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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인 관점에서 본 권리협약 민간보고서

발달장애인 선거권 이슈 포함 등 긍정적... 일부 이슈 빠져 아쉬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6-21 09:21:36
한국 DPI등 20~30여개 단체로 구성된 UN CRPD NGO연대에서 2·3차 민간보고서 공청회와 간담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포스터. ⓒ한국장애인연맹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 DPI등 20~30여개 단체로 구성된 UN CRPD NGO연대에서 2·3차 민간보고서 공청회와 간담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포스터. ⓒ한국장애인연맹
장애인권리협약 2·3차 병합 국가보고서 심의가 이제 약 2개월 남았다. 이에, 한국DPI가 간사단체이고, 한국장총,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의 20~30여 개 장애계 단체로 이뤄진 장애인권리협약 NGO연대가 지난 수요일 민간보고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보고서를 쭉 보며, 나름대로 의견을 반영하려 노력했던 점이 느껴졌다. 죄를 지은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장애를 고칠 수 없음에도, 고쳐야 한다는 일념 아래 이들에게 가혹한 기준을 적용하며, 형기 이상으로 15년 정도를 정신병원인 치료감호소에 장기 수용하는 현실을 지적해야 한다고 했고, 실제로 그게 반영됐다.

29조 참정권에선 1차 민간보고서 안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투표 조력 및 이들에게 필요한 선거권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 일환인 그림투표용지, 알기 쉬운 선거공보 등이 법률에 명시되지 않거나 실제로 제공되지 않음을 지적했다. 이제야 그 사안이 지적됐음이 만시지탄이면서도, 한편으론 이들도 시민으로 당당하게 나서기 위한 시작점이 마련됐단 점에선 진정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적·자폐성 장애인 실종문제에 관해서 장애아동 조항이 아닌 생명권 조항으로 이동한 거다. 실종 장애인엔 아동뿐만 아니라 성인도 있는 것이고 성인 장애인까지 장애아동 조항에서 설명한다는 건 장애인을 ‘어린아이’로 취급하는 것 같아, 이건 다른 조항에서 언급하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을 얘기했고 이게 실제로 반영됐다.

그런데 아쉬움도 여기저기서 발견됐다. 먼저 아까 말했던 장애인 실종문제에 관련돼, ‘국민의 힘’ 엄태영 의원 외 10인이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의 동의 없이 보호자의 요청만으로 위치 추적장치를 발부할 수 있도록 실종아동법을 수정했다. 이건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이동 및 사생활의 자유 침해 등 인권침해 우려가 있기에 인권적 대안이 필요함을 민간보고서에 지적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없어 아쉬웠다.

또한, 15조 고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로부터의 자유와 관련해선 아직도 장애인 거주시설 내의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거주시설 내에 인권지킴이단을 설치했지만, 인권지킴이단의 운영 주체가 시설 입장 대변하는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이하 한장협)라, 거주시설의 인권침해 방지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에 관련해 국민의 힘 이종성 의원은 형식적인 인권지킴이단 운영을 언급했고, 인권위에선 시설장이 아닌 지자체장이 지역 장애인 인권위원회나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 추천을 받아, 인권지킴이단원을 직접 위촉하도록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을 권고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인권지킴이단의 현실을 지적함은 물론 인권지킴이단을 시설과 독립적으로 전환하고, 독립적인 기관의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침해 모니터링이 필요함을 언급했어야 하는데, 그 내용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전 주인공은 싫다’는 자막으로 시작하며 바리스타, 밴드 연주자, 화가로 활동하는 발달장애인의 모습을 그린 공익광고. ⓒKobaco 공익광고협의회 Youtube 캡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전 주인공은 싫다’는 자막으로 시작하며 바리스타, 밴드 연주자, 화가로 활동하는 발달장애인의 모습을 그린 공익광고. ⓒKobaco 공익광고협의회 Youtube 캡처
8조 인식개선과 관련해선 지적·자폐성 장애인 인식개선 광고와 관련해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묘사했다. 그래서 인권적 모델에 따라 당사자를 권리의 주체로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광고를 제작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들어갔어야 했다.

9조 접근성에선 BF인증기준에서, 지적장애인 관련 알기 쉬운 건물안내도, 자폐성 장애인과 관련해선 감각실 등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과 관련한 인증기준 마련이 필요한데, 그게 없다. 또한, 5년마다 하는 장애인편의시설 실태조사에서 감각실 등의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관련 내용이 없다. 그래서 이런 현실을 지적했어야 했는데, 그게 빠졌다.

또한, 지하철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이 10cm 이상인 곳엔 안전발판 등 승객의 실족사고 방지설비 설치를 규정하는데, 2004년 이전에 지어졌거나 짓고 있던 역의 경우 이 규정 적용이 제외되는 등 휠체어 장애인들이 안전한 지하철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얘기하고 건축연도에 상관없이 안전발판 설치 등의 안전한 지하철 이용 조치를 권고하는 내용이 들어갔어야 했는데 이 내용 역시 빠졌다.

20조 ‘개인의 이동’과 관련해선 버스·지하철 노선도 등이 지적장애인, 저인지 자폐성 장애인들에게 이해하기 쉽지 않아 알기 쉬운 노선도 등이 필요한데, 그런 것들이 없기에 복지시설 종사자나 부모가 알려주는 루트대로만 이용하는 등 이들의 이동권 실태를 알려줄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정신적 장애인 관련 이동권 실태조사가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서 빠졌고, 아울러 이들과 관련한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이동권에 대한 교육이 부재하다. 이런 현실을 민간보고서에서 언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21조에선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방송접근권에 대해 장애인 방송 고시에 이들 관련 질적인 기준(알기 쉽거나 맥락에 따른 정보)이 없어, 이에 관한 권고를 작성했어야 했다.

