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미신고시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주제로 인권활동가 등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에이블뉴스

보건복지부와 이정선(한나라당) 의원, 4개 단체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사회복지시설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탈시설정책위원회)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 말까지 전국 22개소 장애인 미신고시설에 대한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인권실태조사에서는 시설 거주 장애인들의 참담한 인권침해 실태 등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생생한 목소리도 전달됐다. 이들의 목소리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큰 이유는 무엇일까. 발 벗고 나서 그들의 인권옹호를 외치는 인권활동가들의 숨은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거주인들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 듣고 직접 시설의 인권실태를 본 활동가들. 그들의 입으로 전해진 시설의 현주소는 어떨까. 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 모여 '미신고시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활동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리해본다.

시설장은 외계인(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여준민 상임활동가)="저희가 조사한 미신고 시설 대부분이 종교 시설임을 주장했어요. 이유는 복지부의 관할에 속하지 않고 사회복지사업법에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종교시설이면 문화관광부 관할을 받을 것이고 해당법에 의해 운영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오히려 조사원들의 조사를 거부하고 방해했습니다.

조사원들이 '원장님' 하고 부르면 '난 목사에요, 목사'라고 호통치는 시설장도 있었구요. 그렇다보니 하루 24시간 중 대부분 거주인들은 새벽식사, 아침기도, 점심먹고 기도하고 저녁먹고 저녁예배하고 그렇게 보내고 있었어요. '예배가 치료'라며 당당히 말하는 시설장도 많았습니다. 그런 것에 대해 반박했더니 '당신 이름 뭐야, 지옥에 떨어질 거에요. 회개하세요!' 등의 저주를 많이 받았습니다.

거주인들은 권력구조에 익숙한 사람들이에요. 조사원들이 인터뷰를 시작하려 하자 시설장이 '집합'이라 외치니까 한 공간에 모인 거주인들이 긴장상태로 있더라구요. 거주인들은 똑같은 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시설 창고에는 안쓰는 전동·수동휠체어가 처박혀 있었어요. 어떤 곳은 거주인이 사용하는 이불이나 옷들이 모두 새것이더라구요.

알고보니 조사하기 바로 전날 미리 사놓은 것들이었습니다. 시설장은 거주인들을 부를 때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또 나이 많은 거주인에게 반말도 서슴없습니다.

어떤 시설에는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청소년이 있기도 했어요. 공무원이 보내고 시에서 의뢰해서 들어오고 아동학대방지센터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성폭행 성추행도 많은 진술속에서 드러났어요. 하지만 시설장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감금하거나 약물을 투여하고 혹은 정신병원으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시설에서는 비닐하우스 창고에 남은 밥과 반찬이 엄청 많이 쌓여 있고, 일주일간의 식사 메뉴판은 라면, 죽, 빵이 전부였습니다.

미신고시설들의 꿈이 뭔줄 아세요? 신고시설이 되고 정부 지원을 받으며 나중엔 시설을 확대해 정신병원을 소유하는 것이래요. 시설장들은 모순되고 논리도 없는 외계인 같았습니다.

얼마 전엔 인권위의 법인시설 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시설거주인이 직원에게 폭행을 당해 온몸이 몸투성이가 됐고 밤 8시에 매 맞다가 산으로 도망간 사건이었죠. 그 시설은 30인 규모의 법인 시설이었지만 미신고시설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시설 2층 거실은 공사중이었고 남자, 여자를 따로 작은 방에 모아놓았는데, 한방에 10~15명이 있었어요. 거주인들은 TV를 틀어놓고 있거나 멍하게 앉아있었어요. 시설에서 가장 큰 장소는 예배당이었습니다.

그 시설은 현재의 원장 어머니가 미신고시설을 운영하다 2002년에 조건부 신고 후 2007년 12월 사회복지법인 등록을 하고 원장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면서 시설을 대물림한 경우였습니다. 거주인 입장에서 보면 미신고시설이나 법인시설, 뭐 하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이죠."

"시설 사람 목소리 다 담지 못해 가슴아파"(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효정 상임활동가)="미신고시설 거주인의 80% 이상이 지적장애 등의 발달장애인이었습니다. 말하거나 글쓰는걸로 소통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의 목소리, '내가 어떻게 살았고 답답하다'하는 그 목소리를 다 담지 못하고 전하지 못하는 게 가슴 아파요. 설문조사한 400명 중 지역사회로 나온 분은 겨우 3명입니다. 약 300명의 거주인들은 이름이 있으나 어디에 있는지 확인이 되지 않았어요. 미신고시설에선 정신병원에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언제쯤에야 미신고시설이 없어질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시설에서의 하루 일과는 식사+예배뿐(함께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부설 가족지원센터 박문희 센터장)="시설에는 2년 정도 유통기한을 넘긴 라면을 박스채 보관하고 있었고 유통기한이 2004년인 딸기잼도 발견됐어요. 거주인 대부분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여자거주인의 머리모양은 관리하기 쉬운 짧은 컷트 형태고, 입은 옷 대부분이 단체 츄리닝 정도였습니다. 목욕은 자원봉사자가 오는 날이나 일주일에 한번 고정돼 있어 거주인 몸에선 심한 냄새가 났습니다. 특히 치아 관리상태가 좋지 않아 이가 빠진 거주인들도 많았습니다. 침구류는 매우 눅눅했고 냄새가 심하게 나 언제 빤지도 모를 정도로 곰팡이가 펴 있었습니다.

전북 완주 ㅈ시설 거주인들은 5시30분에 기상해 6시 30분 새벽예배에 참석하고 7시 10분 아침식사를 합니다. 11시 30분 점심을 먹고 17시 30분 저녁식사 및 약을 복용합니다.

진주의 ㄹ시설도 5시 30분 예배, 6시 세수, 7시 아침식사, 10시 30분 성경말씀 듣기, 12시 점심, 오후 TV시청, 17시 저녁식사를 하고 19시 예배로 하루가 마무리됩니다. 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시간과 예배시간 외에는 별로 하는 것이 없고 별도 프로그램 진행도 거의 없었습니다.

교회 건물을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 수십명을 한꺼번에 생활하게 했어요. 그곳은 방이 아니에요. 시설수용 중심의 사회복지정책은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정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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