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전경.ⓒ에이블뉴스DB

‘교통약자 시외이동권 공익 소송’ 2심 마지막 최종변론에서 국토교통부는 끝까지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기획재정부 탓과 2019년까지 연구를 진행한다는 내용만 반복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린 권고를 사실상 묵살한 것.

금호고속 또한 “권고를 못 받아들이겠다”며 “버스회사 개인적으로 할 문제가 아니다. 범국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국토부에게 책임을 미뤘다. 오는 12월 말 최종선고를 앞두고 범장애계의 목소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3년째 소송, 의지 없는 지루한 싸움=서울고등법원 제30민사부는 1일 오전 서관 310호 법정에서 ‘교통약자들의 시외이동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 최종 변론을 진행했다.

이 소송은 장애인, 노인, 영유아 동반자 등 5명이 ‘교통약자가 시외구간에서 이용할 수 있는 버스가 도입되지 않아 편의를 제공해달라’며 국가, 지방자치단체, 버스회사 등 총 8곳을 낸 차별구제 소송이다.

앞서 지난 2015년 7월 1심 재판부는 교통사업자의 책임만 일부 인정할 뿐 국토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 국가 지자체에 대해서는 “이동편의 증진계획에서 저상버스 등의 도입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은 위법하지 않다”며 기각,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총 3번의 변론기일이 있었지만, 국토부와 버스회사 등에서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아 지루한 싸움만을 이어나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해 동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운집, 시민들을 상대로 장애인의 시외이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알렸다.ⓒ에이블뉴스DB

■인권위 권고 화두, “모르쇠” 일관=하지만 최근 인권위의 권고가 터닝포인트가 됐다.

지난 8월22일 인권위는 현재 운영 중인 고속 시외버스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한 승강설비가 설치돼있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고 판시한 것.

이에 국토부장관에게 편의시설 설치 등 대책 마련, 기획재정부장관에 필요한 예산, 재정지원 등을 권고했다.

특히 인권위는 교통사업자가 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국가 지자체 의무와는 별개로 교통사업자의 의무”라고 판단, 그간 변론에서 “국가의 책임”이라고 주장해왔던 버스회사의 입장을 뒤집었다.

1일 변론에서도 역시 인권위 권고가 화두에 올랐다. 재판부는 피고 측에 인권위 권고에 관련해 대책 수립 부분을 물었지만 국토부는 물론 버스회사까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버스회사인 금호고속 측 변호인은 “운송사업법 등 검토 없이 장애인차별금지법, 교통약자법 등만 참고해 결론을 내놨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적 근거도 부족하고 사실상 권고에 불과해 (인권위가)쉽게 결정낸 것 같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또 “개인적이 아닌 범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돼야 하지 않냐”고 그간 주장해왔던 국가 책임을 다시금 못 박았다.

국토부 측 변호인 또한 “내년도 예산으로 (휠체어 승강설비)개조 예산 16억원을 편성했는데 기획재정부 예산에서 반영되지 않았다”고 기재부 책임으로 떠넘겼다.

이에 재판부가 “가장 적극적이어야 할 국토부가 가장 소극적”이라고 지적하자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 표준모델)연구용역을 2019년 9월까지 진행 중이다. 안전성이 검증되면 추후 노선을 도입할 것”이라고 거듭 같은 내용만 번복했다.

이는 문재인대통령이 취임 후 발표했던 ‘인권위 위상 강화’와 상반된 내용으로, 사실상 국토부는 인권위의 권고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는 상황.

원고 측 법무법인 지평 임성택 변호사는 “인권위에는 상당한 법률가들이 계시고 여러 논의 끝에 권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금호 측에서는 국토부가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가적 역할 외에 버스회사 차원적으로 2층버스나 휠체어 승강이 가능한 버스를 도입한다면 국가적 계획과 연계해서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최종선고 12월, 장애계 투쟁 움직임=한편, 재판부는 10월 조정을 거쳐 최종선고일을 12월 22일 오후1시50분으로 잡았다.

이날 최종변론을 지켜본 장애계 관계자들은 마지막까지 의지가 부족한 국토부의 태도에 큰 분노를 느끼며 장애계가 직접 국토부에 이동권을 촉구해야 한다고 입모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정책조직국장은 “국토부가 주장하는 개조 비용 16억원은 이미 몇 년전부터 편성해왔고 기재부에서 매년 짤리고 있는 부분이다. 왜 반영이 안됐는지 파악해서 더 구체적으로 대안을 내놔야 할 것 같은데 의지가 부족하다”며 “조정기일에 앞서 장애계에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조주희 인권센터 팀장은 “이번 소송은 장애인 뿐 아니라 노약자, 영유아 동반자 등까지 시외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내용인데 변론에서 장애인만 특정해서 언급하고 있다. 이 부분도 짚을 필요가 있다”면서 “예산을 반영하지 않는 기재부의 의견도 들어봐서 장애계가 종합적으로 어떻게 투쟁할지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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