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열린 ‘2014년 402장애인대회’에 참석한 오지석씨. ⓒ서혜영

현재 희귀난치성 중증 근육장애인 오지석(32)씨는 활동보조인의 퇴근 후 홀로 있던 1시간 사이에 24시간 착용하던 인공호흡기의 마스크가 분리되어 의식 없이 혼수상태로 현재 일원동 삼성의료원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지난 13일 화재 사고로 중태에 빠져 있다 나흘 뒤 끝내 유명을 달리한 중증장애인 송국현 씨의 안타까운 죽음에 이은 안타까운 사건이다.

IT기기도 대신 할 수 없는 활동지원제도의 역할

16일 오후 5시 활동보조인과 외출 후 집으로 돌아온 지석 씨는 어느 때처럼 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이 모자라 혼자 있어야했다. 최중증장애로 24시간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여 꼼짝달싹 할 수 없었던 지석 씨의 활동보조서비스 제한 시간은 겨우 278시간으로 하루 평균 9시간에 불과했다.

UN이 정한 세계 5대 중증질환 희귀성난치성 최중증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은 과연 몇 시간 일까? 하루 평균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일본은 최소 24시간인 것에 비해 한국은 최대가 9시간이다.

지석 씨가 혼자 있는 시간,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스마트폰을 컴퓨터로 원격조종 할 수 있도록 연결된 마우스 위에 늘 손을 올리고 있었다. 그나마 근육이 남아있는 두 손가락을 마우스 위에 올려둔 채로 잠을 자고 있었다. 이미 활동보조인 없는 시간의 위험성과 절박함을 알고 있었고 위기상황을 대비하여 지석씨가 의지한 것은 원격조종 가능한 IT기기뿐이었다.

잠이든지 45분 만에 인공호흡기에 문제가 생겨 깨어난 지석씨는 가족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했다. 5분 만에 총 4통의 전화를 했었고 절급하게 "호흡기 기계가..." 라는 말만 외쳤다고 한다. 119 구조대원과 병원치료 받던 어머니가 10분 만에 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15분이란 절박한 고통의 시간 속에 심장정지 상태에로 빠져든 상황이었다.

홀어머니 홀로 부양…‘부담 커’

기초생활수급자인 어머니 혼자 간간히 아르바이트를 하시며 홀로 지석씨를 돌봐 왔다. 활동보조인이 없는 시간에는 온전히 밤낮으로 지석씨를 간호해왔고 어머니의 건강상태 악화로 병원치료를 받기위해 자리를 비운 1시간 사이에 일어난 상황들이었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복지해택은 부양의무제 규정에 의하여 활동지원제도의 배정시간도 278시간으로 제약받아 생활하고 있다.

또한 활동보조인은 퇴근하기 전 지석씨가 "생명줄인데 마우스 위에 손을 올려주고 가세요" 라고 했다며 그 당시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이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혼수상태로 일원동 삼성의료원 중환자실에 있는 오지석씨. ⓒ서혜영

절실하지만 멈춰선 장애인복지

2년 전 허정석씨라는 친구의 죽음이 떠올랐다. 활동보조인 퇴근 후 불과 1시간 만에 KTX 타고 천국으로 가버린 근육장애인 친구다. 활동지원제도 720시간을 요구한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지석씨를 중환자실에 누워있도록 만든 복지제도의 현실이 암울할 따름이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 없이 대한민국 예산 중 0.5%의 지옥 같은 복지예산으로 얼마나 더 많은 친구들이 안타까운 일로 천국을 오가야만 복지가 개선될 수 있을까? ‘부양의무제 폐지'와 '활동지원제도 720시간'은 국가가 보장해야하는 생명이다.

늘 침대형 수동휠체어에 누워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복지개선을 위해 활동하며 "지금이 행복하다" 말하던 나의 절친한 친구 지석씨가 하루빨리 일상생활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며 모든 분들이 함께 응원 해주길 바란다.

송파구 장지동에 살고 있는 지석씨는 2010년부터 중증장애인의 동기부여와 권익 옹호을 위해 활동해왔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 센터에서 동료상담가 겸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글은 굿잡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서혜영 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서혜영 님은 근육장애여성으로 '장애여성네트워크' 칼럼리스트로 활동하며 장애인 인권활동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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