23조 ‘가정·가족에 존중’에선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에 기반한 가족지원체계를 권고한 건 맞는데, 부양의무제, 장애아동 수당만을 관련 근거로 삼았다.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은 소득수준과 구 장애등급 등의 2열 종대에 의한 지원, 발달장애인 가족 휴식지원사업은 예산에 따른 지원사업, 발달장애인의 형제·자매 지원프로그램은 국가·지자체에서 드문 실정인 등 총체적으로 가족지원모델이 인권적 모델이 아님을 지적했어야 했다.

UNCRPD NGO연대 간사단체인 한국장애인연맹(한국DPI, 회장 이영석)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지하1층)에서ㅠ 개최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 심의 대비를 위한 공청회’ 모습. ⓒ이원무 에이블포토로 보기 UNCRPD NGO연대 간사단체인 한국장애인연맹(한국DPI, 회장 이영석)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지하1층)에서ㅠ 개최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 심의 대비를 위한 공청회’ 모습. ⓒ이원무
24조 교육에선 장애인 직업교육과 관련해 장애인의 욕구와 강점이 무시된 천편일률적인 직업교육으로 역시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입각함을 언급했어야 했고, 대학교육 등의 고등교육 또한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에게 심리적 지원 및 알기 쉬운 교수자료 등의 합리적 조정이 제공되지 않아 접근성에 제약이 있는 현실이 보고서에 담겨있지 않았다.

한편 평생교육도 언급돼 있지 않아, 한 장애인단체에서 비장애인 중심의 평생교육임을 지적한 점은 좋았지만, 이게 저인지, 중증장애 중심의 평생교육으로 자기결정권과 선택권 보장엔 미흡한 등 인권적 모델에 기반한 게 아닌 것까지 지적해야 했다.

25조 건강에선 청각장애인에게 어려운 의학용어 적힌 진단서를 주거나, 지적장애인에게 3분 진료하는 등의 사례 언급을 통해 보건의료진의 장애인식 미흡하고, 이와 관련해 장애인건강권법 제4조 이동 및 이용 편의 사항에 청각·지적·자폐성 장애 관련 정당한 편의 명시 및 의과대학·대학원 등에 장애 관련 전문 과정을 필수과목화하는 등의 조치를 권고로 담아야 했다.

27조 ‘근로와 고용’에서 장애인 의무고용제의 실효성에선 장애인 체험인턴 등, 질 낮은 일자리에 장애인을 채용하는 등의 현실이 있어, 의무고용률 통계와 관련해 취업유형(체험인턴, 대기업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장애인 표준사업장 등), 장애 유형, 정도, 성별, 연령 등으로 분리통계를 내는 게 필요한데,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또한, 근로지원인 처우와 관련해 농인의 경우를 제외하곤 모든 장애 유형에 대해 시급이 균일해, 지원 많이 필요한 중증장애인 지원 기피는 물론, 근로지원인이 용돈벌이 아르바이트로 생각하기 쉬운 등 고용 안전성이 떨어지는 현실을 보고서에 기재해야 했다.

이외에도 28조 ‘적절한 수준과 사회적 보호’에선 기초수급을 받는 노인의 경우, 장애인연금은 기초연금으로 바뀌고 이를 받을 경우 기초수급에서 생계비가 깎이는 등의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과 최저생계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소득보장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연금,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비장애인과 똑같은 나이에 지급받기에, 상대적으로 불합리한 조치 등의 현실을 담지 못했다.

29조 ‘정치 및 공적생활에 대한 참여’에선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등 후보자 추천 시 여성을 50% 할당되도록 규정하지만, 장애인 등 소수자 관련 규정의 부재 등 시혜적인 장애인 피선거권의 현실과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침해될 수 있는 환경의 장애인 거소투표 현실을 담아 권고안을 내는 것이 필요한데, 그것이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16일 UN CRPD 민간보고서 간담회 모습. ⓒ이원무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16일 UN CRPD 민간보고서 간담회 모습. ⓒ이원무
지금까지 언급되어야 했지만, 빠진 이슈 등에 관해 얘기했다. 다른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 단체에서도 보고서에 얘기했어야 했지만 언급되지 않은 이슈에 대해 다음 날 이어진 간담회 자리에서 이야기했다. 간담회에서 장애계 단체, 시민단체 등은 이슈 언급은 물론 정부에 효과적인 권고를 위한 전략을 몽골 출신의 대한민국 보고서 심의관인 게렐 위원에게 질의하는 등 열정과 성의로 임했다.

민간보고서를 3년 전 1차 작성했지만, 3년 동안 정책과 통계에 변화가 있었고,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한 심의일정 지연에 최근에서야 보고서 집필진 재구성 등으로 연대에서 보고서를 집필했던 과정이 녹록치만은 않았음을 느낀다.

물론, 보고서에 빠진 내용이 있지만, 그럼에도 장애인 권리증진이란 목적 하나로 간사단체가 힘을 기울이고, 집필진들이 하나로 뭉쳐 1차 보고서에서 3년 동안의 정책과 통계 변화 등을 반영하며 보고서를 집필했기에, 이들에게 수고했단 말을 전하고 싶다.

국가심의를 하기 전의 준비과정과 제네바에서의 국가심의, 최종권고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정이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 연대 집필진들과 간사단체 등이 의견을 주고받고, 마지막까지 장애인 권리증진이란 목적 하나로 매진한다면, 민간보고서 내용이 보완돼 충실해지고, 분명 의미 있는 권고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필자도 부족하지만, 보고서 완성을 위해 마지막까지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그리고 장애인의 권리증진을 위한 노력은 최종권고 이후 더욱 줄기차게 진행돼야 한다. 장애인이 인간다운 세상을 사는 그날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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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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