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건강보험료 폭탄?

부과체계 형평성이 진짜 문제

정부는 부과체계 개혁에서 후퇴마라!

해마다 4월이 되면 “건보료 폭탄” 이야기가 나온다. 매년 4월 이루어지는 건강보험료 일년치 연말정산 때문이다. 올해는 직장가입자 778만명이 평균 12만원을 추가로 납부하고, 253만명이 평균 7만원을 되돌려 받을 예정이다. 지난 소득세 연말정산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이 금액은 평균액이어서 상대적으로 작년에 소득이 많이 늘어난 상위소득자일수록 추가로 내야하는 정산 보험료액은 훨씬 클 수도 있다. 그래서 언론이 앞 다투어 ‘멘붕’, ‘강타’ 등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쏟아낸다. 직장인만 유리지갑이라는 이야기도 뒤를 잇는다.

4월 건강보험료 정산은 건강보험료 산정 시차로 인한 납부액 차이를 조정하는 절차이다. 현재 직장가입자는 보수월액의 5.99%를 회사와 절반씩 나누어 보험료로 납부한다. 그런데 많은 회사에서 건강보험료가 그 달의 보수가 아닌 전년도 평균 보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현행 건강보험료 제도에서 보수가 바뀌었을 때 매월 신고할 의무가 없어, 행정 편의상 작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우선 건강보험료를 매기고 다음해 4월에 실제 소득을 반영해 건강보험료를 정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작년에 소득이 늘었던 사람은 정산결과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내야하고 반대의 경우 되돌려 받는다. 보통 임금은 전년에 비해 오르므로 정산 결과 보험료를 더 내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내년부터는 100인 이상 사업장은 매달 보수월액 신고를 의무화하고, 나머지 사업장은 분납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한다고 하니 앞으로 건강보험료 정산제도는 불필요하게 되고 '4월의 폭탄론'도 사라질 것 같다.

‘4월 건보료 폭탄’은 자극적 이름과 달리 건강보험료 인상은 아니다. 한 번에 정산 보험료액을 내야하기에 매달 생활비 쓰기도 빠듯한 직장인들에게 부담을 주지만, 작년에 내야할 보험료를 올해 4월에 뒤늦게 내는 것일 뿐이다. 보험료 납부 시차가 뒤로 늦어졌을 뿐 결국 내야할 돈이었다.

건강보험료의 진짜 문제는 건보료 정산에 따른 폭탄이 아니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매우 형평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현행 건강보험료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누어져 부과체계가 다른데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우선 직장가입자는 대부분 근로소득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납부한다. 대다수의 근로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근로소득이 아닌 소득의 경우, 그 금액이 연 7200만원까지는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임대소득 7천만원과 근로소득 3천만원으로 억대 소득을 가진 직장인이 근로소득만 4천만원 받는 직장인보다 보험료를 적게 낸다.

일반 서민 지역가입자도 대체로 직장가입자에 비해 보험료 부담을 무겁게 지고 있다. 지역가입자 보험료는 종합소득 뿐 아니라 재산과 자동차에도 부과되는데, 종합소득이 연 500만원을 넘지 않으면 가족의 수와 성별, 연령까지 반영한다. 서민 지역가입자들이 건강보험료 고통을 강하게 호소하는 이유이다. 반면에 소득과 자산이 많은 부자 지역가입자들은 보험료에 상한이 정해져 있어 오히려 경제능력에 비해 보험료를 덜 내고 있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에도, 지역가입자 내부에도 형평성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직장가입자에만 있는 피부양자 제도도 문제이다. 가구주가 직장가입자이면 그 가족은 자신의 과표재산이 9억원을 넘거나, 사업소득이 있거나, 이자·배당소득, 근로·기타소득, 연금소득이 각각 4천만원을 넘지 않으면 피부양자로 등록해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자소득, 기타소득, 연금소득을 각각 합쳐서 1억원의 소득과 5억짜리 집이 있는 은퇴자가 직장인 자녀의 피부양자가 되어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반면 피부양자로 등록해줄 직장인 자녀가 없는 다른 은퇴자는 소득 전혀 없어도 3억짜리 집이 한 채 있으면 월 10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낸다. 극심한 빈곤으로 살 길이 막막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도 지역가입자라는 이유로 가족 수와 월세에 부과된 월 5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했다.

다행히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부과체계 개선을 검토해왔다. 올해 1월에 발표할 예정이었던 부과체계 개선안은 보수 외 소득이 2천만원 넘는 직장가입자는 종합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피부양자도 종합소득 2천만원이 넘으면 보험료를 내도록 하며, 지역가입자는 재산비중을 줄이고 소득 비중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세부적으로 보완할 부분은 있어도, ‘소득에 따른 건강보험료 부담’이라는 대원칙에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정부는 연초에 돌연 부과체계 개편안 발표를 백지화했다.

부과체계 개편 시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소수 고소득 직장인의 반발을 우려한 것이다. 이후 부분적으로 부과체계 개선 계획을 언급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다. 여전히 많은 저소득층들이 월세집이 있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이 젊다는 이유로, 자동차가 한 대 있다는 이유로 과중한 건강보험료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4월이 되면 건강보험료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핵심은 ‘건보료 폭탄’이 아니라 보험료 형평성에 있다. 4월 건강보험료 논란의 에너지를 건강보험료의 형평성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건강보험료의 소득중심 개혁에서 후퇴하면 안된다. 조속히 부과체계 개편안을 발표하고 실행하라.

2015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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