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등이 17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CGV피카디리1958 영화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청각장애인의 차별 없는 영화 관람을 촉구했다.ⓒ에이블뉴스

“시·청각장애인도 관객입니다. 우리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세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등이 17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CGV피카디리1958 영화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청각장애인의 차별 없는 영화 관람을 촉구했다.

현재 국내 영화산업은 2014년 기준 2조276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인구 1인당 연간 4.19회의 영화관람 횟수를 기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 통계 속 시·청각장애인은 없다. 시각장애인은 화면해설을, 청각장애인은 자막을 제공받지 못하는 차별을 겪고 있는 상황. 강렬한 악역 유아인의 모습도, 가슴 저미는 ‘국제시장’의 감동도 공감하지 못했다.

‘시·청각 장애인은 당연히 배제되는 것 아니냐, 무리한 요구가 아니냐’ 라는 반문에도 할 말은 충분하다. 법에서도 분명 장애인 영화권은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11조, 장애인 권리에 관한 협약 제30조, 문화기본법 제4조,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4조 등에서 평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권리를 담고 있으며, 문화 예술사업자는 이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영화관을 찾은 이들은 “매월 1회 장애인 영화관람데이에 관람하라”는 영화관의 답변만을 수없이 들어야만 했다.

(위) 청각장애인 함효숙씨(아래)시각장애인 김준형씨가 각각 장애인 영화관람권을 요구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시각장애인 김준형씨는 “서울 큰 규모인 영화관을 찾아가서 화면해설을 물어봤더니 매월 셋째주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답변만을 받았다”며 “나는 직장을 다녀서 시간을 맞추기 힘들다. 내가 보고 싶은 시간에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각장애인 함효숙씨도 “지난해 사도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방문했는데 자막이 준비되지 않아서 실망했다”며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농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도가니가 개봉됐지만 자막이 없어서 그냥 멍하니 화면만 봤다”고 토로했다.

함씨와 김씨는 지난 16일 또 다른 시·청각장애인들 2명과 함께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변호인단은 법무법인 지평, 사단법인 두루, 희망을 만드는 법, 원곡법률사무소 등이 참여했다.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는 “극장에서는 원고들에게 편의제공을 거부하며 한 달에 한번 영화관람데이에 맞춰 오라고 한다. 하지만 시청각장애인도 원하는 시간에 영화를 볼 권리가 있다”며 “한 달에 한 번의 특정 이벤트가 아닌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고 싶은 시간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권리는 매우 정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소니에서 제작한 자막이 흐르고, 화면해설이 나오는 특수 안경을 제공하고 있다. 시청각장애인도 관람객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시청각장애인도 영화라는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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