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이 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13살에 끌려가 살려고 맞았다. 맞은 상처가 온몸에 남아 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

“끌려간 나를 찾기 위해 아버지는 길에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6년 동안의 시간 동안 가정은 파괴됐고, 생지옥 같은 기억만 남아 있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은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형제복지원 대책위)와 '형제복지원피해 생존자·실종자·유가족모임(이하 피해생존자모임)이 4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개최한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 동안 진상규명이라는 절박함에 1인 시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사회와 정부, 국회를 향해 수 없이 터트린 비통한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는 현실에 울분을 참을 수 없어서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에서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 아래 장애인, 고아 등을 부산의 형제복지원에 불법감금하고 강제노역 시킨 인권유린사건이다.

그럼에도 형제복지원 원장은 횡령죄 등으로 2년 6개월의 가벼운 처벌만 받았을 뿐 불법구금·폭행 등에 대해서는 재판조차 받지 않았으며,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형제복지원피해 생존자·실종자·유가족모임 한종선 대표는 4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사실을 알리고, 진상규명을 해달라는 피해당사자들의 적법한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에이블뉴스

이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을 비롯한 총 54명의 의원들은 형제복지원 대책위의 요구를 담아 지난해 7월 ‘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등의 진상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또한 올해 2월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한 차례 논의가 있었고, 7월 제정법에 따른 입법공청회도 열렸지만 국회통과는 안개 속이다. 더 나아가 내년 5월 29일 임기가 끝나는 19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폐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법안은 국무총리 산하에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 형제복지원 수용자 인권침해와 각종 의혹을 철저하게 밝히고 생존자들의 피해가 확인되면 일정한 지원과 보상을 실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피해생존자모임 한종선 대표는 “국가는 내무부 훈령 410호로 사회정화사업을 추진, 수많은 국민들을 부랑인으로 만들어 인권을 유린하고 551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죽었다”면서 “피해사실을 알리고, 진상규명을 해달라는 피해당사자들의 적법한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한 “여야 안전행정위원회 간사들과의 면담에서 특별법 통과 약속이 없을 시에는 단식농성에 나서 제정을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법 제정 외면 현실에 참담한 심정을 밝히고 있는 피해생존자 손정민씨(사진 좌)와 한 맺힘에 목이 메여 울먹이고 있는 박순희씨. ⓒ에이블뉴스

특히 피해생존자 이채식·손정민·김학재·박순희씨는 마이크를 쥐고, 특별법 제정 외면 현실에 참담한 심정을 나타냈다. 박순희 씨는 발언 도중 한 맺힘에 목이 메여 울먹이며 진실규명을 삶의 목표로 규정, “살려주십시오. 살고 싶습니다”라고 절규했다.

형제복지원대책위와 피해생존자모임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19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국가가 무엇인가! 왜 우리를 비국민 취급 하는가?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생존자들도 적지 않다. 그 만큼 절실한 생존자들의 목소리에 제발 화답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국회는 자국민들을 보호하고, 자국민들의 인권을 지켜주기 위해 법을 만드는 곳이며, 그게 국회의원의 책무”라며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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