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와상장애인 김율만씨.ⓒ에이블뉴스DB

[2016년 결산]-② 누진제

올해 2016년 장애계의 시작과 끝은 ‘투쟁’이었다.

정치참여가 물거품된 제20대 국회에 대한 범장애계 투쟁을 시작으로, 30도가 넘나드는 더위 속 발달장애 부모들의 릴레이 삭발, 활동보조 수가 동결에 대한 삭발, 1인 시위, 12일간의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특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장애계는 시국선언을 통해 국가적 이슈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시외이동권, 장애등급제 등 풀리지 않는 장애계 숙제에 대한 투쟁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에이블뉴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00위까지 순위를 집계했다. 이중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10개를 선정해 한해를 결산한다. 두 번째는 지난 여름, 가뜩이나 더운데 장애인 가정을 더욱 열통 터지게 만든 전기요금 ‘누진제’다.

올 여름은 ‘폭염’의 절정이었다.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현재 그때의 기억은 시들해졌는지, “여름이 차라리 낫지”라고도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더위는 둘째 치고, 폭탄 같은 전기요금, 안녕하실까요? 비장애인도 울상인데, 에어컨 등 각종 전기제품을 꼭 사용해야 하는 장애인 가정의 경우는 오죽했을까.

에이블뉴스에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가 보도된 후, 중증장애인들은 너도나도 공감을 표하며 또 다른 사례에 대한 제보가 빗발쳤다. 폭염 속 ‘누진제 노예’가 된 장애인 가정, 그 원인은 누진제 체계부터 찾아봐야 한다.

가정용에만 적용되는 전기요금 누진제는 총 6단계로 나눠져 있다. 처음 100kwh까지는 60.7원, 200kwh 125.9원, 300kwh 280.6원 등이다. 6단계 500kwh가 초과되면 요금은 709.5원으로 1단계의 11.7배가 된다. 2004년부터 1~3급 장애인들에게 20%씩 할인해줬지만, 2012년부터는 8000원 할인으로 대폭 줄었다. “너무 한다”는 장애인들의 아우성에도 정부는 들은 척 만 척 했다.

그렇게 2016년, 해도 해도 너무한 더위가 찾아오며 ‘전기요금 누진제’가 국민적 이슈로 떠올랐다. 에이블뉴스에 나온 사례를 종합해보면, 먼저 호흡기장애인 1급 A씨는 30만원 폭탄 고지서를 받았다. 기본적으로 산소호흡기, 장마철이라 가습기도, 온도조절을 위해 에어컨도 켜야 하는 A씨에게 너무 가혹한 현실. 더욱이 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산소호흡기를 빼려한다는 부인의 사연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지체장애인 B씨의 경우 의수의족을 한 상태라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 수 밖에 없다. 7월15일부터 8월14일까지 책정된 8월분 요금은 18만원. 아마 9월분의 요금은 더 나왔을 것이다.

와상장애인 김율만씨도 “죽겠다”며 SNS를 보내왔다. 기초생활수급비로 어렵게 살고 있는 율만 씨의 전기요금은 29만1600원. 작은 침대에서 하루를 보내는 율만씨는 욕창, 체온조절 때문에 에어컨과 선풍기를 끌 수 없는 사정이었다. 설정온도 27도로 맞춰도 ‘폭탄’을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그래도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연일 언론에서 ‘누진제’를 때려대니, 정치권과 정부가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인 것이다. 누진제 개편 논의에 대한 테스크포스(TF)가 구성, 이달 전기료부터 소급되는 개편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 누진율이 기존 11배에서 최대 3배 내외로 크게 축소됐으며, 전체적으로 각 가정 평균 전기료가 11%정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누진체계도 3단계로 축소돼 200kWh 이하까지 93.3원, 201~400kWh 이하까지 187.9원, 401kWh 이상부턴 280.6원으로 책정된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 할인 한도도 월 8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확대된다. 특히 냉방권 보장을 위해 하계에는 2만원 할인이 적용된다.

이달부터 개선안에 대해선 소급 적용된다고 하니 장애인 가정들도 일단 조금이나마 발 뻗을 수 있겠다. 그래도 요금고지서를 받아볼 때까지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장애인 가정이 ‘누진제 노예’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을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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