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 ⓒ교육부 고교학점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얼마 안 있으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보는 날이 다가옵니다. 그런데 이제 이에 앞서서 장애학생들에게는 핵폭탄 맞은 듯한 뉴스 하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내용을 읽어보시면, 걱정이 태산이 될 것이라는 짐작이 듭니다.

앞으로 얼마 안 있으면, 고등학교에서 수업 듣는 방식부터 성적 매기는 방식까지 아예 뿌리부터 바뀌게 될 것입니다. 바로 ‘고교학점제’ 때문인데요, 마치 대학교에서 학점을 따면서 졸업을 하게 되는 제도를 그대로 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미국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하고 있으니 외국에서 하는 규정만이 올바른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일단 이 제도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중요한 규정 몇 가지만 설명해드리면 이런 내용입니다.

첫째, 모든 고등학생은 지정된 필수 교과(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등)과 선택과목 일부를 자기 선택에 따라 수업을 들어야 한다.

둘째, 이제 졸업을 하려면 3년간 출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학점을 다 취득해야 한다.

셋째, ‘낙제’ 제도가 생긴다. 이에 따르면 보충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만약 여기서도 낙제를 하게 되면 이 기록은 영원히 꼬리표처럼 남는다. 대학교에서 흔히 있는 재수강은 여기서는 없다.

이 같이 정리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바로 장애 고등학생들에게는 이것이 장벽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특히 현재 장애 인구 구조를 보면 장애청소년 대다수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것은 대단히 큰 장벽으로 나오게 될 것입니다.

발달장애인 중 이렇게 설계된 고등학교 체계에서 살아남을 비율은 극히 낮을 것 같습니다. 아마 저조차 수학 과목은 사실상 ‘없는 과목’ 취급할 정도인데 이렇게 되면 아마 수학 과목은 ‘낙제’ 딱지가 영원히 남게 될 것 같습니다. 다른 과목은 어영부영해서라도 따라잡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교육부로부터 고교학점제 관련 질의를 회신받은 실제 회신문 전문. ⓒ장지용

이쯤 하면 몇 가지 대책을 논의해야 할 지점이 다가옵니다. 발달장애학생을 위한 고교학점제 예외 규정이나 특수 규정을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합니다. 안 그래도, 제가 그럴 줄 알고 교육부에 문의를 해봤습니다. 교육부에서 결국 회신을 받았는데, 결론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특수교육대상자(주: 교육부에서 장애학생을 부르는 정식 명칭)에 대해서는 학점 취득을 위한 규칙 일부를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 일정에 따라 정책연구 등을 통해 마련할 것이다.

둘째, 2022년부터 국립특수학교를 중심으로 고교학점제를 시범 운영할 것이다. 고등학교에 배치된 특수교육대상학생의 고교학점제 참여 활성화를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추진한다. 그리고 이 추진 결과를 통해 특수교육대상학생 고교학점제 적용 방안을 마련하여 장애학생 특성과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고교학점제를 만들 것이다.

셋째, 이렇게 규정을 바꿔도 각급 학교에서 하는 장애인식개선교육은 똑같이 받는다. 이것은 장애인복지법 제25조 때문에 그렇다.

이를 정리하면, 한마디로 “장애학생에 대한 고교학점제는 조금 다르게 적용할 것이다”라는 것 이외에는 확정된 사실이 없습니다. 예외를 인정하여 어떻게든 장애학생에게도 고교학점제로 피해 보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생각입니다.

다만 이렇게 해도 문제는 될 것입니다.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을 따로 만들어야 하거나, 아니면 개별화교육계획에 따라 장애학생의 고교학점제 특별 규정을 마련해서 교과목 이수 수준 조정 등을 받게끔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원반 통합수업을 제대로 치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장애학생들도 형식적인 요소가 섞여 있기도 하지만 원반 통합수업 제도가 있는데, 현재도 원반 통합수업에서 장애학생은 겉도는 현실입니다.

게다가 비장애학생들도 자기 수업시간이 대학교처럼 각자 다르므로, 수업시간마다 장애학생을 도와줘야 하는 학생을 일일이 붙여줘야 합니다. 과거에는 그 원반에 책임자 한 두명을 붙여주면 되었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마도 대학교 방식을 베껴서 과목마다 장애학생을 돕는 학생에게 일정한 가산점이나 봉사활동 시수를 넣어주는 등의 방법으로 보상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것입니다.

그 외에도 소속 학급이라는 개념과 담임교사의 개념이 전면적으로 뒤바뀌게 된다는 점인데, 이런 것은 비장애학생들도 경험하게 될 문제인 점에서 따로 논의하지는 않겠습니다.

교사 관점에서도 특수교사가 해야 하는 임무는 바뀔 것입니다. 이제는 장애학생의 행정 관리와 사회적응 등 비교과 교육 진행을 중점으로 하고, 고교학점제에 따른 장애학생 별도 과목에 대한 진행 정도로 바뀌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발달장애학생에게는 별도 교과목이 지정되거나 특수교사가 진행하는 대체과목으로 고교학점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므로, 특수교사가 장애학생 맞춤형 수업을 진행하게 될 것은 또 확실할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재도 특수교사 목표 인원을 맞추기에는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으므로, 당분간 특수교사 대규모 충원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장애학생에게도 고교학점제는 모든 것을 뒤바뀌게 할 것입니다. 장애학생이라고 기존 방식대로 규정을 마련할 수는 없습니다. 고등학교 수업 체계를 아예 ‘처음부터 갈아엎는’ 구조로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인 만큼, 장기적으로 장애학생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대안을 모색할 시점입니다. 이러다 자칫 고교학점제가 장애학생을 차별하는 제도로 변질되면 안 하느니만 못한 제도로 전락할 것이니 말입니다.

제가 받은 교육부 회신에서도 교육부는 앞으로 장애학생에 대한 고교학점제 보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니, 앞으로 그 대안을 어떻게 할지 장애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입니다.

매일 예산 때문에 ‘팔뚝질’만 하는 사이, 아예 처음부터 갈아엎는 제도 때문에 장애학생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 안 그래요? ‘팔뚝질’보다 급한 문제가 다가왔는데 말입니다. 예산 타령하는 사이 장애학생들이 표류하게 될 것입니다. 장애계의 집중적인 고교학점제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진짜 ‘팔뚝질’해야 할 문제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장애학생 대책‘도 분명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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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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