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질문에 이지우 씨가 컴퓨터를 통해 답하고 있다. 이 씨는 사고 후유증으로 기관지 절개해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에이블뉴스

"타닥타닥!" "한 방에 ‘훅’ 가서 그래요.”

뇌병변 장애를 입게 된 연유를 묻는 질문에 기계음이 돌아온다. 기관지를 절개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지우(가명·40) 씨가 기자의 질문을 듣고 한 자 한 자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면 음성변환 프로그램이 대신 말을 한다.

이 씨는 기자와 대화하기 위해 컴퓨터와 마주앉아 있어야 했다. 밋밋함을 덜기위한 것인지 음의 높낮이도 제법 들어가 있지만 여전히 기계음은 낯설기만하다.

10년 전 이 씨는 거리에서 쓰러지면서 받은 뇌의 충격으로 반년 간 의식을 찾지못한 채 병원 중환자실에서 지냈다. 무의식 상태에서 스스로 호흡하지 못했던 이 씨는 기관지를 절개해 숨을 이어갔다.

“병원에서는 넘어지면서 받은 충격으로 성대랑 기도가 좁아졌다고 하더라고. 좁아진 기도를 깍아내고 기관지를 막아 말할 수 있게 수술을 열 번은 한 것 같아.”

옆에 앉아있던 이 씨의 어머니 김숙희(가명·65)의 한탄이다.

“내가 하도 속상해 하니까 얘가 (신문고에) 글을 올린 것 같아. 어차피 수급비에서 빼갈거면 왜 주는지. 줬다 뺐는 것 같아 어찌나 기분도 나쁘고 차라리 안주는 게 낫지 뭐야.”

부모님,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이 씨 가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다. 이 씨의 한달 수급비 30여만원과 장애연금 15만원, 서울시가 자체 지급하는 중증장애수당 3만원을 합한 50만원 정도가 이 가구의 주요 생활비다.

지난 4월 달로 66세가 돼 기초노령연금을 받아 빠듯한 살림에 보탬이 될까 기대했던 김 씨는 5월 받은 기초노령연금이 그대로 이 씨의 수급비에서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고 ‘차라리 주지를 말지’하고 생각했다.

외출 준비를 하는 이 씨에게 어머니 김 씨가 가래를 뽑아내주고 있다. ⓒ에이블뉴스

가혹한 부양의무자 기준…줬다 뺐기는 기분

어떤 안내도 없었다. 김 씨는 자신의 기초노령연금이 왜 아들의 수급비에서 빠져나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하도 성질이 나서 뭐가 된 거냐고 주민센터 직원한테 물었더니 자기도 뭐가 잘못된 것 같기는 한데 정부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 이게 뭐야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기초생활보장 수급비는 수급권자의 재산과 소득을 환산한 소득인정액과 최저생계비의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5월부터 이 씨의 수급비는 8만 6,000원 가량 줄어 지급됐는데, 이는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수급권자의 1촌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를 부양의무자로 정하고 있어 수급비 산정 시 김 씨가 받은 기초노령연금이 소득으로 인정돼 수급비에서 차감됐기 때문이다.

현행법이 장애인연금, 장애수당, 자활근로소득 등을 수급비 소득산정 시 제외토록 해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이들의 소득을 일부 보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부양의무자 기준이 수급가구로서는 가혹할 수밖에 없다.

인터뷰 도중 어머니 김 씨의 양 무릎의 뚜렷한 절개선이 눈에 띄었다. 지난 12월 양 무릎을 인공관절 치환술을 했다고 한다. “쟤를 한 십년 넘게 돌봤더니 무릎이 다 닳았다고 그러대. 지금도 아파서 바닥에 앉거나 구부려서 하는 일은 못해”라며 한숨을 보탠 김 씨도 지체장애 4급으로 등록돼 있었다.

인공관절 수술 후 김 씨는 앉거나 서서 하는 집안일 정도 밖에 감당할 수 없다. 가끔 씩 나가던 가사, 간병 도우미 일도 이제는 힘에 부친다. 김 씨는 “아들 수급비가 우리 생활비의 전분데 내가 일을 하고 싶어도 수급권 없어질까 봐 보험되는 큰데서 일할 처지도 아니고…. 쟤가 쓰러지기 전엔 형편은 어려워도 빚은 없었는데, 병원비다 뭐다해서 아직 남은 빚이 2천만원은 되는데 이젠 일도 못하고 어째야 할지…….”

이처럼 이 씨 가구도 수급권이 상실될라 ‘맘놓고’ 일하지 못한다. 게다가 장애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은 병원치료를 받아야하는 이 씨로서는 의료급여 혜택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활동보조인이 집을 찾아 익숙한 솜씨로 이 씨의 외출준비를 돕는다. 근처 장애인복지관에서 운동을 하고 병원에 들러 물리치료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씨의 외출로 한숨 돌리는 것도 잠시, 김 씨는 이 씨가 미처 삼키지 못한 가래를 뽑아내주고는 거실에 가만히 누워있는 팔순의 시어머니를 챙겨야 한다. 김 씨는 “치매가 와서 6년 전부터는 씻으려고 안하셔서…. 그러니 어떡해 요즘같이 날 더운데 목욕도 시키고 매 끼니도 챙겨야 해서 외출도 잘 못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어머니 김 씨도 지체장애 4급으로 장애를 안게 됐다. ⓒ에이블뉴스

한달 180시간의 활동보조서비스를 받는 이씨. 매일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근처 장애인복지관에서 운동과 병원치료를 받는다. ⓒ에이블뉴스

이 씨의 조모가 거실에 누워 잠들어 있다. 치매증상으로 수년 째 김 씨가 수발을 들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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