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서 아이들이 물놀이 하는 모습. ⓒ김선윤

전동휠체어가 아니면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며, 전동휠체어를 타고도 중심을 잡기 힘든 나에게는 야외 나들이는 큰 마음 먹어야만 가능하다.

그런 내가 8월 9일 언니와 조카들을 만나기 위해 4살 된 딸아이와 오른쪽 편마비 장애를 가진 남편과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광화문을 갔다. 새로 단장된 거리 중앙에는 무더운 날씨인데도 수 많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TV에서 광화문이 새롭게 변하였다는 내용과 2005년 10월 청계천 소식을 듣고도 아직까지 한 번도 못가본 터라 해외에 사는 조카들을 만난다는 핑계로 광화문에서 가족모임을 갖기로 한 것이다.

가족들은 광화문 근처에서 빠른 저녁을 먹고 6시경부터 청계천으로 이동을 했다. 광화문 쪽에서 시작된 곳은 비교적 평탄해서 우리 가족은 즐겁게 사진도 찍고 아이들 물놀이도 하면서 점점 밑으로 향해 자연스럽게 내려갔다.

울퉁불퉁한 바닥 때문에 조심조심 가는 모습. ⓒ김선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바닥이 울퉁불퉁해 휠체어가 가기 힘든 곳이 많았지만 나갈 곳이 있겠지 하고 조심조심 내려갔다. 그렇게 약 2시간 정도를 내려가다 보니 이상하게 휠체어가 나갈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가족들이 긴장하기 시작했고 어찌어찌하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아주 조그마케 붙어있는 안내도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황당하게도 우리 가족이 내려온 쪽으로는 경사로가 전혀 없는 것이었다. 이미 저녁 8시가 되어 주위는 어두웠으며 너무 더운 가운데 식사를 한탓인지 속은 거북해서 토할 것 같이 메스꺼웠다. 어린 딸아이는 어른들의 당황함을 눈치채고 엄마한테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였다.

119에 들려올라가면서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 ⓒ김선윤

남편이 120다산콜센터에 전화하면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겠냐고 해서 120번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곳에 안전요원이 없느냐'고 물어봐서 찾아봐도 안 보여서 없다고 하니 '알았다'면서 안전요원을 보내겠다고 하였다. 얼마 후 나이가 많으신 안전요원이 오셨다. 시설관

리공단 사무실로 무전연락을 하고 약 30여분 만에 시설관리 직원들이 나왔다. 나와서 하는 말이 전동휠체어가 움직이면 위로 다시 올라가자는 것이다.

무조건 다시 역으로 올라가자는 말에 너무 황당했다. 지친데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시 거의 2시간 정도를 올라가라는 그들의 태도에 화가 났다. 못 가겠으니 계단으로 올려 달라고 하니까 그 사람들은 '휠체어가 몇 kg이네!' 궁시렁 대더니 겨우 흉내만 내고는 무거워 못하겠다며, 다시 휠체어로 역으로 올라가자는 것이다. 그렇게 못하겠으니 119구조대 불러달라고 해서 결국 119구조대가 와서 청계천 위로 들어 올려주었다.

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은 계단 밑에서도 남의 일인 것처럼 하더니 119구조대가 함께 올려주고 도와주고 있는데도 아무말 한마디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지하철의 편의시설이 없어서 이렇게 장애인들을 휠체어와 함께 들어 올리는 광경을 많이 봤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겨우 지하철은 이미 오래 전부터 편의시설을 개선하고 있는 중이다. 편의시설 개선이 한창 진행중이었던 2005년에 만든 이곳 청계천은 장애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정도 시설로밖에 만들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17일자 신문을 보니 '18일 오후 1시에 청계천 엘리베이터 개통식을 한다'고 뉴스가 보도됐다. 장애인, 노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확충했으니 편리하게 이용하라는 내용이었다.

현재도 그나마 긴 거리로 있는 경사로 있는 쪽에 확충해 놓고 반대편에는 아무리 가도 편의시설하나 없는 상황인데 뉴스 기사에는 엄청 편의시설이 잘된 것처럼 나와 있다. 반대편으로 잘못 가면 1시간을 내려가든 2시간, 3시간을 내려가도 편의시설이 없어서 다시 되돌아가든지 아니면 119 구조대를 불러서 들어 올려져야 한다.

언제까지 이런 식의 시설을 만들 것인가? 언제까지 장애인들은 들어 올려 져야 하는가?

*이 글은 서울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료상담가 김선윤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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