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9일,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는 아니었다. 얄궂게도 내가 가장 선출되지 말았으면 하는 후보였다. 그 이유는 앞서 올린 칼럼에 써 놓았기에 굳이 쓰진 않겠다. 다만 그동안 꾸준히 거북이 걸음으로나마 전진해 온 장애인복지가 경제성장 논리에 밀려 후퇴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든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 2000년 이후 장애인 당사자들의 장애인이동권운동을 기폭제로 7년여 동안 적지 않은 성과들을 거두었다. 장애인이동권연대를 구심체로 장애인 당사자들과 이에 동조하는 비장애인 단체들이 연대해 장애인들에 자유로운 이동의 권리를 거리에서 전경들과 싸워가며 서울시를 움직여 지하철역사마다 엘리베이터를 놓게 했으며 저상버스도 도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제도화하기 위한 ‘장애인 등을 위한 이동편의증진법’도 만들게 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거리에서 서울시와 정부를 상대로 열심히 투쟁했다.

집회와 서명운동은 물론이고 목숨 걸고 지하철 선로로 내려가 달리는 지하철을 세우기도 했고 ‘장애인도 버스를 타고 싶다’라고 외치며 지나가는 버스를 세우고 전동휠체어에 탄 동지를 무겁게 들어 버스에 태우기도 했다.

웃기는 건 이날 당선된 후보가 서울시장 임기 중에 일이었다. 그래서 이 후보자는 이런 것들을 자신의 치적이라고 떠들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그의 치적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법이 만들어지는 5년 동안 우리들이 그렇게 피 터지게 싸우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우리는 7년 동안 싸워왔다. 싸움의 구심체인 장애인이동권연대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로 변모해 이동권투쟁 뿐 아니라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장애아동의 교육권 확보를 위해, 장애인시설비리척결과 탈 시설과 자립생활의 권리를 위해 무던히도 싸웠다. 겨울이면 국회 앞 노숙이 연중행사였고 장애인복지 예산 깎는 국회의원 당사에 쳐 들어가 드러눕기도 했다. 올해도 역시 그랬고 지금 이 순간 광화문에 천막 두 채가 처져있다.

새로 뽑힌 대통령 당선자, 기대가 크다. 내년부턴 우리가 투쟁 안 해도 모든 장애인들이 인간다운 권리가 보장이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줄 것이라 감히 기대한다. 그가 가진 장점인 밀어붙이기식 무대뽀 정신으로 우리나라에 만연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고 그 어떠한 중증장애인도 지역사회에 살면서 정당하게 일하고 일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받으며 전국 어디든 어느 곳에든 자유롭게 이동과 출입을 하게 밀어붙여 주기를….

기대한다면… 너무나 허황된 꿈을 가진다면… 안 되는 걸까? 우린 언제나 그런 대통령을 모실 수 있을까?

또 다시 투쟁이 예상 된다. 보다 힘든, 보다 어려운, 보다 빡쎈….

[리플합시다]장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에게 이것을 바란다

박정혁 칼럼리스트
현재 하고 있는 인권강사 활동을 위주로 글을 쓰려고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며 느꼈던 점, 소통에 대해서도 말해볼까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애인자립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들과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융화되기 위한 환경을 바꾸는데 필요한 고민들을 함께 글을 통해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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