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를 꼽으라고 누군가에게 제안을 받는다면 난 주저 없이 외부 활동을 꼽고 싶다. 이동은 곧 자유이며 또한 지친 삶을 위로하는 일탈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꽃이 피고 따사로운 햇빛이 비치며 산들산들 바람까지 불 때면 가을보다도 더 분위기 있다.

이런 좋은 날에 외출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올해에는 더 예년보다 많이 활동하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것이라 홀로 다짐해 본다. 오늘은 이동 시에 마주치게 되는 희대의 난적(亂賊). 담배연기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난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담배를 입에 물어 본 적이 없다. 하다못해 주윤발이나 장국영 같은 홍콩 최고의 배우들이 담배를 물고 멋지게 라이터 불을 켜고 담배 연기를 뱉으며 으스대도 담배는 내게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내게 담배란 그저,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것. 그리고 만약 담배연기를 맡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코를 잠시 삭제(?)했다가 다시 붙이고 싶을 정도로 별로인… 음… 그렇다. 다시 생각해 봐도 그렇다.

그런데 이렇게 싫은 담배 연기를 활동하다 보면 주야장천 마주하게 된다. 시종일관 줄담배를 피우시는 어르신. 삼삼오오 모여 업무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푸는 회사원. 겉멋 잔뜩 들어 간 중고생들. 참 갖가지 이유로 그렇게 희뿌연 연기는 쉬 사그라지지 않는다.

물론 담배, 기호 식품이다. 내 주위 지인 중 흡연자들은 기호식품이라 하며 취향을 존중해 달라 하고, 소위 식후 땡이라는 이유로 자랑스럽게 피워 댄다. 뭐 밥 먹고 난 뒤에 본인은 커피를 마시므로 충분히 이해한다 해도 그 독한 냄새는 정말 어쩔 줄 모르겠다.

흡연자 분과 마주하면, 특히나 처음 만난 분과는 더더욱 힘들다. “저기 제가 흡연을 하는데 피워도 될까요?”라고 묻는데 나를 비롯한 비흡연자 분들은 열이면 열 모두 “괜찮습니다. 피우세요.”하지 피우지 말아달라고 못한다. 또 혹여 그가 “나가서 피우고 오겠습니다.”하면 참 감사한 일이지만 내가 “나가서 피우고 오세요.”라고 할 순 없는 노릇.

그래서 난 비장애인 흡연자를 피하는 방법에 대해서 대책을 강구(講究) 해봤는데 해결점이 보이지 않았다. 연기가 널리 퍼지기 이전에 피하는 방법이나 흡연자 없는 곳으로 가는 일 밖엔 없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비현실적이다.

흡연에 대한 내 인내도 언젠간 한계가 올 것 같다. 서두에 난 어릴 적부터 담배를 단 한 번도 피워 본 적이 없다 했지만 내 폐는 그간의 간접흡연으로 이미 상해 있을지 모른다. 피우지 말아달라는 흡연자의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요구는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옆에 장애인이 있다면 조용히 피해주셨음 좋겠다.

물론 담배가 장애인에게만 나쁜 건 아니다. 남녀노소 막론하고 좋지 않겠지만 특히 ‘비흡연자 장애인’에겐 진심으로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뜨거운 여름날, 누구랄 것도 없이 작열하는 태양을 피하기 위해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연구하듯이 그와 똑같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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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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