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권선구 금호동 제10 투표소(능실초등학교 위치)에 들어가고 있는 김홍학씨. ⓒ에이블뉴스

"투표는 국민의 권리잖아요. 장애인도 권리를 행사하는 게 당연한거죠."

어제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제법 쌀쌀해졌다. 11일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당일. 선거마다 매번 투표해 온 김홍학(36세·지체장애 1급) 씨가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집 밖을 나섰다.

오전 10시 15분 김씨는 관할 투표소인 수원시 권선구 금호동 제10 투표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점퍼에 검은 장갑을 끼고 있던 그녀는 아내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금호동 제10 투표소는 능실초등학교 도서실에 위치해 있었으며, 문턱이 없어 휠체어 장애인들이 접근하기에 수월했다.

김씨도 "아직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 건물에 투표소가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요즘에는 투표소가 1층에 있어서 휠체어가 접근하기 좋다"며 장애인 편의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김홍학씨가 투표소에 들어가 투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그는 신분증을 통해 본인임을 확인하고 2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소에 들어갔다. 그리고 밝은 표정으로 나와 투표함에 용지를 넣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만 19세 이상이면 선거권이 생긴다. 김씨는 선거권이 생긴 후 단 한 차례도 투표를 게을리 한 적이 없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대한민국 누구나 투표할 권리와 의무가 있죠. 전 그것을 매번 행사한 것 뿐이에요."

투표를 마치고 나온 그는 20대 초반 때에는 투표소 접근이 어려워 관계자들과 많이 다투기도 했고, 부재자 투표 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김홍학씨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에이블뉴스

"제가 20대 초반일 때에는 대부분 2층이 많았어요. 왜 나는 투표를 못하냐고 언성을 높이면서 선관위(선거관리위원회) 분들이랑 많이 싸웠었죠.

한 번은 동사무소에서 몸도 불편한데 투표소에 오지 말고 부재자 투표를 하는 게 더 낳지 않겠냐고 묻기도 했었어요. 그때 제가 투표소에 가서 하겠다고 얘기했죠."

특히 김씨는 2층에 위치한 투표소에 갈 수가 없어 휠체어와 함께 2층까지 들려져 올라간 적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수동휠체어 같은 경우에는 남자 두명이 들어올리면 가능하죠. 정작 전동휠체어는 장정 4명이 들어도 불가능하거든요. 200kg가 넘는데.."

지금은 문턱도 없고 투표소가 1층으로 배치 돼 편리하다고.

김씨가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제시한 공약이 실천 가능한지의 여부다.

"경력이나 재산 같은 건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그들이 제시한 공약을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분에게 투표했고, 비례대표 정당도 역시 그렇게 했어요."

하지만 김씨는 공약에 일자리 부문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고 말한다.

"대부분 최저 임금을 받으면서 단순 생산직만 하는 추세잖아요. 물론 직종개발도 하고 있지만 장애인도 단순 생산직, 자영업 이런거 말고 좀 다양한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사업을 펼쳤으면 좋겠네요."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기다려진다는 그는 대선 후보들이 장애인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약자를 고려해 다양한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장애인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앞으로 많은 지원이 생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주부나 어르신들도 약자가 될 수 있잖아요. 그래도 지금 많이 낳아졌죠. 하지만 진짜 기본적으로 국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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