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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혐오에 동참하는 언론·정치권

언론·정치권 혐오에 대한 성찰, 실효적 제재 등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8-16 08:58:57
힘들다는 말을 계속 듣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느낄 감정과 관련해 연상되는 단어들 ⓒPixabay 에이블포토로 보기 힘들다는 말을 계속 듣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느낄 감정과 관련해 연상되는 단어들 ⓒPixabay
어렸을 때 사람들의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나는 괴롭힘의 대상이었지만 가족에게도 짐 덩어리였다. 엄마가 나를 키울 때 엄마 마음을 배려하지 못한 채 학교에서 나에게 벌어진 안 좋은 일을 얘기하면, “너 키우는 거 힘들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내가 가족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이들에게 나의 입장을 얘기했을 때도, 가족들은 힘들어했다. 나의 친누나는 너에게 조언을 더는 주기 싫다며 관계를 잠시 끊은 적도 있었다. 교회에서도 다른 사람들하고 얘기하고, 관계를 맺으려 하다가 내가 모르는 무례한 행동으로 인해 관계가 소원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직장에서도 내가 모르는 무례한 행동이나 속된 말로 눈치가 없는 행동, 뭔가 오해의 소지가 생길만한 소통 등은 직원들과 상사에겐 비판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말을 반복하는 것도 고쳐야 하는 행동 중 하나였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바뀌기가 참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떤 때는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느끼고 그게 확실한 데도, 상사의 고압적인 행동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반백 년을 살며, “사람 좀 배려해라.”, “눈치 좀 봐” 등이 내가 들은 말이었다. 지금은 약간 그런 말을 듣는 빈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엄마, 누나, 직장, 교회, 학교, 주위 등지에서 한두 번이 아니라 이런 말 듣는 게 계속되다 보니 이와 같은 극단적인 생각까지 든 적이 있다. ‘그러면 난 살아선 안 되는 존재인가?’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맥락에 따르거나 추상적인 것이 아닌 명백하고 확실한 정보를 주지 않고, 이해 안 되면 그냥 무조건 따르라고 하는 것, 너무도 눈치를 심하게 봐야 하는 고맥락 사회, 다양성 존중 없는 사회에서 살다 보니 그런 생각 드는 게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노력해선 안 된단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나보다 장애가 더 심한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과 관련해 부모들이 양육하는 게 힘들다면서 24시간 국가책임제 실시, 돌봄 확충 등의 주장을 장애계와 주요 언론 등을 통해 자주 하는 걸 접하게 된다.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 필요에 따르고 예산이 충분한 가족지원체계가 아니기에 부모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부모가 봤을 때 장애 자녀를 키우는 게 힘들기에 이해는 간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들의 힘든 호소와 정책적 요구에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모들이 진지하게 들어보거나 언론에서 다룬 적이 거의 드물다는 거다.

발달장애인 삶에 대한 국가책임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발달장애인 삶에 대한 국가책임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DB
부모들의 힘든 마음을 듣는 중증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은 어떤 심정일까? 이들은 말로 표현하긴 쉽지 않지만, 부모에게서 힘든 마음을 계속 느끼고, 언론에서도 부모들이 자녀와 있는 게 힘들다는 소리를 계속하니 속으론 ‘나는 세상에선 살아선 안 되는 존재인가 보다.’라고 느끼지 않겠는가? 장애가 경한 내가 듣기에도 그렇게 느끼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 당사자들이 자신을 혐오하며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2022년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 자료에 따르면 자폐성 장애인의 사망원인 중 폐렴과 함께 공동1위가 고의적 자살이라고 하니, 어찌 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언론에서 부모들의 호소를 접하는 비장애인, 다른 장애 유형의 장애인에겐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은 가족에겐 짐 덩어리니 역시 살아선 안 된다고 하거나 무조건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은연중에 발달장애인을 혐오하는 감정이 생기거나,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겠는가?

얼마 전엔, 기록적 폭우로 인해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기초생활 수급자였던 40대 발달장애 여성과 그 여동생 A씨, A씨의 딸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지하나 반지하 주거의 경우 폭우, 혹서, 혹한에 취약한 등 열악한 조건이지만, 월세가 저비용이라 소득수준 낮은 장애인 가구엔 그나마 살 수 있었던 공간이었을 게다.

