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을 태운 싸이클릭샤는 사람들 사이를 부드럽고 빠르게 빠져나간다. 싸이클릭샤는 앞에서 사람이 페달을 밟아야 움직이는 이동수단이고 뒷좌석엔 손님을 두 명까지 태울 수 있으며 좌석 옆에는 짐을 더 실을 수 있어 휠체어를 옆에다 싣고 힘차게 달린다.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만 굴러가는 싸이클릭샤 뒷좌석에 타고 가는 내내 맘이 편치 않았다. 릭샤꾼은 마른체격에 팔에는 힘줄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고 힘겹게 페달을 밟으며 차량과 사람을 이리저리 피해가는 모습이 왠지 안쓰럽고 미안하기까지 했다.
차표를 예약하러 가는 도중에 도깨비시장(찬드니촉)을 거처야 한다. 찬드니촉은 샤자하나바 시절에 가장 번창했던 거리로 유명하다. 현재는 도깨비시장으로 유명하고 구역에 따라 은 시장, 꽃시장, 향신료시장, 도둑시장 등으로 나뉘어있다. 이곳은 혼잡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이곳의 평가는 사람마다 다른 평가를 하다. 어떤 사람은 델리의 제일가는 볼거리라고 하기도하고 혹은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도 한다. 그 이유는 워낙에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도 하지만 미로 같은 골목으로 길을 잃기 십상인데다 골목을 지나다보면 끈질기게 호객행위를 하는 호객꾼 때문에 다음에 물건을 산다는 말을 해도 옷자락을 잡아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길 한가운데 앉아 사람들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되새김질하는 소 떼, 개떼, 또한 달구지를 끌고 가는 사람들이 뒤섞여 정신을 쏙 빼놓는다. 물론 이런 풍경은 인도 어딜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낯선 이국땅을 찾아온 이방인 중에는 익숙지 않은 문화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것도 우리와는 다른 이들만의 관습이며 문화인 것이다.
가는 길에 찬드니촉에 들러 시장 구경에 나섰다 일행이 인도 전통의상을 사며 상인과 벌이는 실랑이는 흥미진진하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는 일명 도깨비시장 특히 대한민국 상표가 붙은 물건이 현지인들에게 비싼 가격에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찬드니촉 곳곳을 둘러보는 동안 사람들의 물결로 정신이 저 멀리 빠져나간 느낌이다. 일행은 다음 행선지로 떠날 채비로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을 산다. 그런데 난 특별히 필요한 물건도 없고 해서 물건을 사지는 않았다.
찬드니촉을 지나 뉴델리에 도착했다. 네모 반듯이 잘 생긴 현대적 건물들이 도시를 점령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한복판에 유료 수세식 화장실도 자리 잡고 있고 유료화장실 이용자는 대부분 여행자이다. 버스터미널이 도착하여 차표를 예매하고 가는 길에 붉은 성으로 향했다
붉은 성까지 섭렵하고 나니 밤늦은 시간이 다되어 파하르간지에 돌아왔다. 내일은 인도 서북쪽 라자스탄(Rajasthan) 지역 자이산메르로 출발해야하기 때문에 환전을 하고 티베트(Tibetian Rest)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자이산메르로 떠나려면 하루반나절이나 버스를 타고 가야하기 때문에 오늘 밤 미리 배낭을 정리해야한다.
밖은 상인들의 흥정소리와 차량들의 경적소리에 소란하고 지금 델리(Dally)는 사람들이 피워대는 향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자만 약간의 긴장된 마음이 기분 좋다.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