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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속 우리는 가축·마루타였다”

폐쇄병동 속 격리·강박…인권 없는 지옥 고발

27세 청년의 억울한 죽음, “편견 해소해 달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8-19 18:04:43
1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정신병원 35시간 격리?강박으로 인한 정신질환자 사망 성토대회’에서 발표중인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1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정신병원 35시간 격리?강박으로 인한 정신질환자 사망 성토대회’에서 발표중인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에이블뉴스
“우리는 죄수도, 수용자도, 범죄자도 아닌 단지 치료받고 회복되어야 할 병이 있는 사람일 뿐입니다. 존중받기 충분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직접 써내려간 원고는 읽기조차 괴로웠다. 병으로 인한 사회의 지독한 편견, 강제입원, 그리고 그 안에서의 떠올리기조차 힘든 기억들까지. 하지만 당사자들은 정신병원을 벗어나도 손가락질과 인권 없는 정신보건법으로 보이지 않은 감옥 속에 가둬져있다.

1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최 ‘정신병원 35시간 격리‧강박으로 인한 정신질환자 사망 성토대회’에서는 동료의 죽음을 둔 당사자들의 아픔이 낱낱이 쏟아졌다.

지난 7월 23일, SBS에서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한 27세 청년의 죽음을 다뤘다.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서 격리실에 감금당한 청년의 팔다리가 묶인 채, 강박의 상태로 방치당한 것이 적나라하게 보여진 것. 무려 35시간 동안의 강박은 치료와 보호라는 이름으로의 또 하나의 처벌이었다.

이미 정신보건법 46조 속 “환자의 격리제한” 조항으로 예견됐다. 조항 속에는 환자 본인의 치료 또는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환자를 격리하거나 묶는 등의 신체적 제한을 가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격리 및 강박 지침 상 적용 기준은 ‘병실환경을 훼손할 우려’ 등 지나치게 광범위하며, 격리‧강박 해제 여부에 대해서도 판단 및 검토 시한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구체적인 격리·강박에 대한 규정은 정신보건법 시행규칙 제23조(행동제한에 관한 기록)에 제한의 사유 및 내용, 제한 당시의 환자의 병명 및 증상, 제한 개시 및 종료의 시간, 제한의 지시자와 수행자를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 지침 에 따라 적용기준, 적용시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그 기준이 의학적으로 구체적이지 못하고 적용 방법도 구체적이지 못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신병원정신장애인들은 폐쇄병동 ‘개돼지’로 울부짖고 있다.

“그 병원 속 우리들은 마루타였습니다.”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무려 8번의 강제입원을 당했다. 이중 7번을 보호실에 직행돼 그 청년과 같은 방식으로 강박됐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24시간 붙어있는 간호사에게 낱낱이 보여졌다. 암환자, 씹어 먹은 플라스틱 머리핀을 대변으로 나올 때까지 가둬져야 했던 고등학교 수학선생님까지. 이 대표는 모든 것을 그림으로 남겨놨다.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가 소개한 정신병동의 현실 그림.ⓒ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가 소개한 정신병동의 현실 그림.ⓒ에이블뉴스
이 대표는 "옆에 환자가 암환자였는데 보호실에 있었다. 혼수상태가 되서야 병원을 나갔고, 그 뒤 바로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족과의 갈등으로 고등학교 선생님은 응급실에 가기 위해 플라스틱 머리핀을 씹었다. 그러나 대변으로 나올 때까지 2주 동안 가둬졌다. 우리는 가축과 같이 다뤄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대표는 "마음이 아픈 사람은 있어도 제정신이 아닌 사람은 없었다. 제일 위험한 사람은 오히려 보호사와 간호사였다"며 "인권위 건의함이 있지만 감시로 인해 할 수 없었고, 전화통화도 모든 것을 감시해서 할 수 없었다. 불리한 말이 나올 경우 징벌을 받게 된다"며 "병원인지, 전쟁포로 수용자인지 몰랐다“고 강조했다.

“제2의 박건혜웅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간절함에….” 조현병으로 18세 때부터 서너 군데 폐쇄 병동에 입원했던 박천혜웅씨는 올해 27세다. 2010년 11월, 겉모습이 멀쩡해 보인다는 이유로 논산 훈련소에 입소했던 박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2주 만에 병이 재발, 훈련소를 퇴영했다.

하지만 그가 향한 곳은 충북에 위치한 한 정신병원. 그저 아들을 잘 돌봤으면 하는 마음에 입원시켰던 부모님은 그 곳이 병원을 가장한 감옥인 줄 꿈에도 몰랐다.

박씨는 “병원 내에는 정신장애인, 거동 불편자, 동성애자 등이 있었고 인권은 기대할 수조차 없이 사육됐다. 너무나 힘든 생활에 부모님이 보고 싶어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3개월 동안 편지와 전화는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병원은 부모님께 잘 지낸다는 거짓말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그 시간 박 씨는 매우 좁은 감옥 과도 같은 곳에서 ‘자기 구역으로 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40대 깡패와 싸워 구타와 상해를 입어도 병원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했다. 자고나면 침대 밑에는 피 묻은 알콜 거즈가 보였고, 설명조차 없이 약물이 주사됐다.

성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당사자들.(위)서초 열린세상 박천혜웅씨(아래)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유동현 활동가.ⓒ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성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당사자들.(위)서초 열린세상 박천혜웅씨(아래)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유동현 활동가.ⓒ에이블뉴스
박씨는 “저는 정신질환을 치료받기 위해 입원한 것이지 죄수처럼 감옥에 갇혀있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죄를 짓지도 않은 제가 정신병원이라는 곳에서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았다”며 “의료진들과 국민들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해소돼 우리를 한 인간으로 바라본다면 회복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신장애인, 정신질환자, 약 먹는 사람이란 말이 가볍게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편견에 대한 아픔을 털어놓는 당사자도 있었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유동현 활동가는 어린 나이인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약을 먹었고, 고3때 40일간 입원도 했다. 사춘기 시절부터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에 부딪혀야 했다.

유 활동가는 "어렸을 때부터 병원에 묶여있는 분들한테는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할 것이라고 말들을 하냐. 왜 그 것이 당연해야 하냐"며 "저는 저런 말에 흔들리고 괴롭고 슬프다. 개인의 힘은 너무나 나약하다"며 "당연히 정신장애인, 정신질환자란 말이 가벼이 나오지 않도록 우리 모두 하나의 편견과 잣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앞으로도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 현실을 기자회견, 집회 등을 통해 계속적으로 알려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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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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