이번 일을 두고 반지하 주거공간 등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나, 주거비를 감당할 수 있는 소득보장체계 등 이런 주거공간에 살 필요가 없게끔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한 시민단체 논평에선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한 반지하에서의 이번 참변은 가난과 장애를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전가한 데서 발생했다고 언급한다.

그런데 수마가 할퀴고 간 신림동 참변 현장에서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발언한 한 ‘국민의 힘’ 의원의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서민들의 상처와 아픔에 동참은커녕 남 일 같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이들의 모습에 수마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물론 지적·자폐성 장애인 가족들은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받아야 했다.

이후 망언한 의원의 사과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망언했던 모습은 ‘국민의 힘’ 의원들, 당원들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개인적으로 느껴졌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짐짝 여기며 이들의 인간다운 삶에 그동안 관심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 정당에서 자폐성 장애인을 다음과 같이 비하하는 말을 한 걸 보면 별로 놀랍지 않다.

국민의 힘 김성원 의원이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하며 수마로 피해 본 사람들에게 망언하는 장면. ⓒKBS News Youtube 캡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국민의 힘 김성원 의원이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하며 수마로 피해 본 사람들에게 망언하는 장면. ⓒKBS News Youtube 캡처
"야당이 투쟁력을 높여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위축돼서 야당의 존재감이 없다는 프레임에 빠져 초라한 모습이다. 일종의 자폐적 증세를 과감히 벗어나 야당의 투쟁력을 보여야 한다." (‘국민의 힘’ 김기현 의원 발언 중 일부. 2021. 1. 26)

“한국 정치의 자폐적 진영논리와 극단적 편가르기는 바로 이들을 토양으로 한다. 소수의 과잉대표에 기대어 국민 뜻을 저버리고 보궐선거 공천을 하겠다면 이제부터는 당명에서 ‘민주’라는 단어를 빼라. 더불어대깨문당이 어울린다”(국민의 힘 김근식 당협위원장 발언 중 일부, 2020. 11. 2)

과거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고인지 지적·자폐성 장애인 관련 맞춤 직업훈련내용이 빠진 등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가 아닌 객체,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란 관점이 그대로 담겨 있다. 정보 접근성 제고나 결혼할 권리 등 장애인의 권리 증진을 위한 정책은 나올 수 없었던 거다.

이거 다시 재고해야 한다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얘기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국민의 힘’ 전신)이 동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며 우리의 요구를 무시했다. 국민의 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부모의 의견만 중시하며,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의견을 무시하는 건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순간이었다.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 활성화 방안도 내놓았지만, 대학교와 대학원에 진학한 지적·자폐성 장애인은 지원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에겐 정당한 편의 제공도 거의 없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암묵적으로 면접에서 탈락시키는 사례도 내 주위 동료들의 소식으로 접하기도 한다,

따라서 교육, 고용 등에서 정당한 편의 미제공으로 질 좋은 일자리를 가지기 어렵고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원도 많은 등 소득보장과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한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현실을 정치권은 거의 바꾸지 않았다. 이들의 삶에 일정 부분 책임지지 않고 알아서 하라는 거다. 이들의 삶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가족에게 지우는 건 변하지 않았다.

그러니 지적·자폐성 장애인 가족이 힘들어 죽겠다는 소리를 예전과 같이 자주 하게 된다, 결국, 사람들이 지적·자폐성 장애인 당사자를 혐오하게 정치권이나 언론이 조장한 거라 봐도 무방하다고 본다. 정치권, 언론 자신들조차 당사자 혐오엔 매한가지다.

언론이나 정치권이나 이제라도 지적·자폐성 장애인 당사자를 인간 이하로 취급하거나 착한 장애인으로 살라고 은근슬쩍 강요하거나 유도하지 말라. 권리 증진을 위한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에 단 2%라도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라. 적어도 차별·혐오하는 몸짓과 표현을 하지 않도록 언론, 정치권은 매일 자신을 성찰해야 할 것이다. 이거로도 되지 않는다면 실효적인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언론이나 정치권이 현실을 바꾸지 않는다면 발달장애인이 혐오·차별을 겪다, 결국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듯 사회가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날이 반드시 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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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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