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4월 16일 3시에 당신은 무엇을 했나요?

"1960년 4월 16일 우리는 함께 했어. 우리 두 사람이 함께 했던 1분을 잊지않을거야. 이 1분은 이제 지울 수 없는 1분이 됐어."

이런 멘트를 날리며 작업을 걸어오는 아비, 수리진은 아비를 사랑하게됩니다.

1분이 영원이 되기를......

1분이 2분이 되고 나중엔 긴 시간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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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긴 시간동안 난 아비를 사랑했어요.

거울 속의 나는 내가 거울 앞을 떠나지 않으면 나를 떠나지 않아.

발이 없는 새가 있는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다.

평생 한 번 땅에 내려오는데 바로 죽을 때라고 한다.

한 사람에게 얽매이기 싫어. 아니 사실은 누군가가 나를 떠난다는 것이 두려워. 그래서 난 아무도 잡지 않을거야. 아무에게도 머물지 않을거야.

새는 끊임없이 날개짓을 해야만 날아다닐 수 있어. 잠시 날개짓을 접고 쉬고 싶었는데.

수리진, 루루, 당신들은 내가 지쳤을 때 잠시 쉬었던 바람이었는지...... 난 모르겠어.

그는 1분을 쉽게 잊겠지만 난 영원히 잊을 수 없었어요.

난 그와 영원히 함께 있고 싶었지만 그는 너무 냉정했어요. 그의 냉정함을 견딜 수 없어서 그를 떠났지만 그를 잊을 수가 없어요.

1분은 짧은 시간인 줄 알았는데 영원일 수도 있나봐요.

네... 시계를 보면서 1분내로 그를 잊을 거에요. 1분, 또 1분... 영원히 못 잊을거에요.

공중전화 앞의 또 다른 기다림

당신에게 감정을 자제해보라고 했어요. 하지만 나도 기다려요, 수리진.

아비는 수리진을 잊었지만 수리진은 아비를 잊지 못하고 밤마다 방황합니다. 그렇게 방황하던 수리진은 빗속에서 경찰관을 만나고 아픈 마음을 토해냅니다. 경찰관은 수리진을 사랑하지만 선원이 되어 떠납니다.

지금 눈물흘리는 이 누구…

그는 날 더 좋아해서 널 버렸어...... 하지만 지금 눈물흘리는 나는 루루에요.

아비는 필리핀으로 친어머니를 찾아 떠나고 남겨진 루루는 수리진이 그랬던 것처럼 실연의 고통에 오열합니다.

돌고 도는 기다림

자동차가 아비의 것이듯이 루루도 내 것이 아니야.

아비가 당신의 것이 아니어서, 당신이 슬퍼해서 나도 슬퍼요.

날 수 있으면 왜 안 날아?

발 없는 새? 그런 멘트는 여자 꼬실 때나 써먹어. 날 수 있다면 왜 날지않는거야?

발이 없는 새는 태어나면서 날기 시작해서 죽을 때 땅에 내려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새는 처음부터 죽어있었던 것이다.

나는 사랑이 뭔지 잘 몰랐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이미 늦었지만 말이다.

이미 늦은 사랑은 없어요.

난 가만 있지만은 않을거에요. 난 아비를 찾아서 왔어요. 찾는다면 아비는 내 사람이에요.

1961년 4월 12일 친어머니를 찾았지만 시선만을 느끼며 떠나는 아비, 선원이 되어 떠난 경찰관은 아비를 만납니다. 돈도 없이 위조여권을 얻으려던 아비는 기차에서 총을 맞고 숨을 거두는데 루루는 아비를 찾아 필리핀으로 찾아오고 수리진은 체육관 매표구에서 신문을 읽고 있습니다.

난 영원히 여기서 기다릴 거에요.

1분은 영원이에요. 영원은 1분이구요.

1분이, 한 시간이, 하루가 그 만큼의 영원이듯이 영원은 찰나일 수도 있어요.

1960년 4월 16일 3시, 난 아비와 함께 있었어요. 그리고 그 시간은 영원이 되어버렸어요.

4년전 오늘, 장국영이 떠났습니다. 만우절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거짓말이기를 바랬는데 그는 정말로 떠나가 버렸습니다.

영웅본색의 경찰관, 천녀유혼의 순수한 백면서생, 천설봉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기다리는 탁일항, 남자를 사랑한 패왕별희의 경극배우 데이, 풍월의 충량, 해피투게더의 보영...... 그리고 아비. 맑고 순수한 영혼의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관객의 가슴을 혼통 휘젓기도했고 상처와 고통을 감추고자 위악과 무심한 냉소로 가슴을 아리게했던 장국영 그가 그립습니다.

바람 속에서 쉬던 새, 장국영, 당신 오래 오래 기억해 줄께요.

타고난 호기심으로 구경이라면 다 좋아하는 나는 특히나 불 꺼진 객석에서 훔쳐보는 환하게 빛나는 영화 속 세상이야기에 빠져서 가끔은 현실과 영화의 판타지를 넘나들며 혼자 놀기의 내공을 쌓고 있다. 첫 돌을 맞이하기 일주일 전에 앓게 된 소아마비로 지체장애 3급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현재 한국DPI 여성위원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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