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 젊은이. 젊긴 하지만 마냥 젊음을 누리기에는 조금은 많은 나이의 나. 그런 내가 하는 일은 글 쓰는 일이다. 마음은 굴뚝같으나 굴뚝같은 마음만으로는 제약이 많은 삶을 살고 있는 청년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고 있다.

여러 곳에 글을 쓰다 보니 글이 일률적이지 않고 저마다의 성격에 맞춰 다른 이야기들을 쓰게 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점점 스스로도 느끼는 것은 나의 펜대가 조금씩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것. 수십 번을 고치고 나서야 만족하고 올리게 된다. 물론 이것은 다작(多作)의 장점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이 가진 부당함에 대항하여 직접적인 육박전(肉薄戰)을 치를 순 없지만 치열하게 깎인 내 펜대로 그들에게 나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고, 또 전함과 동시에 바뀌길 바란다.

때로는 어떤 이를 응원하고 옹호하는데 활용하며 또 나의 삶을 공유하는 소소한 것에 이용하기도 하고 취미 생활로도 이용 한다. 이처럼 나는 여러 방면으로 글을 쓰고 나눈다.

그렇다면 나의 글만큼 나의 말 역시 날카로워졌을까? ‘말이 날카롭다’는 의미는 누군가에게 생채기를 주거나 헐뜯는다는 의미의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말을 일목요연하게 하고 동시에 대중이 내 말에 공감하는 소통을 가리킨다. 그런 면으로 보면 ‘아니다’라는 대답을 스스로가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쓰면 쓸수록 더 입을 닫게 되더라.

세상을 살 때는 펜보다는 입술이 날카로운 것이 좋은데…. 왜냐면 모든 사람들이 펜으로 먹고 살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적어도 자신의 삶을 변호할 줄 알아야 하는데 나를 포함한 장애인들은 상대적으로 ‘자기변호’에 약하다. 나의 삶이 세상의 기준에 있어선 남루해 보여도 또한 그 가치관이 많이 달라 설사 다름이 아닌 틀림이 되더라도. 이유가 무엇이든 본인에게 만큼은 당당해서 본인을 위한 날카로운 변호를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를 찌르고 들어오는 대상이 선배이든 동료든, 심지어 후배이거나 그리고 소위 잘 나가는 집단의 깔아뭉개기라고 할지라도 그냥 힘없이 그들의 의견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그게 아니다. 그대가 내 상황이 되어 봤느냐. 이러저러하니 충고는 삼가 달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당당함이 있다면 적어도 단 몇 명만큼은 그 당당함에 매료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장애는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일 수 있다. 왜냐면 이건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아니기 때문이다. 장애 그 자체로도 모자라 욕구 절제, 사회적 무시, 관계 기피 등까지 버텨내고 인내한다는 것은 보통의 결심이 아니고서는 불가하다. 그러니 지금 당장 내 입술이 날카롭지 못하고 부드러울지언정 결코 물러지지만은 말자.

세상의 간섭과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여 강해지는 것은 지향해야 할 일이나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여 마음이 무너지면 손해는 결국 본인에게만 있으니 당당하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며 살자.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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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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