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사장 이참)·한국타이어(대표이사 서승화)가 후원하는 ‘2013 전라남도 Barrier Free 여행’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2박 3일간 진행됐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중 소외 계층인 다문화 장애인 가족, 휠체어 장애인 가정과 함께 순천만, 편백숲우드랜드, 우수영관광지, 운림산방, 낙안읍성민속마을, 전주한옥마을 등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전라남도 일대를 여행했다.

특히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조성된 베리어프리(Barrier Free)지역 중심으로 진행돼 그 의미를 더했다.

첫날, 참가자들은 대전과 금산에서 첫 일정인 순천만으로 출발했다. 각각의 사연을 갖고 참여한 다문화 장애인 10가정은 어색함도 잠시 순천만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기 바빴다.

7년 만에 첫 나들이를 한 최병관 씨 가족. ⓒ에이블복지재단

7년 만에 첫 가족여행 “너무도 행복해요!”

참여한 10가족 중 가장 사이가 좋아 보이는 다문화 장애인 가정인 최병관(46)씨 가족을 만났다. 아내 최희경(30) 씨는 7년 전에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후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금전적인 여유와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한 번도 여행을 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7년 전에 한국에 와서 결혼했는데, 여행을 한 번도 못 해봤어요. 남편이 움직임이 불편하여 일하지 못해 제가 여기저기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시간이 없어요. 또 아이를 두 명이나 키우다 보니 금전적인 부분도 힘들어 여행은 생각할 수도 없어요”

남편은 사고로 몸이 불편하기 전인 15년 전쯤 친구들과 온 적이 있다며,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사고 전에 친구들하고 왔던 곳에 오니까 기분이 좋네요. 벌써 그게 15년 전인데…. 많이 바뀌었네요. 아내한테도 아이들한테도 그동안 여행 한 번 가지 못해 미안했는데, 7년 만에 가족들과 여행을 하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남편은 특히 7년 동안 고생해 온 아내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아내한테 매우 고맙죠.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시집와서 일도하고 아이도 키우고…”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는 남편에게서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이 느껴졌다.

남편, 이모와 함께 참여한 김성자 씨. ⓒ에이블복지재단

패셔니스타 김성자 씨,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에 부부사랑 두 배”

짙은 선글라스의 형형색색의 스카프 패션. 이번 여행에 유독 눈에 띄는 김성자 씨(61) 가족을 만나봤다. “참 멋지다”라는 필자의 한마디에 김성자 씨는 신문에 난 자신의 글을 보여주었다. ‘교통사고로 무너진 세계적 모델의 꿈’ 남다른 패션은 젊은 시절 모델로 활동했던 김성자 씨의 삶이자 김성자 그 자체였다.

“젊은 시절 모델 활동을 했었어요. 이국적인 외모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해외로 나갈 준비도 다 마쳐놓았었죠”

“해외로 나가기 전 친구들과 차를 타고 마지막 여행을 가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더라고요. 가슴 아래부터 느낌이 없는데 기분이 이상했어요. 전도유망한 패션모델에서 하루아침에 중증장애인이 된 거예요. 그 뒤 오랜 기간을 고통 속에 보냈죠”

오랜 기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김 씨는 친구의 전도로 새 삶을 찾아 힘겨운 재활을 버티고, 남편도 만났다. 또한, 방송사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같은 장애인을 돕는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이 정말 매우 좋은 것 같네요. 장애인들을 돕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은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엄두를 내지 못했거든요. 휠체어를 타고 편하게 관광지로 이동하고, 관광지에서도 이동 가능하고, 식당도 들어갈 수 있고, 남편도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해서 여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답답했는데, 여러모로 이번여행에 참여하게 돼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

김 씨의 남편은 여행 내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아내의 휠체어를 끌고 다녔다.

조금 무리가 아닌가 하는 필자의 걱정에 “저도 교통사고로 몸이 많이 불편하지만 이렇게 아내가 좋아하는 걸 보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네요. 몸이 불편하면 어떻습니까. 이렇게 서로 행복한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잖아요” 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타이어가 함께하는 ‘2013 전라남도 Barrier Free 여행’을 계획하는 휠체어사용 장애인 여행객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 주요 방문 여행지의 편의 사항을 주관적 견해로 설명해드린다.

