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힘찬 나팔소리와 함께 근엄한 수문장 교대식이 펼쳐진다. 훤칠하게 큰 키에 큰 칼 옆에 차고 도성을 진동케 하는 북소리를 울리며 장수들이 궁궐 앞에 모여든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이다. 빨강도포에 창을 들고 깃발을 펄럭이며 장수들은 일렬로 줄지어 북소리에 맞춰 조선의 왕이 기거하던 경복궁 문 앞에서 자신의 임무인 궁궐 지킴이 역할을 교대한다.

홍례문 수문장 교대식. ⓒ전윤선

조선의 왕이 기거하던 경복궁은 조선왕조 제일의 법공이다. 북으로 북악산을 기대어 자리 잡았고 정문인 광화문 앞으로 넓은 육조거리(지금의세종로)가 펼쳐져, 왕도인 한양(서울) 도시계획의 중심이기도 하다. 1395년 태조 이성계가 창건하였고, 592년 임진왜란으로 불타 없어졌다가, 고종 때인 1868년 중건 되었다.

홍선대원군이 주도한 중건 경복궁은 33여 동의 건물들이 미로같이 빼곡히 들어선 웅장한 모습이다. 궁궐 안에는 왕과 관리들의 정무시설, 왕족들의 생활공간, 휴식을 위한 후원 공간이 조성되었고 또한 왕비의 중궁, 세자의 동궁, 고종이 만든 건청궁 등 궁궐 안에 다시 여러 작은 궁들이 복잡하게 모인 곳이기도 하다.

국보 제223호인 경복궁 근정전. ⓒ전윤선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거의 대부분의 건물들이 철거하여 근정전 등 극히 일부 중심 건물만 남았고, 조선 총독부 청사를 지어 궁궐 자체를 가려버렸다. 다행히 1990년부터 본격적인 복원 사업이 추진되어 총독부 건물을 철거하고 흥례문 일원을 복원하였으며, 왕과 왕비의 침전, 동궁, 건청궁, 태원전 일원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광화문 - 흥례문 - 근정문 - 근정전 - 사정전 - 강녕전 - 교태전을 잇는 중심 부분은 궁궐의 핵심 공간이며,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대칭적으로 건축 되었다. 그러나 중심부를 제외한 건축물들은 비대칭적으로 배치되어 변화와 통일의 아름다움을 함께 갖추었고 수도 서울의 중심이고 조선의 으뜸 궁궐인 경복궁에서 격조 높고 품위 있는 왕실 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궁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화제의 훼손을 막기 위해 나무경사로가 설치되 있고 가는 곳곳마다 휠체어 관람이 가능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과 같은 전은 그 외형만 관람가능하고 내부는 계단 때문에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 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궐 안 건물과 건물 사이를 다니는 것은 크게 불편함은 없다.

또한 궐 안 건물 대부분은 목조건물이고 바닥은 석조로 돼있으며 석조를 벗어나 권창궁 및 궁궐 뒤쪽으로 가는 길은 흙길이여서 그 또한 고풍스럽다. 뒤쪽 신문문은 청하대가 북악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예전 청와대 자리도 경복궁의 일부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궁내 경사로와 옛 궁궐의 일부였던 청와대. 좌측부터. ⓒ전윤선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거처인 건청궁은 경복궁 증건 사업이 끝난 이듬해인 1873년, 마침내 홍선대원군의 섭정이 끝나고 고종은 경복궁 북쪽 동산정원인 녹산(鹿山)과 향원정(香遠亭) 사이에 건창궁을 건립케 하고 명성왕후와 기거였다.

건청궁이 걸립 된지 3년이 지난 1876년, 경복궁에 큰 불이나자 고종은 창덕궁으로 생활공간을 옮겼으며, 1885년에 다시 건청궁으로 돌아와 1896년 아관파천(러시아 공관으로 옮김)때 까지 10여년을 줄곧 이곳에서 지냈다.

건청궁은 조선왕조 비운의 왕비 명성왕후가 시혜된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어 건창궁을 관람하면서 역사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진다. 건청궁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해야만 관람이 가능하고 궁궐지킴이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건창궁의 역사를 생생히 들을 수 있다.

밖에서 본 건창궁. ⓒ전윤선

그리고 경복궁 내에는 전통과 현대의 문화의 전당인 국립민속박물관도 함께 관람 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조선시대 대표적 궁궐인 경복궁 안에 위치한 국립미속박물관으로 우리 민족의 전통 생활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와 교육의 터전이다. 우리전통의 생활문화를 조사, 연구하고 전시 수집 보전 할뿐 아니라 박물관 교육 및 민속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동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줌은 물론 우리 전통 문화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한민족생활사는 제1전시관에서 열리고 우리민족이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살아왔던 각 시대의 생활 모습과 문화유산을 전시하고 있다. 생업, 공예, 의식주는 제2전시관에서 우리조상이 살아가면서 실생활에 필요한 물자들을 어떻게 얻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인의 일생은 제3전시관에서 조선시대에 양반가 사람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상적으로 여긴 일생을 전시하고 있다. 어린이 민속박물관은 조립 모형과 영상자료 등 다양한 전시매체를 이용하여 초등학교 사회교과에 나오는 민속 내용을 어린이들의 눈과 손으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한 체험 위주의 박물관이다.

야외전시에는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공동체 신앙물인 장승, 돌탑, 솟대, 돌하르방 등을 꾸민 장승동산과 각종 곡식의 껍질을 벗기거나 가루를 낼 때 사용하는 기구인 연자방아 디딜방아를 비롯하여 장명등 문인석등도 볼 수 있다.

민속박물관은 국립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편의시설이 흠잡을 데 없이 잘 갖춰져 있고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박물관 도우미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경복궁 가는 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5번출구 도보 5분 (엘레배이터 설치)

-5호선 광화문역 2번출구 도보 약 10분

버스

-경복궁 서쪽 : 0212, 1020, 1711, 7016, 7022

-경복궁 남동쪽 : 1020, 109, 171, 272,602, 602-1(공항버스), 606, 7025, 708

-경복궁 남서쪽 : 9708

-자세한 버스노선은 서울시 홈페이지(http://bus.seoul.go.kr)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람요금 및 시간

관람시간

-3월~10월 오전 9시~ 오후 6시 (입장은 오후 5시까지)

-11월~2월 오전 9시~ 오후 5시 (입장은 오후 4시까지)

-매주 화요일은 쉽니다.

-5월~8월 중 주말과 공휴일은 오후 7시까지 관람가능

관람요금

-장애인은 무료(1급~3급 동반 1인까지)

경복궁 주변

-칠 궁 (전화) 02-734-7720

-덕수궁 (전화) 02-771-9952, (홈페이지) http://www.deoksugung.go.kr

-창덕궁 (전화) 02-762-8262, (홈페이지) http://www.cdg.go.kr

주요행사

-조선시대 궁성문 개폐 및 수문장 교대의식

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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