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9일 이룸센터에서 ‘2011 장애인차별금지법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를 개최, 모니터링 사업의 향후 활동 방안에 대해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참석한 토론자들 모습. ⓒ에이블뉴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시행 3주년. 사회 내에서 장애인의 권리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수준은 열악한 상태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9일 이룸센터에서 발표한 ‘2011 장애인차별금지법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모니터링은 장애인 101명, 비장애인 71명 등 총 182명으로 구성된 ‘2011 장애인차별금지법 모니터링단’이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실시했다. 영역은 금융 서비스, 버스정류장, 공공기관, 문화·예술 및 체육시설 등 총 4가지다.

■금융서비스 영역의 편의제공= 모니터링 결과 장애인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에는 물적·인적 서비스 등 정당한 편의제공 수준이 열악했다.

전국 10개 은행 총 186개 지점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서비스 이용을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 항목에서 수화통역·화상전화기·보청기 등을 제공한 은행지점은 7곳(4%)으로 청각장애인의 편의제공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인터넷 뱅킹 업무 처리’는 132개 지점 중 10곳(8%)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점자 보안카드’를 발급해 주고 있는 은행지점도 113곳(61%)에 불과했다.

인권위는 “해당 기관에 지속적인 개선과 주의를 요구하고, 금융서비스 이용을 위한 편의제공에 대해서 별도 검토를 통해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버스정류장에서의 편의제공=전국 13개 지역 총 324개 버스정류장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버스정류장 대기시설에 확대문자나 점자안내, 음성정보 등의 편의가 제공되는 곳은 40곳(1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24개 버스정류장 중 101개(48.6%)만 버스정보 안내기기에서 저상버스 유무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었다.

인권위는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장차법’과 ‘이동편의증진법’ 상 버스 정류장에서 의무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의 내용을 점검하고 지속적인 관리계획을 마련할 것을 협조 요청할 것”이라며 “버스정보 안내기기에 대해서는 향후 ‘이동편의증진법’ 검토 시 관련 사항을 포함해 개정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전했다.

■공공기관에서의 편의제공=전국 13개 지역의 주민센터 및 보건소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장애인이 행정절차 및 서비스 참여를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민센터 182곳 중 시각장애인을 위해 서식을 점자자료, 확대문서, 보이스바코드를 제공하거나 확대경 등을 비치한 곳은 60.4%인 131곳에 불과했다. 또한 137곳 중 109곳(79.6%)만 대독 등을 위한 보조 인력을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주민센터 182곳 중 청각장애인을 위해 의사소통에 필요한 기기나 수화통역 등을 제공하는 곳은 95곳 (57.1%) 뿐이었다. 130곳 중 94곳만 필담 등을 위한 보조인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소도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편의 제공이 부족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서식을 점자자료, 확대문서, 보이스바코드로 제공하거나 확대경 등을 비치한 곳은 63곳 중 31곳에 불과했다. 대독 등을 위한 보조 인력은 66곳의 보건소 중 49곳(74.2%)이 제공하고 있었다.

청각장애인에게 의사소통에 필요한 기기나 수화통역 등을 제공하는 곳은 75곳 중 14곳(18.7%)에 그쳤다. 필담 등을 위한 보조 인력을 제공하고 있는 곳은 74곳 중 51곳(68.9%)뿐인 것으로 모니터링 됐다.

인권위는 “‘(가칭)행정절차 및 서비스 이용을 위한 장애인 정당한 편의제공 가이드라인 및 사례’ 등을 검토해 관계 기관에 배포할 예정”이라며 “장차법 상의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할 편의가 예산상의 이유로 제공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국회, 예산담당부처, 상급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문화·예술 및 체육시설에서의 편의제공=전국 13개 지역 총 130개 문화·예술 및 체육시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 수준이 낮았다.

84곳의 문화·예술 기관 중 40곳(47.6%)이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보조인력 배치를 외면하고 있었다. 특히 80곳(95.2%)은 장애인이 관련 정보를 요청할 경우 점자안내책자나 보이스아이가 삽입된 자료 등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체육시설의 경우 44곳 중 1곳(2.3%)만 체육활동 관련 정보를 요청할 경우 점자안내책자나 보이스아이 삽입 자료 등을 제공하고 있었다. 또한 체육지도자 및 체육활동 보조 인력을 배치하고 있지 체육시설은 46곳 중 23곳(50%) 밖에 되지 않았고, 이중 장애인 보조 경험이 있는 사람은 46.9%에 불과했다.

체육시설은 46곳 중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 제공하고 있는 곳은 거의 ‘전무’에 가까웠다. 시각장애인 프로그램 제공 2곳(4.3%), 지체장애인 프로그램 1곳(2.2%)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정당한 편의제공 내용 중 인적서비스에 해당하는 문화·예술 활동 보조인력과 체육활동 보조인력에 대한 개념과 가이드라인을 검토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모니터링 결과 발표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 사업을 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아름다운 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시군구에서 시설 보완이 이뤄져야 하는 것을 알지만 쉽게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완하는데 쓰이는 예산을 해당 지자체에만 맡기면 (예산 확보를 위한) 과도한 부담으로 인해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장차법 주체는 시군구가 아니라 중앙정부이기 때문에 인권위 같은 국가기관에서 편의를 보장받을 수 있게 예산확보를 요청해야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최승철 책임연구원도 “시군구에서 시설편의 확보를 위한 예산은 시의회에서 책정해주지 않으면 불가한 일”이라며 “(현재)이러한 상황 자체가 (국가가)편의제공 의무를 방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앙정부의 예산 확보가 (어렵겠지만) 인권위가 나서는 등 전진적 유도 과정을 통해 예산을 늘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겠냐”고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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