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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새로운 장애판정체계 도입 ‘흑과 백’

ICF 도입해 법령체계 개정…욕구 적용한 4등급

권리 관점 시도 ‘긍정’, “전문가 주도 여전” 비판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7-28 17:27:48
장애등급제 폐지를 외치는 장애인.ⓒ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등급제 폐지를 외치는 장애인.ⓒ에이블뉴스DB
대만이 지난 2012년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 이하 ‘ICF’)를 도입한 새로운 장애판정체계를 시작, 오는 2019년부터 전면적 실시할 예정이지만 “전문가들에 의한 주도”라는 비판이 현지 장애계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

장애사정과 욕구사정체계를 보완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장애등급이 서비스 적격성과 양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최근 국내외 장애인정책 동향을 담은 ‘코디슈(KoDDISSUE)’ 제1호’를 발간, 이 같은 ‘대만의 새로운 장애판정체계 도입’을 소개했다.

■2012년부터 ‘ICF 도입’ 장애판정체계=2012년 이전 대만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신체·정신적 손상에 대한 의료적 진단에 근거해 장애를 사정했고 이 결과로 나온 장애등급복지서비스의 적격성 여부에 영향을 미쳤다.

이와 같은 장애판정체계는 복지혜택의 사각지대를 낳았고 장애를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보는 시대의 흐름과도 맞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장애등급을 구분하는 기준의 비논리성과 비과학성에 대한 학계와 장애계의 지적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대만은 WHO 회원국은 아니지만 당시 장애판정체계의 변화 필요성에 대한 학계와 장애단체, 정부가 공감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2001년에 WHO에서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ICF)를 공표했을 때 ICF 도입은 대만 사회에 쉽게 수용될 수 있었다.

ICF는 장애를 권리의 문제로 간주하며 장애를 건강상태의 결과가 아닌 건강상 문제가 있는 개인과 환경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의 결과로 정의한다. 특히, 장애 정의에 있어서 개인의 활동과 참여를 가정하고 환경과 사회적 맥락을 강조함으로써 국제적인 장애 권리 운동에 부합하는 이론적 틀로 받아들여져 왔다.

대만ICF의 다차원적 장애 개념을 바탕으로 2007년에 기존의 ‘장애인보호법(身心障碍者保护法)’을 ‘장애인권익보장법(身心障礙者權益保障法)’으로 전면 개정했다.

2007년부터 5년간 사정도구 개발 및 시범사업을 거친 후, 2012년부터 새로운 장애판정체계를 실시하고 있으며 ICF는 자원 분배 및 서비스 제공의 새로운 사정틀로서 장애급여복지서비스 신청에 활용되고 있다.

대만의 장애유형은 총 8개다.ⓒ한국장애인개발원 에이블포토로 보기 대만의 장애유형은 총 8개다.ⓒ한국장애인개발원
환경욕구 담은 장애 정의…8개 유형, 4개 등급=장애인권익보장법에 근거하여 장애인에 대한 시각에 변화가 있었다. 대만은 장애인을 신심장애자(身心障碍者)라고 명칭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신체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이 모두 포함된다.

장애인권익보장법 이전의 정의에 따르면, 장애인은 ‘개인이 생리 또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서 사회참여 및 생산 활동 종사에 제한이 있고 (역량을) 발휘를 할 수 없는 자’로 정의되어 있다.

반면, 장애인권익보장법 상의 장애인은 ‘신체(정신 포함) 구조 혹은 기능에 손상이 있거나 불완전성으로 인해 현저한 일탈과 상실이 있고 이것이 개인의 활동과 사회생활 참여에 영향을 미치며, 의료계, 사회복지, 특수교육 및 근로상담 및 평가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 의해 장애 사정과 욕구사정을 통해 장애증명카드를 발급 받은 자’로 정의되고 있다.

신제도 하에서는 장애개념을 장애사정에 의한 손상뿐 아니라 욕구사정에 의한 욕구환경요인을 파악함으로써 종합적으로 정의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장애유형은 기존의 16개 유형에서 8개 유형으로 재분류 되었으며 장애등급은 극중도(極重度), 중도(重度), 중도(中度), 경도(輕度)의 4개 등급으로 유지되고 있다.

