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엘리베이터에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이 할머니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을 돕기 위해 안에서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상적인 통합 사회는 저런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에게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이른바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장면이 아주 당연하고 사소하게 느껴지겠지만, 장애인에게는 이런 당연한 시설의 편리함을 가질 수 있는 경우조차 드물다.

유니버설디자인은 누구에게나 편리한 디자인을 추구하기 위해 고안되는 것이다. 가령, 공공장소의 장애인용 화장실은 장애인에게도 편리하지만, 넓은 공간 덕분에 짐을 많이 들고 있는 사람들과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편리하게 이용될 수 있다. 따라서 장애인용 화장실 칸을 따로 표시하는 것 보다는, 보통 한 칸만 있는 장애인용 화장실을 좀 더 여러 칸으로 늘림으로써 장애인용 표시보다는 유니버설 표시를 해놓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장애인 표시로 더욱 분리, 고립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편리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전시회도 개최 되고, 유니버설디자인 보급을 위한 운동도 있어왔지만, 현실을 둘러 보았을 땐 투자와 적용의 정도가 극히 낮은 수준이다. 실생활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부분부터 유니버설디자인을 보급해나간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풍요로운 통합사회로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되어야 할 곳은 정말 많다. 그 중 한 가지만 들어보자면 놀이터이다. 유치원, 학교, 아파트 등의 놀이터에 있는 기구들은 대부분 비장애 아동들에게 맞추어져 있다. 비장애 아동들에게는 재밌는 놀이기구이겠지만, 장애를 가진 아동들에게는 롤러코스터 급으로 무섭고 위험한 놀이기구로 변모될 수 있다. 그렇기에 어릴 때부터의 기억을 되짚어봐도, 현재 존재하는 놀이터들을 둘러 보아도,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이 놀이터에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는 것은 정말 드물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예전보다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통합교육을 구축한다 할지라도, 실생활에서 장애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어울려 활동하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편리하고 재미있는 놀이터가 있어야 한다. 장애아동에게는 그저 위험한 놀이터라면, 함께 어울리기를 바라는 통합교육의 취지에 모순될 뿐이다. 모서리가 뭉퉁하고, 재질이 푹신한 기구 등 장애아동에게도 맞추어 안전하고 세밀하게 만들어진 기구들은 비장애 아동에게도 더욱 안전하기에, 모든 사람을 위한 유니버설디자인의 취지와 잘 부합한다. 유니버설디자인 놀이터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장애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놀이를 한다면 편견과 서로에 대한 벽 또한 자연스럽게 허물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시설적 불편함은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어울려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가로막는 큰 벽이다. 그렇기에 실생활에 있는 많은 장소에 장애인이라는 표시 보다는, 유니버설디자인 표시가 부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니버설디자인을 고안하고 적용하고, 이용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사회의 문화로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이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코드가 될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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