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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에 방치된 독거 중증장애인의 삶

성낙증씨, 활동보조인 없으면 ‘무방비 상태’

하루 평균 14시간, “위험은 언제나 내 곁에”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11-09 15:38:18
활동보조인이 떠난 후 혼자 남겨진 성낙증씨.이제 오전까지 활동보조인이 오기만을 기다려야만 한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활동보조인이 떠난 후 혼자 남겨진 성낙증씨.이제 오전까지 활동보조인이 오기만을 기다려야만 한다.ⓒ에이블뉴스
故 김주영 활동가가 세상을 떠난지 딱 보름이다. 김 활동가의 죽음으로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부족한 시간 문제.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활동지원제도의 문제점에 뾰족한 해답을 내비치지 않고, 장애인들은 24시간 활동보조 보장을 위한 투쟁을 높여나가고 있다. 이에 본지는 활동지원제도의 부족한 시간 문제를 전하기 위해 인천지역 중증장애인 성낙증(62세, 지체·뇌병변1급)씨의 하루 일상을 쫓아봤다.

■활동을 옭아매는 굳어가는 몸=인천시 계산시장 구석에 자리한 작은 만물상. 가게 한 켠 쪽방에는 온몸이 굳어있는 근육장애인 성낙증씨가 있다. 홀로 거주하고 있는 성씨의 하루 일과는 오전 8시, 그의 활동보조인이 출근하며 시작된다.

온몸이 굳어있는 성씨를 일으켜, 신변처리와 목욕을 하는 것부터, 아침밥을 지어 떠먹여주는 것까지 모두 지난 3년간 함께해온 그의 활동보조인의 몫이다. 나이가 듦으로 하루가 달리 굳어가는 몸 때문에 이제는 모든 일상을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해낼 수 없을 정도다.

“젊었을때는 직업이 있었어요. 10년전 만해도 손은 사용할 수 있어서 편물작업을 통해 스웨터를 짜고 그랬는데, 나이가 들수록 몸이 굳어가다 보니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답니다. 앞으로의 생활이 너무 고통스러울 거 같아 잠도 안오네요.”

그 후, 성씨와 오랜 세월 함께해온 ‘창녕 만물상’. 하지만 성씨가 자리를 비운 가게는 활짝 열려있고, 주변 상인들이 대신 돈을 받아서 성씨에게 건네주는 무인판매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성씨는 “원래는 가게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장애인이라고 방을 안주니까 어쩔 수 없이 가게와 함께 쪽방을 하나 얻게된 것”이라며 “실질적인 수입은 없어 한 달 80만원정도 지원받는 기초생활 수급자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비장애인들은 식사를 마친 뒤, 3분이면 양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온몸이 굳어져 있는 성씨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30분간의 식사를 마친 성씨는 3미터 남짓의 씽크대까지 20분간 엉덩이를 밀면서 도착했다. 이후 말이 듣지 않는 손에 겨우 치약을 묻혀 양치를 한 후, 외출을 위해 전동휠체어 탈 준비를 한다. 근육이 굳어가는 성씨는 이 순간만큼은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조금이나마 자신이 움직임으로써 굳어가는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있는 성씨.ⓒ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있는 성씨.ⓒ에이블뉴스
활동보조인도 휠체어를 타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성씨를 ‘노심초사’하며 바라본다. 혹시 넘어져 큰 사고가 일어날까하는 걱정스런 마음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엉덩이로 밀며 겨우 신발 앞에 도착한 성씨는 목욕의자로 옮겨 휠체어를 타기위해 주문제작으로 만들어진 리프트 앞에 도착, 리프트를 통해 전동휠체어를 탄다. 꼬박 30분이 넘게 걸렸다.

성씨의 활동보조인은 “(성씨가)휠체어 탈 때나 양치할 때 왜 안 도와주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이분은 근육장애인이시기 때문에 몸이 더 굳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하실 수 있는 부분은 보기에 안타깝지만 혼자 하실 수 있게 한다. 그런데도 계속 마음이 쓰이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의 힘겨운 외출준비는 1시간만에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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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부족하다’란 말 밖에=취재 당일(7일) 성씨의 스케쥴은 빡빡했다. 외출준비를 마친 그는 오전 10시30분 복지관에서 최근 구입한 스마트폰 기초교육을 받고, 오후2시에는 그가 이용하는 경인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저상버스 개선 캠페인을 펼치고, 늦은 오후에는 근처 보건소에 들려 1시간의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런 그가 받고 있는 활동지원제도 시간은 183시간에 인천시에서 지원해주는 60시간을 더해 총 243시간이다. 직업이 없고, 학생이 아닌 중증장애인으로써 받을 수 있는 가장 많은 시간이지만, 활동량이 많은 그로써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최근 당뇨로 인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성씨.ⓒ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최근 당뇨로 인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성씨.ⓒ에이블뉴스
성씨는 “하루 평균 8시간정도 활동보조인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특별히 외출이 많은 날에는 14시간까지도 쓰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이틀 분을 날려버리게 되고 그만큼 이용할 수가 없다”며 “활동보조인이 너무나 절실한 순간에 쓰지 못하면 나 같은 중증장애인은 살아갈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혼자 거주하는 성씨는 아무래도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이후의 시간이 고비일터.실제로 활동보조인이 퇴근하고, 홀로 있던 성씨에게 위험 순간은 늘 닥쳐온다.

