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탈시설 자립생활 대책을 마련해낸 주역들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생활시설이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통과됐는데요. 기존 장애인생활시설을 장애인거주시설로 명칭과 기능을 재편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인복지시설의 종류를 명시하고 있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장애인복지시설이 바로 장애인생활시설인데, 이 장애인생활시설의 명칭이 앞으로 장애인거주시설로 바뀝니다.

명칭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능도 바뀌는데요. 기존 생활시설이 장애인이 필요한 기간 생활하면서 재활에 필요한 상담ㆍ치료ㆍ훈련 등의 서비스를 받아 사회복귀를 준비하거나 장애로 인하여 장기간 요양하는 시설'이었다면,

장애인거주시설은 '거주공간을 활용하여 일반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일정 기간 동안 거주 및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시설'입니다.

쉽게 설명을 드리면, 기존 장애인생활시설은 상담, 치료, 훈련에서부터 거주까지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았는데요. 지역사회와 분리된 공간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다 보니, 장애인의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돕는 것이 아니라, 시설 안에서 평생을 살아가도록, 오히려 지역사회와의 교류를 차단되도록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생활시설의 기능을 밤에 잠을 자는 역할에 한정하고, 낮 시간에는 지역사회로 나가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직업재활 프로그램과 연계해서 창업을 하거나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입니다.

고립에서 교류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입니다. 그동안의 장애인생활시설은 고립의 패러다임이었습니다. 스스로 지역사회에 분리돼 고립을 자초했습니다. 반면 장애인거주시설은 교류의 패러다임을 표방합니다. 지역사회생활을 지원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장애인거주시설의 최종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종전 장애인생활시설의 정의에는 ‘사회복귀를 준비’하는 역할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러한 역할이 제대로 수행된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복귀라는 것을 최소한 법적으로는 명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장애인거주시설의 정의에는 이 내용이 빠졌습니다. 지역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역할을 표방하는 것이 마치 평생 장애인의 삶의 한 부분이 되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장애인거주시설로의 변화가 장애인계가 그토록 요구하고 있는 ‘탈 시설’의 이념에 과연 부합되는 것인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곧 국회에 제출될 예정입니다. 국회 심의를 거쳐야 시행될 수 있습니다. 장애인계의 명확한 입장이 정리돼서 국회 심의 과정에 반영이 돼야할 것입니다. 아직 시간은 남았지만, 우물쭈물하다가는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탈시설 자립생활 대책 주목이 됩니다

오랜 진통 끝에 나온 서울시의 탈시설 자립생활 대책은 장애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서울시는 장애인생활시설 입?퇴소부터 지역사회정착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인프라를 마련하겠다면서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서울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생활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복귀 욕구를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오세훈 시장의 장애인복지 우선 해결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가 발표한 지원계획의 주요 골자는 ?장애인 전환서비스 지원센터 신설 ?체험홈 도입 ?자립생활가정 제도 도입 ?생활시설 소규모화 및 공간구조 개선 ?생활시설 서비스 기능별 전문화 등인데요.

이중 ‘장애인 전환서비스 지원센터’ 신설 방안이 큰 관심거리입니다. 이 센터의 역할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장애인의 생활시설 입소부터 퇴소, 지역사회 정착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종합센터입니다.

이 센터는 우선 장애인이 생활시설에 입소하게 되는 경우, 개인별 상담, 판정을 거쳐 장애특성에 적합한, 본인이 원하는 시설에 입소하도록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한 사회 복귀를 원하는 퇴소 희망자의 경우, 전문가위원회를 거쳐 자립가능 여부를 판정한 다음, 개인별 상황에 맞는 전환계획을 수립해서 사회에 정착할 때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게 됩니다.

지역사회로 나오려면 가장 먼저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합니다. 시설에서 퇴소하려고 하는 장애인이나 집에서 독립하고자 하는 장애인들을 위해서 서울시는 자립생활 체험홈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미 발표된 장애인행복도시프로젝트에 포함됐던 사항입니다.

당장 밖으로 나오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거주할 곳이 필요한데요. 체험홈에 입소하면,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거주하면서, 자립생활 체험 훈련도 받을 수 있습니다. 체험홈은 일부 민간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몇 곳 있지만,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입니다. 서울시는 올해 5곳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평가를 통해 연차별로 확대 운영할 계획입니다.

체험홈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대책은 바로 ‘자립생활가정’입니다. '자립생활가정'은 시설에서 퇴소한 장애인이 자립 시까지 일정기간 동안 거주한다는 점에서 체험홈과 유사하지만 입소기간이 체험홈보다 훨씬 길다는 점에서 대비됩니다.

자립생활가정의 입소기간은 기본이 2년이고, 1년씩 3회 연장할 수 있고 최장 5년까지 거주할 수 있습니다. 체험홈이 3~6개월 정도 거주하면서 자립생활 훈련을 받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입소기간이 길어 장애인에게 보다 안정적입니다. 내년에 20곳을 시범운영하고, 평가를 통해 연차별 확충한다는 계획입니다.

서울시가 발표한 대책 속에는 기존 장애인생활시설에 대한 의지도 담겨 있습니다. 장애인생활시설 거주 장애인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고, 또한 지역사회로의 자립능력을 높이기 위해 시설 소규모화 및 공간구조 개선, 생활시설 서비스 기능별 전문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장애인 소득 보장체계도 같이 가야합니다

장애인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돈이 필요합니다. 당장 지역사회로 나왔을 때, 더욱 많은 돈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장애인계는 자립생활 정착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미 서울시에서는 관련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 그 액수가 장애인의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요.

장애인계의 바람은 자립생활 정착금 제도가 전국적으로 제도화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바람을 담은 법안은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는 것입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장애인의 기본적인 소득보장을 위해서 장애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도 불이 붙어있습니다. 장애인계 법안은 이미 박은수 의원을 통해서 국회에 발의됐고, 정부측 법안은 현재 입법예고를 하고 대국민 의견수렴을 하고 있습니다. 내주 11일에는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기도 합니다.

현재 연금 액수와 대상자는 큰 논란거리입니다. 진지한 논의를 통해서 합리적인 결론이 맺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장애인의 실태를 제대로 분석한다면, 그에 따라서 제대로 된 결론이 맺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장애인의 실태에 대한 분석이 없다면, 당연히 장애인들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한 결론이 맺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장애인 자립생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은 곳곳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잊지말아야할 것은 이러한 움직임을 전개하고 있는 주체들입니다. 장애인당사자를 말하는 것입니다. 모든 변화의 주역은 장애인당사자들입니다. 열쇠를 쥐고 있는 이가 바로 장애인당사자라는 것입니다. 어깨가 무거워진 것입니다. 책임의 주체가 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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