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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자조모임, “함께 가요! 이 길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4-12 10:17:03
자조모임이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모임이다.

2015년, '2030 ㅇ' 자조모임에 처음 참여했다. 20대부터 30대까지의 다양한 장애유형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춤 테라피', '인권. 노동법 강의 듣기', '꽃꽂이', '메이크업하는 방법 배우기' 등등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활동이 끝나고는 뒤풀이를 하면서 친목도모의 시간도 가졌다. 한해를 마치고 자조모임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은 빼놓을 수 없는 연례행사였다.

"제 또래 중에 장애를 가진 사람은 저 밖에 없는 줄 알았어요."
"장애로 인해 혼자서는 해 보기 어려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친구가 생겨서 좋아요."
"주말에 모여서 저와 같은 직장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 갔다. 나는 "저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라고 말하면서 2009년에서 2013년 사이의 추억을 끄집어 내렸다.

나는 그 당시 'W'라는 이름을 가진 자조모임에서 단편 극영화를 제작했다. 발달장애 당사자와 비장애 조력자가 힘을 모아 함께 만든 영화였다. 네 번째 영화는 시나리오, 연기, 촬영, 편집, 상영회까지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을 발달장애 당사자끼리 스스로 해내는 일을 벌이고야 말았다.

2009년도에 만든 첫 번째 영화와 2013년도에 만든 네 번째 영화는 서울 장애인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 같이 힘을 합치면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을 안겨 준 나의 생애 첫 자조모임 활동이었다.

'W'는 다섯 해동안 네 편의 영화를 만들고 해체되었지만 이 시기 함께 영화를 만들며 동거 동락했던 몇 분과는 아직도 간간이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 이 분들과 연을 맺은지도 벌써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렸다.

요즘도 여전히 자조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OOO라는 이름을 가진 발달장애 당사자 자조모임이다.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의 여파로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각자 집에서 모인다. 온라인상에서는 의사전달이 잘 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하지 못함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싶다. '총무'라는 분에 넘치는 임원 자리를 맡아서 회의에도 참석한다. 그달 모임은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임원과 조력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비장애 조력자는 '조력'이란 문자 그대로 우리가 하기 어려운 부분만 도움을 주실뿐, 어떠한 개입도 없다.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자조모임에서만큼은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하다. 발달장애 당사자가 주도가 되어 모임 준비도 하고 진행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자조모임을 통해서 적어도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오프라인에서든 온라인에서든 사람들을 만난다.

12년 전 자조모임에 처음으로 참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집, 아니면 회사였다. 주말에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서 푹 쉬어도 좋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자꾸만 허전해져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니 장애를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나 혼자인 것만 같았다.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아도 돌아오는 건 동정 어린 시선뿐,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다. 복지기관 프로그램을 이용하며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었겠지만 평일에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나하고는 시간이 맞지 않았다

때론 회원으로서, 때론 리더로서 자조모임을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참여해 오면서 나의 장애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자조모임을 직접 이끌어 가보기도 하면서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나와 자조모임'이라는 제목을 스스럼없이 붙일 만큼 자조모임과 나의 관계는 이렇게나 뿌리가 깊다. 긴 세월의 힘에 못 이겨 함께하는 사람들은 달라질지라도 2030 자조모임이 3040이 되고 5060이 될 때까지 나와 자조모임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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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유리 (uri2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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