식 습득 등 가족 교육이 시작돼야 한다"며 손상초기 가족교육의 중요성을 들었다.

또한 인력과 비용의 문제로 척수장애인이 배제돼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대상을 확대해 가족들의 간병 부담도 덜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척수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이 발표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척수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이 발표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이찬우 총장은 “장애인이 스스로 자립하게 해주는 것이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라며 당사자 사회복귀훈련 강화와 더불어 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모든 장애유형의 가족들을 위한 센터로 존재하도록 후속조치가 있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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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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