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융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리스크를 감수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몇 번 실패를 하기 전까지는 존경받지 못합니다. 실리콘밸리 내 신생기업들은 대부분 실패를 하죠. 이것이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특징이자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을 기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지난 5월 12일 ‘2009 대덕국제혁신클러스터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한 러셀 핸콕(Russell Hancock) 조인트 벤처 실리콘밸리 회장의 말이다.

실리콘밸리는 첨단 기술의 본산지요, 하이테크 산업의 심장부요, IT분야의 메카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첨단 IT기업들과 일류대학, 성공의 신화로 불리는 벤처산업계의 주요 본고장이기도 하다.

러셀 핸콕 회장의 말을 더 옮기자면 "서로 비교가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의 연구개발이 가능하다"며 "실리콘밸리 안에서 신생 기업들이 유수의 대기업들과 함께 자유로운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개방적인 마인드 역시 실리콘밸리의 특징이기도 한다"고 한다.

실리콘밸리가 융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하이리스크를 감수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와 비교가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연구개발 할 수 있는 개방적인 마인드라고 줄여볼 수 있겠다.

조금 더 그 뜻을 헤아려 보자면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라는 것은 다름 아닌 실험정신과 모험정신이 투철한 신생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창업가들을 배출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인재양성 투자와 그것이 미래나 결과에 대해 미치는 영향력을 예측할 수 없더라도 투자하는 것. 그 결과가 23,000여개의 중소기업들이 실리콘밸리의 주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력적이다. 한편으론 ‘우리나라는 언제쯤 이런 분위기를 갖게 되려나?’ 하는 부러움마저 들었다.

엊그제 6월 30일자로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사업 안내’ 공고가 떴다. 사회복지사업이나 복지활동을 행하는 기관, 단체 및 시설들에게는 반가운 일일게다.

배분의 기준은 전년도 대비하여 완화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운영비 지원 없이 사비로 근근이 생명 연장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같은 신생단체가 지원하기에는 턱 없이 높은 벽임엔 틀림없다.

무엇보다 배분심사기준이 사업수행기관의 신뢰성, 사업수행능력, 사업수행 경험이 우선이기 때문에 “지원해봤자 소용없다. 공동모금회는 우리(신생단체)에게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가.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사업수행경력이 부족하고 그 사업을 수행할만한 인력이 부족한 신생단체들에게 투자를 꺼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겠다. 이 경우에 실리콘밸리의 성장 원동력의 요인을 들이미는 것이 무리일 수 있겠으나 실리콘밸리의 내로라하는 벤처기업들도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하지 않던가.

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에서의 신생조직이다. 때문에 이들은 실패의 확률이 사업수행 경력이 많은 타 전달체계보다 매우 높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가 존재한다면 전국에 100여개가 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주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장애인 차별을 줄이기 위한 사회·정치·물리적 환경개선의 투자 또한 매우 중요하겠으나 이러한 환경개선을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장애인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인재양성의 투자를 한다면 벤처기업까진 되지 않더라도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IL사업팀 신미화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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