성씨는 “얼마 전 중증장애인분이 불이 나서 탈출하지 못해 죽었다는 거를 알고 있다. 남 일이 아닌 바로 내 일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홀로 화장실을 가려다가 넘어져서 누군가 올때까지지 계속 넘어져 있는 상태로 있었다. 위험은 언제나 내 곁에 있다”고 말했다.

활동보조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성씨는 어쩔 수 없이 홀로 외출 길에 나서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마다 언제나 그의 곁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손을 제대로 사용을 못하는 그는 휠체어를 타다가 손가락이 굽어져 그대로 중앙분리선을 박아버리던 위험천만한 사고도 있었다. 활동보조인이 있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사고였지만 그 순간 그는 혼자였다.

활동보조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성씨만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오후에 도착한 센터에서 만난 이용자 이정석씨(뇌병변1급, 남)에게 기자임을 밝히고, 취재 취지를 설명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홛동보조시간에 대한 문제점을 쏟아냈다.

이씨는 “하루 10시간정도 이용한다. 사소한거 하나까지 불편하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미안하다’, ‘죄송하다’가 입에 뱄다”며 “혼자 외출했다가 비가 많이 와서 비에 젖어왔는데도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 아침까지 젖어있는 채로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 방송사가 와서 나의 모습을 촬영해간적이 있는데, 반짝 관심만으로는 안된다. 잠깐 만나서 촬영한다고 장애인들의 고통을 어떻게 알겠냐”며 “장애인이 죽었다고 잠깐 대중이 활동지원제도에 관심을 가질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짚어줘야 제도가 개선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깜깜한 저녁이 오자, 혼자남아있을 성씨의 마음도 심란해진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깜깜한 저녁이 오자, 혼자남아있을 성씨의 마음도 심란해진다.ⓒ에이블뉴스
■24시간 활동보조, 그저 꿈인가요=빡빡했던 하루 일정을 마치고 오후5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성씨는 역시 아침과 마찬가지로 꼬박 30분에 걸쳐 휠체어에서 내려왔다. 따끈한 저녁을 지은 활동보조인의 수발로 그날의 마지막 식사를 끝냈다. 오후 6시 30분이 되자, 활동보조인은 성씨가 누울 이부자리를 정돈하기 시작했다.

이날 활동보조인이 퇴근하는 시간은 오후 7시.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후, 홀로 남아있는 성씨의 하루 일과도 마감된다. 워낙 활동을 좋아하는 성씨지만,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이동이 불가능해, 취침시간도 땡겨질 수 밖에 없는 것.

“이제 뭐할꺼냐”라는 질문에 성씨는 “뭘 하겠습니까. 이제 자는거죠”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다음날 출근하는 활동보조인이 올 때까지 그는 로보트가 되어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잠자리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도움을 받아 화장실도 다녀왔다. 활동보조인도 그의 작은 만물상을 정돈하며 퇴근 준비를 마쳤다.

가장 무서운 것이 뭐냔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던 성씨는 “활동보조인이 없는 밤 시간에 무슨일이 일어날까봐”라고 말했다. 그만큼 활동보조인은 홀로 살아가는 그에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크나큰 존재다. 그의 활동보조인도 컨디션이 안 좋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홀로 그를 두고 퇴근하기가 망설여진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성씨는 내년 5월까지 활동보조등급 재판정이 이뤄진다는 공문을 받았다. 30%의 장애인들이 등급이 떨어진다는 소문에 성씨 역시도 두려운 건 마찬가지.

성씨는 “지금도 활동보조가 부족한 상황인데, 여기서 떨어지게 된다면 세상과 소통하기 너무 어렵다”며 “나이가 들면서 몸은 점점 굳어져 가니 활동보조인은 점점 필요한 상황인데 언제쯤 맘 놓고 생활할 수 있을지 슬프다”며 “24시간 활동보조..정말 꿈으로만 끝나는 걸까요..”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짧았지만 하루 12시간정도 성씨의 하루를 지켜보고, 나갈 채비를 하려는데, 기자역시 마음이 불편했다. 겨울 문턱에 선 차가운 밤 공기, 이제 다음날 8시까지 그를 찾는 이는 아무도 없다. 가기 전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연락주세요, 건강히 계세요!”라는 말을 전하고 돌아가는 길에 그의 작은 만물상을 몇 번이고 돌아봤다.

활동을 좋아하고 사교성이 높은 계산시장 명물 성낙증씨, 그가 언제나 계산시장을 활보하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던 순간. 그의 곁에는 항상 홛동보조인이 있었다. 독거 중증장애인들이 홀로 남겨져 위험에 처한 순간에 활동보조인이 있다면 제2,제3의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도 사라지지 않을까? 안녕히 가란 성씨의 웃음이 ‘가지 말아달라’는 눈빛으로 바뀌던 순간이었다.

성씨의 만물상.무인판매로 이뤄지지만 실질적인 수입은 거의 없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성씨의 만물상.무인판매로 이뤄지지만 실질적인 수입은 거의 없다.ⓒ에이블뉴스
오후2시, 센터에서 이뤄지는 저상버스 개선 캠페인에 참석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오후2시, 센터에서 이뤄지는 저상버스 개선 캠페인에 참석했다.ⓒ에이블뉴스
활동보조인의 수발로 밥을 먹는 성낙증씨.ⓒ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활동보조인의 수발로 밥을 먹는 성낙증씨.ⓒ에이블뉴스
양치하러 가는 성씨의 뒷모습, 꼬박 30분이 걸렸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양치하러 가는 성씨의 뒷모습, 꼬박 30분이 걸렸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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