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수화통역교사 100% 채용만으로 청각장애인 교육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라!

어제(4월 30일)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의 이름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회장, 고문 및 실무자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담당 과장과 실무자를 만났다.

이 만남은 420공투단의 두 차례에 걸친 청각장애인 교육 개선 요구 기자회견과 문서를 통한 면담요구에 따른 것이다.

면담 자리에서 교과부는 청각장애인 교육 개선과 관련하여 420공투단의 이름으로 요구하고 있는 내용 대부분에 동의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했다.

이를 보면 △향후 3년 내 청각장애인 학교 교사 100% 수화통역 자격증 취득 △국립특수교육원 시스템 활용해 청각장애인 대학생에게 자막, 수화통역 확대 △청각장애인 학교의 교사 채용 시 수화통역 소지자 우선 채용 △청각장애인 교사 배치 확대 및 청각장애인들이 교사(시각장애인 교사 포함) 양성과 임용과정 개선 △통합교육에서 보조공학기기 활용해 청각장애 아동들이 소외되지 않게 하겠다는 것 등 이였다.

청각장애인 교육의 문제는 아주 오래된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그동안 사회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 영화 <도가니>로 인하여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교과부도 이러한 상황에 맞추어, 420공투단 등 장애인들의 문제 해결 촉구 등으로 적극적으로 청각장애인 교육 환경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과부의 청각장애인 교육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의지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교과부가 청각장애인 교육 개선을 위하여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우리에게 약속했지만 420공투단에서 요구하는 청각장애인 학생의 학습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과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기 위한 교과부의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2008년 우리나라가 비준한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이하 권리협약)”에서 수화를 음성 언어와 동등한 언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제21조 의사소통권 조항에는 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청각장애인의)수화사용을 인정하고 증진할 것’, 제24조 교육 관련 조항에는 ‘수화 학습과 청각장애인 공동체의 언어 정체성의 증진을 장려’하고 ‘시각, 청각, 또는 시청각장애를 가진 장애인, 그중에서도 특히 아동에 대한 교육은 개인에게 가장 적절한 언어형태와 의사소통의 방식 및 수단을 통해 그리고 학문 및 사회 개발을 최대화시키는 환경에서 제공되도록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조항은 권리협약에 더 있다.

여기에 최근 국제적으로 청각장애인 교육의 흐름은 1880년 결의된 구화중심 교육을 버리고 수화 중심의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청각장애인 아동의 조기교육에서 수화가 배제되고 있으며, 소리를 들어야 사람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인공와우 수술이 난립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청각장애 학교의 학예발표회에서 정작 청각장애인 학생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함에도 노래자랑을 하기도 한다. 한술 더 떠서 말하기 대회를 여는 청각장애 학교도 있다.

하지만 교과부는 언어 교육은 부모나 교사의 몫이라며 이러한 현실은 외면해 왔다. 더욱이 권리협약이 비준되었으나 이에 따르는 이행 조치를 하지 않았다. <도가니> 문제가 불거지고 420공투단의 요구, 청각장애인들의 요구가 이어지자 정책을 대거 수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과부가 제시하는 정책은 권리협약에서 제시하는 깊은 의미를 실천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면이 있다. 이렇다 보니 420공투단이 제시한 요구 가운데 일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하는 것이다.

어제 면담에서 교과부가 제시한 해결방안은 과거에 비해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교과부가 진정 청각장애인 교육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생각이 있다면 청각장애인 조기교육에서부터 수화와 구화교육을 같은 수준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화교육은 단순히 단어교육을 벗어나 농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한 변화가 있어야 청각장애인 아동들이 언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교육을 비롯한 일상생활에서 수화에 대한 경시, 청각장애인 차별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교과부는 명심해야 한다.

여기에 교과부는 수화가 언어임을 일반 대중에게 인지를 시키기 위하여 일반 교육현장에 수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중등교육에서 수화를 제2외국어 선택과목의 하나로 비장애인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보건복지부도 문화체육관광부도 아닌 교과부가 해야 한다.

교과편성의 문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머리 아픈 일이라고 교과부는 발을 빼서는 안 된다. 수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학생을 비롯한 다수)이 사람대접 받는 환경을 만든다는 생각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하여 우리 단체는 교과부가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여 청각장애 학생의 교육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수화를 언어로서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는 교육 정책 수립할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

교육의 문제는 한 사람의 일생을, 집단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것인 만큼 양보하거나 타협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따라서 우리 단체는 420공투단의 일원으로 교과부가 청각장애인 학습권과 언어권을 온전히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을 때까지 교과부를 상대로 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2년 5월 1일

장애인정보문화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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