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아 사랑해. ⓒ김형희

2006년 7월. 유난히도 더운 여름 밖에는 장대 같은 장마 비가 무척이도 많이 퍼부었다. 임신 32주에 양수가 자꾸 줄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하루라도 더 아이가 뱃속에서 자랄 수 있도록 관리를 하고 있었다. 아이가 조금씩 자라면서 배의 압박은 심해졌고 숨은 자꾸 차올라 산소 호흡기를 끼고 34주 6일까지 견뎌냈다. 그리고 예정일 보다 36일 먼저 1.84kg의 아주 작은 엄지공주 의인이가 태어났다.

나는 의인이의 육아를 위해서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였다. 다행이도 나는 지역의 복지관에서 육아도우미를 1년 동안 지원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아침·저녁에는 친정 부모님이, 낮에는 도우미 아주머니와, 새벽에는 남편과 내가 의인이를 돌보았다. 그리고 워낙 작게 태어났지만 인큐베이터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건강하여서 3개월 만에 태어날 때 몸무게의 3배가 되었다. 그 이유는 규칙적이게 먹이고 재웠으며 분유의 농도를 조금 진하게 먹였다.

5개월이 되었을 때 나는 이유식에 대해 다양한 사이트를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였고 6개월이 되었을 때 이유식을 시작하였으며 아이의 개월 수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를 따져 재료를 선택, 요리법을 찾아 엄마 표 이유식을 만들어 먹여주었다.

또 아기들의 장운동을 좋게 한다고 분유에 다양한 종류의 식품들을 첨가해서 먹인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대한 호기심을 배재하고 집에서 요플레를 만들어 먹였다. 다행이도 우리 의인이는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도 없었고 잘 먹어주어서 고마웠다.

보건소에서 무료로 예방접종을 하였고 선택접종(폐규균, 뇌수막염)은 접종 비는 비쌌지만 혹시라는 생각에 집 근처 여성병원에서 하였다. 그리고 아기 옷이나 장난감, 책등은 주변에 아이 키우는 친구들에게 얻어 재활용을 하였다.

사실 가정 형편을 떠나 아이들은 금방금방 크기 때문에 아이들 물건은 얻어 쓰고 돌려쓰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며 창피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고 오히려 주변에 얻을 곳이 없다는 것이 불행이다.

이제 우리 의인이는 10개월을 채우고 나온 아이들보다 약간 무겁고 키도 크다. 요즘은 일어나서 붙잡고 걸으며 모든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따라다니면서 치워야 하지만 아이의 손 움직임은 두뇌개발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기에 하고 싶은 데로 탐색하도록 나는 지켜본다.

2007년 7월. 초복에 태어난 우리 의인이가 곧 돌을 맞는다. 그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감사하다.

처음 임신과 함께 두려움, 걱정으로 우울증으로 시달렸지만 걱정한다고 이루어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나에게 다가온 일이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좋은 방향으로 풀려감을 깨닫게 되며 그것이 인생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또한 기혼여성장애인으로 아이를 낳는 일은 무척 힘든 일이다. 하지만 여성으로 태어나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은 특권이며 엄마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다. 이런 특권과 축복을 장애여성이라는 이유로 누릴 수 없다면…, 또 아이를 낳아도 양육할 수 없어 고민과 걱정으로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줄 수 없다면 또 다른 장애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도우미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활동도우미가 장애인들에게는 가뭄에 내리는 단비가 되어 줄 수 있다. 특히 여성 장애인들에게 적극적으로 가사와 양육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하며 여성장애인의 몸으로도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며 자랑스러운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위해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찾을 것이다.

더 나아가 파견되는 활동도우미들이 장애인들에 대한 사전교육과 마인드로 먼 이웃이 아닌 가족 같은 관계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리플합시다]장애인연금, 누가 얼마나 받아야 할까요?

무대위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에서 교통사고로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장애인이 되었고, 재활치료로 만난 그림은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하였다. 현재는 아내, 엄마, 화가, 임상미술치료사.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대표... 예술을 통해 꿈, 희망, 도전 할 수 있는 교육, 전시, 공연기획, 제작을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기획자,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과 장애, 세상과의 소통, 나의 내면과의 화해를 통해 힐링 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과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내며, 그 안에서 나를 찾고 감동과 눈물로 또 다른 삶의 경험을 통해 꿈과 사랑 그리고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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