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그렇게 어렵다던 중증장애인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부산 지방 G청에 공무원 발령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기 기간이 길어지자 주위의 사람들은 '정말 시험에 합격한 것이 맞냐'고 반문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기다림에 지쳐 있는 2012년 12월 24일, 약 15개월 만에 발령이 나서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출근을 하고 보니 한마디 상의도 없이 업무분장을 먼저 다 해두고, 처음 온 제게 회계처리를 시키더라구요.

회계시스템 사용법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전임자의 몇 번의 가르침으로 회계업무 처리를 시작했습니다. 회계업무 처리는 영남권 모든 회계처리를 맡아서 하는 것으로 배우면서 업무를 처리하니 하루 종일 단 5분도 쉴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고, 그것도 전임자가 잘 가르쳐 주면 다행이었지만 자기도 바쁘니까 알아서 처리를 하라고 할 때는 정말 난감했습니다.

회계라는 업무가 국고를 집행하는 업무다 보니 더 신경이 쓰이고 국고통장 잔액과 실제 지출에서 맞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찾는데 3~4시간씩 걸렸습니다. 그래도 제가 할 일이니 열심히 배우면서 업무에 능숙해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더군다나 캐비넷 사용과 관련하여 회계 처리된 전체 문서철을 높은 곳에서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일은 정말 휠체어를 타는 저로써는 너무나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하고 싶었던 공무원이라 참고 견디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저는 힘에 부쳤지만 연말과 연초의 회계업무처리는 쌓여만 갔고 야근에다 점심시간까지 일을 해도 제 업무는 밀려만 갔습니다. 특히 제가 할 수 없는 은행 업무의 경우 업무분장에 제가 처리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른 팀원에게 부탁을 해야 했고, 심부름을 시킬 때는 다른 팀원들의 눈치를 봐야했습니다.

휠체어 장애인과 업무를 같이 하는 그들도 제가 처리할 수 없는 부분에서 귀찮고 힘이 들었겠지만 저 또한 할 수 없는 업무를 맡겨버린 것에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시키는 것과 할 수 없는 일을 시키는 것은 장애를 더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배려가 인색한 상사, 과중한 업무, 부당한 업무분장 덕분에 2달을 못 채우고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주위에서는 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정말 조금 더 버티다가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습니다.

중증장애인을 채용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채용된 후에 직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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