한국관광공사는 관광지에 대한 정보에 취약한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해 약 3만여 건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여행정보 스마트폰 어플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 중이다.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http://korean.visitkorea.or.kr) 및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검색하여 내려 받을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저소득, 장애인 등 소외된 이웃에게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틔움버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온라인 기부 사이트 드림풀 (www.dreamfull.ot.kr) 을 통해 사회복지 기관이나 단체의 신청을 받아 진행된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5점 만점에 4.8점): 행사장 전체가 기본적인 BF를 갖추고 있다. 단, 식당의 경우 테이블간격이 좁아 휠체어 사용자가 쉽게 앉기는 곤란하다. 박람회장을 빠르고 쉽게 돌아볼 수 있는 전동카트가 운행 중이지만, 휠체어를 적재하거나,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탑승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디즈니랜드에는 휠체어장애인이 탈 수 있는 놀이시설까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행사에서도 좀 더 적극적인 편의 마련이 필요할 듯.

■순천만자연생태공원(5점 만점에 4.9점): 국내 대표적인 BF여행지로 대한민국 여행지가 이곳만 같아도 정말 좋은 세상일 것이다. 조금 가파른 경사면이 존재하긴 하지만, 데크로드를 따라 걷는 갈대숲이 일품이다.

■편백숲우드랜드(5점 만점에 3.2점): 장흥군이 자랑하는 여행지이다. 정상까지 휠체어 데크가 마련되어 휠체어의 접근이 보장되었다는 뉴스와 자랑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달랐다. 편백숲 데크로드까지 진입하기 위한 포장 경사면이 너무도 급해 건장한 남성이 휠체어를 밀기도 너무 어려웠다. 내려올 때는 결국 3명의 도움이 필요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수동휠체어 사용자는 접근을 권하지 않는다. 우드랜드 중간에 위치한 장애인화장실의 경우 건물 내부 장애인화장실은 존재하지만, 건물진입에 있어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로 휠체어 이용 시 실내화 발판을 치우는 일도 발생했다.

■우수영국민관광지(5점 만점에 3.4점): 울돌목에 위치한 명량대첩 전적지인 우수영관광지는 바다와 진도대교를 보기 좋은 관광지이다. 하지만 전시관과 대첩 탑은 경사가 급하여 진입이 불편하다.

■진도 운림산방(5점 만점에 4.5점): 진도 여행의 일 번지, 운림산방이다. 진도 그림의 뿌리이자 한국 남화의 고향이 바로 운림산방이다.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이 살면서 그림을 그리던 곳으로, 이후 그의 후손들이 이곳에서 나고 자라며 남화의 맥을 잇는다. 소담한 연못과 멋진 자연풍광이 있는 운림산방, 일부 시설을 제외한 주요시설의 진입은 매우 쉽다. 장애인화장실 또한 적합하게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사용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낙안읍성(5점 만점에 3.8점): 평원에 있는 읍성으로 힘들이지 않고 휠체어 여행이 가능하다. 바닥면이 비포장도로이기에 일부 구간에 울퉁불퉁한 노면은 존재하고, 관아 등 일부는 진입이 곤란하다. 낙안읍성의 운치는 성벽을 걸을 때 가장 멋지지만, 휠체어는 오를 수 없다. 하지만 전반적인 편의는 수월한 편에 속한다.

■전주한옥마을(5점 만점에 3.5점): 한옥마을 내 대표적인 장소는 ‘경기전’이다. 경사로는 있으나 문턱을 넘기는 곤란하다. 문화재 시설이기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지만, 경기전 관계자들 경복궁을 방문하여 배워가길 권한다. 한옥마을 전체는 원활히 다닐 수 있으나, 구석구석 마련된 체험장, 전시장 등을 돌아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겨우 찾은 공영주차장 내 장애인화장실, 문이 여닫이로 되어 휠체어사용자 혼자서는 이용이 불편하며, 마련되어 있는 장애인화장실에도 ‘고장 사용금지’라고 적혀 있으나, 곧이어 장애인화장실에서 청소도구를 꺼내는 청소 아주머니 발견하였다. 장애인화장실을 창고로 사용 중이었다. 애써 만든 시설, 시설을 만든 원칙대로 이용하여야 할 것이다.

* 이글은 에이블복지재단 최범열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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