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자 청와대 브리핑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장애인 비하발언.

요즘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인기 검색어는 '로또'를 비롯하여 '얼짱'과 '엽기송' 등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프라인 즉 현실 사회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아직도 '병신'이 아닌가 싶다. 아직도 TV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는 물론이고 버스나 지하철에서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대화에서도 자주 쓰이고 더구나 술집에서 옆자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병신'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병신(病身)을 글자 그대로 보면 '몸에 병이 있다'이므로 환자라는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의 통념상으로의 병신은 장애인을 치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병신'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결코 장애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장애인 같은 사람 즉 '병신 같은 xx'가 자주 쓰인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은 정상(?)이고 어떻게든지 상대를 '병신'으로 깍아 내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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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장애인이 차를 몰고 가는데 길이 많이 막혔다. 옆 차 사람이 장애인 마크를 흴끗쳐다보고는 혼잣말로 '병신새끼까지 차를 몰고 나오니 이렇게 길이 막히지'하는 소리를 그 장애인이 듣고 말았던 것이다. 그 장애인은 차에서 내려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음은 물론이고 결국 그 사람은 싹싹 빌며 사과를 해야 했었다.

장애인복지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행 장애인복지법 제8조(차별금지)조항에도 누구든지 장애인을 비하·모욕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앞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장애인을 비하ㆍ모욕하는 행위에 대해서 어떤 처벌이 주어질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런데 언론에서 장애인을 비하ㆍ모욕하는 행위를 자주하고 있는데 어떤 사안에 대해 장애인을 빗대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이 잘못하면 '절름발이 행정'이라고 하는가 하면 경찰이 수사를 잘못했다고 '장님 수사'라는 제목을 뽑기도 했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럴 때마다 해당 언론사에 항의를 하면 '무심코' 그랬다면서 사과는 한다.

문제는 이 '무심코'에 있다. 우리 나라에 장애인복지가 본격적으로 시작 된 것이 20년도 넘었다. 그 동안 장애인단체에서는 줄기차게 장애인 인식개선 사업을 벌여 왔고 그럴 때마다 언론이 적극 협조를 해 주었다. 그럼에도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고등교육을 받은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일텐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도대체 어떻게 각인 되어 있기에 무심코 그런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는가 말이다.

정치가 어지럽다. 날마다 불법자금 공방이 한창인데 얼마 전부터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로 민경찬씨가 653억원 펀드 모금을 했는가 안했는가의 진위논란이 계속되자 2월 11일 청와대에서 민경찬씨가 대통령의 친인척이 아니라는 '청와대 브리핑'을 발표했다는 소식이 또 하나의 뉴스가 되었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여부에 등장하는 민경찬씨는 노무현 대통형의 형 노건평씨의 처남이므로 대통령의 친인척이 아니라는 것이다.

1990년에 개정 된 민법 제767조에 의하면 친족의 범위는 배우자, 혈족 및 인척으로 하고, 제768조 혈족은 직계존비속 및 방계존비속이며, 제769조 인척은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이다. 그러므로 민경찬씨는 민법에서 규정한 대통령의 친족이나 인척은 아니다.

그야말로 민경찬씨는 사돈의 팔촌으로 법률상으로는 대통령과는 친인척이 아님에도 '연일 몇몇 언론은 사설·칼럼·기획기사에서 아예 친인척 비리로 단정지은 뒤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이라며 줄기차게 비판을 가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런 언론을 두고 '이렇듯 청맹과니와 농자(聾者)의 모습을 보인 일부 언론의 가벼운 처신에 문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맙소사! 민법상으로 친인척이 아님에도 민경찬씨의 펀드모금을 '대통령 친인척 비리'라고 한 언론을 난데없이 '청맹과니와 농자에'에 비유를 하다니. 청맹과니란 눈을 뜨고도 앞을 볼 수 없는 사람 즉 시각장애인을 지칭하는 용어이고 농자란 두말할 것도 없는 청각장애인이다.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이 뭘 어쨌다고 '청와대 브리핑'에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가 말이다. 언론이 잘못한다고해서 그것을 장애인에 비유 한 청와대 사람들도 '무심코' 나온 발상일까. 왜 무엇 때문에 잘못한 것은 다 장애 탓으로 돌리는가 말이다. 우리 장애인들은 이 일에 대해서 아무 잘못이 없다. 청와대 사람들의 장애인에 대한 평소 인식이 이 정도라면 이 정부의 장애인복지는 이미 물 건너 간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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