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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잔인한 여름의 끝에서

일상에서 벌어지는 끝맺음, 결국 새로운 시작도 찾아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8-17 09:47:13
LG전자 스마트폰 마지막 세대인 '벨벳' 소개화면. ⓒLG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에이블포토로 보기 LG전자 스마트폰 마지막 세대인 '벨벳' 소개화면. ⓒLG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결국 실패했습니다. 얼마 전, LG전자는 정식으로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선언하면서 LG 모바일 사업이 끝났습니다. 과거 싸이언 시대부터 내려온 그 브랜드가 한순간에 끝난 것입니다.

엉뚱하게 문제가 된 지점은 제게 다가왔습니다. 평소 LG전자 브랜드를 애용하던 제게 더는 만날 수 없는 친구, 즉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친구’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평소 삼성 제품은 경영진에 부정적인 견해여서(실제로 저는 삼성그룹 계열 제품을 잘 사용하지 않는 편입니다.), 애플은 시스템 구성 자체가 달라서 적응하기 어려운 제품이었기에 LG전자 계열 제품을 애용했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공공연히 하는 말이지만, “LG그룹에서 유일하게 싫은 것은 야구단(LG 트윈스)뿐”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LG에 대한 신뢰가 깊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스마트폰 교체가 있었습니다. 약정기간 2년을 채우고 임기를 마친 스마트폰을 교체할 시점이 되면서 교체를 단행했는데, 이제 이것을 쓴다는 것 자체가 ‘LG 스마트폰의 장례식’이라고 할 것입니다. 대리점에서 마지막 재고 처리도 있고 그래서 LG 스마트폰의 마지막 세대인 ‘벨벳’을 제안해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종 이후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그렇습니다.

새로 쥐게 된 스마트폰 ‘벨벳’은 많은 점에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이것을 사용하고 난 뒤에는 영원히 LG 계열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는 슬픔에서 마지막으로 만나는 내 친구, 즉 이별 여행을 하는 내 친구를 데리고 다니는 기분입니다.

다만 LG전자는 마지막 약속으로 당분간 기술지원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향후 3년 정도의 마지막 서비스를 마치면, 그제야 LG전자 스마트폰 역사가 저문다는 그런 계획을 그들이 밝혔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의 수명이 관례로 2년인 점을 봤을 때, 결국 이번 사용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확실한 보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다른 일에서도 뭔가 최후를 향한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 등이 회사에서 벌어지면서, 점점 끝을 향한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빠르면 이번 달 말에 회사 문제의 끝이 보일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이미 역술인도 몇 달 전부터 “올해 8월에서 10월 사이에 반드시 이직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했던 상황이라 더 그렇습니다.

돈 문제 등의 일이 조용하게 끝날 것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끝날 것 같은 분위기가 들고 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으니 역설적인 세기말의 분위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날이 밝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터널의 끝은 어둡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치 그러한 상황과 비슷합니다. 무언가 반전의 계기가 찾아올 것이지만 아직 다가오지 않은,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도 하반기로 접어들었고, 여름마저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 잔인한 여름의 끝이 언제 이뤄질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올해도 우리는 여름휴가를 제대로 보내지 못했습니다. 휴가철에도 코로나19 확산방지라는 명목으로 계속 조심해야 했었던 시대였습니다. 해방자로 다가올 것 같았던 백신 접종은 아직 속도를 붙이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저도 접종에 들어갈 정도였지만, 그럴만한 유일한 원인은 제가 발달장애인이라서 우선권을 받았기 때문일 뿐입니다.

가장 잔인한 여름의 끝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제 스마트폰은 마지막을 향해가는 여정이 시작되었고, 제 직장생활도 반전이 이뤄질 것 같고, 대통령 선거전도 예선전의 끝과 본선의 시작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예선전, 즉 경선은 코로나19 위기로 결과 발표가 늦어졌지만 어쨌든 본격화되었고 국민의힘은 이제 예선전 시작을 앞둔 마지막 기 싸움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미 이렇게라도 끝과 또 다른 시작을 하지 않으면 최후의 붕괴가 다가올 것이라는 짐작을 몇 주 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과거 저를 힘들게 했던 일이 되돌아오거나 하는 일이 그런 것입니다. 한동안 그런 조짐이 있었고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방문 횟수가 늘어난 것도 그 반증일 것입니다.

이 잔인한 여름의 끝은 의외의 일로 제게 여러 모습으로 찾아왔습니다. 스마트폰은 의외의 할부금 부담을 통해 ‘이별 여행’을 각오한 어느 회사의 유작 아닌 유작을 손에 쥐면서, 의외의 회사와의 갈등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역술인의 말에서, 코로나19의 해방자로 다가올 것 같은 백신 접종자 명단 등록으로, 새로운 대통령 선거전의 서막이 열리는 또 다른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에서 등등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반전을 찾을 시점입니다. 힘들었고 잔인했던 여름의 끝자락에서 살아남아 새로운 반전을 찾아볼 것입니다. 작년 8월 이후 침체하였던 저를 다시 끌어올릴, 그런 안 좋은 세월을 지나 좀 편안하게 살고 싶습니다. 적어도 제 월급명세서에 명목이라도 월 200만 원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어차피 이제 월 200만 원도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이나 다름없게 된 내년 최저임금이기에 그렇습니다. 실수령 200만 원이면 더 좋고요.

코로나19도 마찬가지로 최근 있는 위기를 뚫어내 확진자 수가 감소 추세선을 그었으면 좋겠고, 대통령 선거전도 어느 정도 정리되어 본선의 진정한 대결이 다가왔으면 좋겠고, 이 잔인한 여름이 끝나고 조금이라도 편안한 가을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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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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