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혹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기도 한다.

학령기를 놓친 뇌성마비장애인들을 교육하는 오뚜기글방의 나이든 학생들과 그들을 가르치는 자원봉사원들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오뚜기글방의 학생들은 배운다는 것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 속으로 들어가는 연습을 하며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자원봉사원들은 대학생, 주부. 학원강사 등 직업도 다양하고 나이도 이십대 초반의 학생에서부터 팔순의 어르신까지 있음은 물론 자원봉사를 시작한 계기도 저마다 다르다.

뇌성마비학생들도 장애정도와 나이도 각자 다르고, 공부하는 과정도 초등학교 과정, 중학교 과정, 고등학교 과정, 수능 준비과정으로 세분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속에서도 학습진도가 각자마다 똑같질 않으니 그야말로 각자의 과정과 특성에 맞춘 개별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선생님보다 학생의 나이가 많은 경우가 많고 학생의 수보다 선생님의 수가 많은 학교인 셈이다.

이렇듯이 오뚜기글방은 뇌성마비장애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잃은 뇌성마비학생들의 작은 배움터이고, 선생님과 제자가 서로에게 친구도 되고, 언니, 오빠가 되어 지내는 나눔의 학교이기도 하다.

일정한 규율과 틀에 짜여진 학교도 아니고, 거창하고 근사한 대안하교교도 아니다. 순수뇌성마비장애를 가졌거나 정신지체 등의 중복장애를 가졌거나, 또는 중증이거나 경증이거나,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필요한 공부를 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곳이다.

오뚜기글방이 문을 연 지 20여 년이 되었다. 그 세월 동안에 오뚜기글방을 거처간 학생들과 자원봉사원들의 생각해본다. 그동안 오뚜기학생들은 고입검정고시를 거쳐 특수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현재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있기도 하고, 취업이 어려워 자랍작업장에서 일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검정고시를 거쳐 사회복지학관련 공부를 하면서 올 겨울 방학에 사회복지현장실습을 마치고 인사 온 학생, 하고 오뚜기글방 공부를 하기 위해 당진에서 어머니와 올라와 중입검정고시부터 대입검정고시를 8여 년 간 마치고 대학에 입학하여 아직도 어머니와 함께 있는 학생, 그리고 발로 글과 그림을 그리며 미대에서 화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을 가르쳤던 자원봉사원들도 재활의학과 의사, 교사, 약사, 회사원 등 다양한 모습들로 오뚜기글방에서 나누던 사랑을 다른 곳에서 계속 실천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아내가 결혼하기 전에 오뚜기글방에서 자원봉사를 하였다며 자원봉사를 신청하여 모두 반가워했던 적도 있다.

오뚜기글방의 20여 년,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이니 긴 시간이다. 때로는 아무리 가르쳐도 진전이 없어서 드는 회의,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의 방황, 글방졸업후의 진로 문제 등 자잘한 어려움과 고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 어러운 여건 속에서도 여전히 오뚜기글방 학생들은 좀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자원봉사원들은 그들의 참된 지지자가 되어주고 있다.

사람들은 희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으로 쉽게 생각을 하고 희망에 대하여 쉽게 이야기하지만 역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쉽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희망을 위하여, 더 나아가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를 위하여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희망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기에 희망은 빛을 잃지 않는다. 오뚜기글방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자원봉사원들이 함께 공부하고 가르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오뚜기글방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존중받고 존중하며 사랑받고 사랑하는 관계를 만들며 희망을 일구듯 우리도 그런 희망을 가져야 하겠다.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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