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체장애인의 일하는 모습. ⓒAndi Weiland(Gesellschaftsbilder.de)

넷째, 장애인은 취업자격조건과 직무능력이 부족하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중고등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직무 관련 경험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많다. 또한 장애인 근로자는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려는 의지가 높고, 다른 사람에 비해 업무능력이 부족할 경우 타인보다 몇 배 노력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편이다.

앞서 언급했듯 장애인은 직장생활에서 부분적인 제약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기업이 이러한 제약을 보완해주는 약간의 배려만으로도 장애인 근로자는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해 나갈 수 있다.

독일 최대 사회복지기구인 악치온 멘쉬(Aktion Mensch)가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1퍼센트가 장애인 근로자와 비장애인 근로자 간의 직무능력 차이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독일 전문가들은 장애인 근로자가 비장애인 근로자 보다 기업 충성도가 높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은 장애인 근로자에게 적합한 근무조건이나 건물 내 배리어 프리 등 최적의 근무환경을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장애인 근로자는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더 큰 소속감과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라이프치히 치과기공소(Zahntechnik Leipzig)에는 근로자 5명 중 2명이 중증장애인이다. 이곳 사장 헨리 괴펠은 2018년 청각장애가 있는 카트린을 치기공사로 채용했다.

"집중도가 매우 높은 카트린 덕분에 제품에 대한 고객불만율이 8퍼센트에서 2퍼센트로 뚜렷하게 감소했어요."

카트린은 인공와우를 통해 희미하게 들을 수 있지만 직장 내 의사소통은 주로 독화술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직원들은 카트린에게 천천히 말을 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카트린은 직원들의 세심한 배려와 인내심 덕분에 지금까지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괴펠 사장은 기계 신호음을 잘 들을 수 없는 카트린을 위해 기공소 내 다양한 기계의 신호음을 시각화 했다. 예를 들어 기계가 작동을 시작하거나 멈추면 작업대 위에 길게 펼쳐진 LED전등이 깜빡인다. 이로써 카트린은 타인의 도움 없이 기계를 조작하며 근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라이프치히 치과기공소에는 중증지체장애가 있는 직원도 근무한다. 괴펠 사장은 허리손상으로 오래 앉지도 서있지도 못하는 직원을 위해 직원이 기존의 작업실 근무 외에도, 제품 운송과 회계업무 등 여러가지 업무를 병행하면서 수시로 몸을 움직이고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는 유동적인 근무조건을 마련했다.

"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한 이후 우리 회사는 서로를 더 많이 배려하고 존중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되었어요. 장애인 직원들 덕분에 그동안 이뤄낸 결과물에 스스로 놀랄 정도이죠. 우리 기업은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을 걸어갈 거예요."

보스마이어 돔머무트 법률사무소(Kanzlei Dr. Voßmeyer Dommermuth)의 행정팀에 근무하는 네스린은 선천성 관절구축증이 있는 중증지체장애인이다. 그는 이곳에 채용되기 전 3년간 일주일에 20통이 넘는 지원서를 발송했지만 매번 돌아오면 답변은 "죄송합니다"였다.

"저는 건강한 사람들만큼 일을 잘 해낼 자신이 있는데, 기업들은 제게 기회조차 주지 않았어요."

그러나 보스마이어 돔머무트 법률사무소는 달랐다. 이 기업이 네스린을 채용한 이유는 단순하다.

"40명의 지원자 중 네스린이 가장 최고였기 때문에 뽑았어요.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는 주어진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사람이죠. 따라서 장애 자체는 전혀 문제되지 않아요. 우리 회사는 네스린의 신체에 적합한 의자를 특별 제작했어요. 네스린은 자료보관실에서 무거운 서류상자를 운반해야 할 때에만 타인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 외에 그녀의 장애는 직장생활에 전혀 문제되지 않아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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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리 칼럼니스트 독한 마음으로, 교대 졸업과 동시에 홀로 독일로 향했다. 독한 마음으로,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재활특수교육학 학사,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박사과정에 있다. 독일에 사는 한국 여자, 독한(獨韓)여자가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외국인으로 엄마로서 체험하고 느끼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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