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을 되돌아볼 때, 매 해마다 다양한 사회적 안전사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중앙 정부는 그 때마다 국민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 왔고, 그에 따른 대책을 계속해서 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회적 안전망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 어느 누구도 긴박하고 혼란스러운 안전사고 상황에서는 불안과 공포로 인해 위험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당황할 수밖에 없다. 특히, 비장애인에 비해 이동의 제약 때문에 자력으로는 안전사고의 상황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척수장애인을 비롯한 뇌병변, 지체장애인이나 재난정보 전달에 취약성을 가진 청각, 시각, 발달장애인은 사고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사건 사고로부터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장애인을 비롯한 고령자, 임산부, 외국인, 영유아 등의 안전약자 및 안전 취약계층에 대한 국가적 생활안전 시스템의 부재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대국민 안전예방대응 시스템에 대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년이 지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장애인 당사자의 실 사례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최근 국가적 안전사고만 보더라도 우리의 안전 방재 시스템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2015년 메르스 사태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대응 지침으로 인해 뇌병변장애인이 자가 격리 당하면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태로 까지 번졌다.

2016년 경북 경주 지진(규모 5.8), 2017년 포항 지진(규모 5.4)으로 주변 사람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을 때에도 장애인에 대한 고려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포항 북구의 빌라 2층에 살았던 근육병이 있던 지체장애인의 경우 넘어지면 일어서기도 어려워 꼼짝 없이 공포에 떨어야 했고, 15층 아파트에 살았던 지체장애인은 주민들 모두가 계단으로 대피하는 상황에서도 휠체어 때문에 흔들리는 승강기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올해 강원도 속초 산불 화재 당시 속초생활체육관으로 대피하라는 문자를 받았던 시각장애인은 이동 경로에 점자블록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고, 지체장애인은 화장실 출입구 턱으로 인해 휠체어가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곳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피소가 장애인이 접근하기에는 제약이 많은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청각장애인은 아예 산불에 대한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방송 주관사로 지정된 KBS조차도 수어통역을 방송하지 않아서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장애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응방안이나 매뉴얼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통계는 확인할 수도 없다. 단지, 비장애인에 비해 4배 정도의 사망률이 높다는 추정치만 있을 뿐이다.

매년 국가 소방방재청이나 지역 단위에서 생활안전과 관련된 매뉴얼을 만들어 내고는 있으나 형식적일 뿐,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고 예산만 낭비되고 있다. 장애인은 가장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실제 대응 대책에서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국가적 사회재난 뿐만 아니라 지엽적 자연재해로 인한 안전사고도 작다고 할 수 없다. 습기와 눈 도로 틈사이로 스며들어 밤사이에 얼어붙는 블랙아이스 발생으로 자동차, 버스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지하철 등의 교통안전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백화점에서 화재경보 오작동으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기 하고, 우리 주변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시각장애인의 맨홀 추락, 낙상으로부터 시작해서 집안 침수, 야간 골목길 위험과 같은 주변의 작은 일상 생활안전에서부터 지진, 가뭄, 한파, 태풍, 폭염, 홍수, 축대 붕괴 등 환경적 상황별로 위해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

요양원과 같은 수용시설, 복지관과 같은 지역사회재활시설, 유아원 및 유치원과 같은 영유아 시설, 정신병원, 요양병원, 노인요양시설, 장애인시설, 다중이용시설 등의 시설별 안전행동 요령에 대한 조치도 시급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행정안전부(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는 각종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자 재난문자 발송을 비롯한 안전신문고, 생활안전지도, 안전디딤돌 등의 시스템을 개발하여 제공해 왔다.

아직까지는 각 개인의 상황에 따른 요구 사항을 반영하지 못하고 일방적이고 일률적인 형태로 서비스되고 있어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향후 5년간 250억의 예산을 투입하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핸디소프트를 주축으로 한국ICT접근성연구센터를 비롯한 15개의 업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인 생활안전예방서비스 기술개발 연구단 사업을 시작하였다.

각종 재난안전정보시스템에 흩어져 있는 안전 재난 대응 공공 데이터와 사용자 참여를 통해 쌓이는 소셜 데이터 등의 다양한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 예측하여 지리정보와 결합하고, 생활안전예방시스템을 통해 제공하는 기술 개발 연구이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등을 활용한 재난 안전 시뮬레이션 및 안전교육도 포함된다.

우리 한국ICT접근성연구센터에서는 개별화된 장애인 개인의 특성에 맞추어진 통합형 생활안전 서비스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이번 1차년도에 척수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발달장애인 부모가 참여하는 초점집단면담(FGI)을 통해 요구사항을 분석하였고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요구사항 분류 체계화 워크숍을 통해 개인 맞춤형 프로파일 분류 작업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파일은 ICF(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의 세분화된 코드를 참고하여, 장애인을 개별화하여 일상생활에 있어 신체손상, 활동제한, 참여제약으로 인한 환경적 장애 상태를 어떻게 안전약자에게 재적용하고 그 취약성을 분석하여 개인별 특성이 반영된 복합적 요구사항을 토대로 환경적 맥락에 따른 장애인 안전약자 및 안전 취약계층을 포용하는 포괄적 접근을 통해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방안을 마련할 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안전약자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으로 인해 기대가 되는 이번 연구 프로젝트 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해 나가야할 산적한 법적, 제도적 보완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특성에 따른 프로파일을 통해 인공지능 맞춤형 생활안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개인 정보에 대한 동의 절차의 간소화와 그에 따르는 보안 문제를 해소하여야 한다. 또한 동거인(가족) 접근성, 사용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상황과 맥락에 따른 효과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글은 한국ICT접근성연구센터 김상화 이사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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