대만의 장애판정 및 서비스 연계 과정.ⓒ한국장애인개발원 에이블포토로 보기 대만의 장애판정 및 서비스 연계 과정.ⓒ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급여 신청 4단계, 돌봄 및 수당 지원=새로운 장애판정제도 하에서 장애급여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크게 네 단계를 거치게 된다.

첫째, 개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구청에 가서 장애등록을 위한 장애신청서 및 사정평가질문지를 받는다. 둘째, 신청자는 사정평가질문지를 예약한 병원의 의사에게 전달한다. 병원에서는 의사가 장애인의 손상부위에 따라 해당 영역의 b/s를 사정을 한다.

그리고 해당 병원의 비의료계 전문가(사회복지사, 특수교육종사자,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포함)가 WHODAS(WHO Disability Assessment Schedule)를 대만에 적합한 형태로 보완한 FUNDES(身心障礙鑑定功能量表, Functioning Scale of Disability Evaluation System)를 사용해 활동/참여, 환경요인으로 구성된 d/e 영역을 사정을 하게 된다.

이렇게 사정된 b/s와 d/e 영역을 전산시스템에 입력하면 두 영역의 총점과 비중에 따라 자동적으로 장애등급이 결정된다.

셋째, 사정결과는 해당 지역의사회국(司會局)으로 발송되며 사회국(주로 사회복지사)에서는 장애증명카드를 발급하고 장애유형과 장애등급에 따라 기본적인 장애수급의 적격성을 결정한다.

마지막 넷째, 장애인이 기본 장애수급 외에 추가적인 욕구가 있는 경우, 사회국의 욕구사정전문가는 ICF 체크리스트를 기반으로 제작한 욕구사정표를 사용해 욕구영역을 상세하게 사정하고 장애인에게 제공될 서비스 유형과 양을 결정하고 해당 서비스로 연계한다.

사회국에서 제공하는 장애수급과 서비스에는 거주관련돌봄(시설돌봄, 지역사회거주), 재가돌봄, 활동지원, 우선주차혜택, 대중교통 할인, 오락·문화시설 무료입장, 작업재활, 심리재활, 가족상담, 장애수당, 보조기구 구입 또는 재가·낮 시간 돌봄 서비스 이용시 의료보험료 및 현금보조금 지원 등이 포함된다.

장애인이 신청하는 모든 수급 또는 서비스는 장애인이 욕구사정을 위해 장애인으로 먼저 등록된 이후에 본인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전문가 주도, 당사자 참여 미약’ 강한 비판들=대만ICF를 도입해 법령체계를 개정하고 장애사정과 욕구사정체계를 보완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등급이 여전히 서비스 적격성과 양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고 장애사정에서 b/s 영역의 비중이 높다는 점은 아직 ICF대만에서의 정착이 미완성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구제도에서 장애등급 결정시 신청자가 자신의 손상 정도 외에 자신의 생활이나 욕구에 대해 의사에게 설명하고 의사는 이를 고려할 어느 정도의 재량이 있었다면, 오히려 신제도에서는 전산시스템에 의해 자동적으로 장애등급이 부여되기 때문에 제도가 더 엄격해 졌다고도 볼 수 있다.

새로운 장애판정체계의료 전문가들에 의한 주도,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의 미약 등 학계와 장애계의 비판도 강하게 일고 있다.

또한 새로운 장애판정체계의 도입 이후, 장애인의 장애등급이 높아졌는지 아니면 낮아졌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대만 정부에서는 신제도 하에서 장애등급 중증으로 판정된 경우가 9% 인상됐고, 경증으로 판정된 경우가 6% 하락했다고 보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전체 장애인 중 일부가 재심사를 받은 상황이고 새로 제도에 진입한 장애인의 경우 이전의 장애등급이 없기 때문에 결론짓기 어렵다.

권리의 관점에서 대만이 장애를 환경요인과의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정의내리고 장애사정과 욕구사정에서 ICF 틀을 활용하려고 한 것은 장애 패러다임에 부합하고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 다만 대만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이슈들에 대해서 다학제적 협력을 통한 지속적인 연구와 검토,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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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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