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퓨마가 결국 사살됐다. 이에 많은 이들이 사람들에게 위해가 우려된다며 사살하는 것은 동물학대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SNS 등에 드러냈고, 급기야 그 사체를 박제 추진한다는 말까지 나오게 됐다. 그런데 박제 추진은 항의가 폭증하자, 박제가 아닌 화장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난 이 상황을 바라보며 “‘시설거주 장애인들’도 이와 다를 것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후원 방문 등으로 늘 동물원 안의 퓨마처럼 다른 이들에게 자신만의 생활 공간을 보여줘야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등의 목욕봉사 인증 논란 같은 원치 않은 부분까지 세상에 드러내야 되기 때문이다.

몇 일 전이었다. 장애인계에서 꽤 유명한 분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청중은 대다수 비장애인이었고,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참가자는 질의나 이의를 제기해도 보이지 않는 강의장 맨 뒤에 몇 명이 있었다.

이 ‘거물’의 강의가 시작되며 얼마 지나지 않아 맨 뒤의 참가자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듣게 되었다.

이 강의를 듣는 대상이 비장애인들이 대다수이고 ‘장애’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사람들이 태반인데, 이 강사는 마치 장애에 대해 전문가들만 모여 있는 것으로 알았는지 활동지원사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활동보조인(활동지원사로 명칭 바뀐 지가 언제인데...)에게 중증장애인이 자위기구를 사올 것을 심부름 시키면 그것이 성적 수치심을 야기 하는가’라고 물었다.

또한 자신의 자랑인지는 모르겠지만 ‘00년생이라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장애인 특례입학 같은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자신의 부단한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 해서 이 자리까지 왔다’는 황당한 이야기까지 들어야 했다.

일반, 일반학교를 비롯한 잘못된 표현 등으로 많은 부분에서 뒷줄에 앉은 참가자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었다.

나 또한 이의제기를 넘어 화가 나는 상황이라 ‘숨 좀 고르고 질의·응답 시간에 한 소리 해야 겠다’라고 생각 하는 순간, 그룹별 토론과 발표 시간을 갖겠다며 토론 주제를 준다는 것이다.

“시설거주 지적장애 3급 여성이 시설을 자꾸 나가 임신을 해서 돌아오는데 그럴 때마다 임신을 하는지라 낙태를 시키곤 하는데 이 여성을 영구 피임 시켜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장애당사자들 중 한 명이 “자립을 시켜서 혼인을 유도해야지 무슨 영구피임이야!!!!!!!!!!!” 소리쳐도 앞에서는 들리지 않는지라 토론은 그렇게 진행되었고 난 주최 측과 메신저로 강사의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주최 측은 잘못된 표현이라도 그 발언의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답변을 해 왔다.

거기에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사례자를’이라 던지 모둠 토론 결과 발표하는 참가자의 표현상 문제를 강사가 직접 지적 하거나 정정하지 않고 그대로 영구피임 문제의 찬, 반, 기타 등의 의견을 듣고 강의에 대한 질의시간 없이 바로 강의를 마치며 강의장을 빠져 나갔고, 그렇게 강의는 마무리 되었다.

난 이 강의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영상 속에서 찾아 편집본을 제작했고, 그대로 그 강사 분께 전달해 드릴 생각이다.

‘대전 오월드 퓨마사건’이나 시설 거주 경계성 지적장애인의 ‘영구피임’을 논하고 있는 이 강사, 이 두 가지 문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원인은 생각지도 않은 채, 드러난 결과 상 ‘문제’로만 바라보는 그 시각 자체가 우리들의 ‘장애인식’을 한 걸음 더 퇴보 시키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다시한번 그 ‘거물’ 인권강사에게 부탁드린다.

장애에 대한 올바른 표현사용, 적절한 사례 들기, 토론 시 참가자들의 오류 교정, 토론과제에 범죄와 사회통념에 위배되는 잘못된 내용을 다룰 시에는 그에 대한 내용을 토론 후에라도 확실히 고지할 것 등을 말이다.

*정의당 장애평등강사 강민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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